지난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만족할만한 협상 결과를 도출했다고 평가했으나, 현재 미국의 반응을 보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서면 합의 없이도 구두 합의가 충분하다는 취지로 설명했으나 이후 미국이 보낸 양해 각서(MOU)에 한국의 당초 이해와 다른 ‘현금 조달’ 내용이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진실공방이 일고 있다. 한국 정부가 기록했다는 비망록과 미국 측이 보내온 MOU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한국정부가 인정하면서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할 상황이다. 야당은 정부 비망록부터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당초 한국은 3500억 달러 투자펀드 중 직접 지분 투자는 5% 이내이고, 대부분 대출이나 보증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망록에도 이같이 기록해놨다고 했지만 미국이 보낸 MOU는 내용이 달랐다고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비망록이라고 말했던 초기 언더스탠딩에 적어놨고 근데 미국이 그 이후에 MOU라고 보낸 문서에는 그런 내용과는 판이하게 다른 내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500억 달러 투자금이 선불”이라고 못박고 나서면서 양측이 각각 대출과 보증, 현금 지원으로 달리 이해한 것 아니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특럼프 대통령의 선불 언급이 관세협상의 전제조건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통화스와프 체결을 전제조건으로 내건 한국과의 협상이 더욱 난항을 겪게 됐다. 이 대통령은 “통화 스와프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3500억 달러를 인출하고, 송금 투자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대한민국은 다시 IMF를 맞게 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즉각 협상 비망록과 미국이 보내온 MOU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분명히 요구한다며, 비망록의 내용과 MOU의 내용에 대해 지금 즉시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또 정부가 쌀과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막았다고 했지만, 여전히 미국 측 설명과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은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을 동시에 언급하며, 한국과 협상에서 거론되는 3500억달러와 일본의 5500억달러를 “우리가 받는 돈이자 선불”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말 한미가 합의한 대로 차·부품 관세를 15%로 내리려면, 일본과 같이 대미 투자 펀드 대부분을 자신의 임기 내 현금으로 조달하는 MOU에 서명하라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 금액이 관세 인하를 약속한 대가라는 인식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한국에 ‘일본과 동일한 형태의 합의’를 요구하며 당초 합의된 3500억달러보다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트닉 장관이 투자 자금 대부분을 현금으로 조달해 달라는 뜻을 한국 측에 전했고, 한국은 ‘백악관이 골대를 움직이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양국 후속 협의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대로 한국과 무역 합의를 타결해야 미국이 다른 나라와 협상을 체결할 동력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이 일종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에 양보하는 모양새가 되면, 미국의 요구에 불만을 가진 다른 나라들도 협상을 보이콧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협상 지연으로 인해 고율의 자동차 관세(25%) 부담을 안고 있다. 반면 일본과 유럽연합(EU)은 15%를 적용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의약품 등에 대한 추가 관세까지 우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우리 정부는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에서 의약품·반도체 품목에서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기로 구두로 합의했다. 미국에서 가장 낮은 관세를 부과받는 나라와 똑같은 혜택을 우리도 약속받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3500억달러 투자 후속 협의가 길어지면서 이를 명문화하지는 못한 상태다. 일본은 의약품·반도체 관세에서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는 것으로 미국과 합의하고 명문화도 마쳤다. 김옥채 기자 [email protected]관세협상 비망록 협상 비망록 정부 비망록 한국 정부
2025.09.28. 11:02
한·미 관세 협상의 막이 올랐다. 한국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한국에 대한 25% 상호관세 철폐와 자동차 관세 문제 해결을 추진하고 있는데, 미국은 통상과 안보를 함께 해결하는 ‘패키지 협상’에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4일 양국 정부는 워싱턴DC에서 만나 ‘2+2 통상 협의’를 시작했다. 이번 협의 테이블에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지영 기재부 차관보, 박성택 산업부 1차관이 배석했다. 미국 측에선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협상에 참여했다. 이날 오전 8시에 시작된 협상은 78분 만인 오전 9시 18분쯤 마무리됐다. 협의가 끝난 후 백악관에서 열린 미·노르웨이 정상회담에 배석한 베선트 장관은 “오늘 한국과 매우 성공적인 양자회의를 가졌다”며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으며 이르면 내주 합의에 이르면서 기술적 조건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협상을 위해 일찍 왔고,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며 “그들이 실제로 그것을 이행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선트 장관이 언급한 합의가 무엇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관세 문제는 물론, 미국 측이 그간 주장해 온 자동차·농산물·의약품 등 다양한 분야 비관세 장벽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8개 관계부처 6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합동 대표단을 꾸렸다. 특히 최 부총리와 안 장관은 양국 무역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한·미 조선 협력과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협력에 방점을 두고 협상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백악관이 한국과 일본 등에 알래스카산 LNG 구매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힐 것을 압박 중이라고 보도했다. 오는 6월 2일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고위급 회담에 참석할 것을 독려하고 있으며, 이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이 LNG 투자의향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래스카 LNG 가스관 사업은 북극권의 가스전에서 알래스카 남쪽까지 800마일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한 뒤 이곳에서 가스를 액화해 아시아 국가 등으로 수출하는 콘셉트다. 이와 함께 한국 측은 미국에 25% 상호관세 철폐와 자동차 등에 적용되는 품목별 관세의 예외 및 감면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측은 방위비 인상 역시 패키지로 협상하길 원하는 입장이지만, 한국 정부는 관세·통상 이슈와 방위비 문제는 별도라는 입장이어서 협상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김은별 기자미국 관세협상 기획재정부 장관 상호관세 철폐 관세 협상
2025.04.24.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