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을 이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서 스페인 회화를 만나고, 세비야 대성당에서 가톨릭 왕국의 위세를 느끼며,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가우디의 건축 세계를 볼 수 있다.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에서는 이슬람 문화가 남긴 섬세한 흔적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스페인의 생활문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이해하려면 식탁을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스페인다운 음식 문화가 바로 타파스(Tapas)다. ▶작은 접시 문화, 타파스 타파스는 작은 접시에 담긴 간단한 음식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여러 음식을 조금씩 나누어 먹으며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은 스페인의 식사 문화이자 사교 문화다. 스페인어 타파(tapa)는 '덮개'라는 뜻이다. 오래전 안달루시아 지방의 선술집에서 와인이나 셰리주 잔에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빵 조각이나 하몽을 잔 위에 올려두었고, 손님들이 그것을 자연스럽게 먹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작은 빵 한 조각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식문화가 된 셈이다. ▶마드리드에서 만난 타파스 내가 스페인에서 처음 타파스 문화를 분명하게 체감한 곳은 마드리드였다.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 마드리드 왕궁(Palacio Real de Madrid), 마요르 광장(Plaza Mayor)을 둘러본 뒤 저녁 무렵 산 미겔 시장(Mercado de San Miguel) 근처 골목으로 들어갔다. 낮의 마드리드가 왕실과 예술의 도시라면, 밤의 마드리드는 바와 시장, 작은 식탁의 도시였다. 마드리드에서 가장 쉽게 만나는 타파스는 파타타스 브라바스(Patatas Bravas)다. 감자를 큼직하게 잘라 튀긴 뒤 매콤한 토마토소스와 아이올리 소스를 곁들이는 음식이다. 단순하지만 바삭한 감자와 강한 소스가 마드리드의 활기와 잘 어울린다. 여기에 스페인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올리브(Aceitunas)를 곁들이면 지중해 식문화의 기본이 보인다. ▶기다림의 맛, 하몽 이베리코 마드리드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음식은 하몽 이베리코다. 하몽은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이고 말린 뒤 오랜 시간 숙성시킨 스페인 대표 햄이다. 특히 하몽 이베리코는 이베리아 흑돼지(Cerdo Iberico)로 만든다. 최고 등급은 데에사(Dehesa)라 불리는 초원에서 도토리인 베요타(Bellota)를 먹고 자란 돼지로 만든 '하몽 이베리코 데 베요타'다. 현지 바에서는 하몽 다리를 전용 거치대인 하모네라(Jamonera)에 고정하고 긴 칼로 얇게 썰어낸다. 마드리드에서 하몽을 먹으며 느낀 것은 스페인 음식이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라 재료, 기후, 시간, 숙성 문화가 함께 만든 결과라는 점이었다. ▶세비야의 로컬 푸드 세비야(Sevilla)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중심 도시다. 세비야 대성당(Catedral de Sevilla)은 거대한 고딕 성당이며, 옆의 히랄다 탑(La Giralda)은 원래 이슬람 사원의 미나렛이었다. 스페인 광장은 반원형 건물과 운하, 다리, 세라믹 타일 장식이 어우러진 세비야의 대표 명소다. 세비야의 대표 타파스는 감바스 알 아히요(Gambas al Ajillo)다. 올리브오일에 마늘과 고추를 넣고 새우를 익히는 요리로, 남은 오일은 빵에 찍어 먹는다. 또 하나는 가스파초(Gazpacho)다. 토마토, 오이, 피망, 마늘, 올리브오일, 식초를 갈아 차갑게 먹는 수프로, 무더운 안달루시아의 기후를 그대로 반영한다. 세비야에서 플라멩코 공연을 본 뒤 먹었던 감바스와 가스파초는 이 도시의 뜨거운 밤과 시원한 식문화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가우디와 해산물 타파스 바르셀로나(Barcelona)는 카탈루냐 지방의 중심 도시로, 스페인 안에서도 독자적인 정체성이 강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Basilica de la Sagrada Familia)은 가우디의 대표작으로, 숲의 나무처럼 뻗은 기둥과 빛에 따라 달라지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다. 구엘 공원,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Casa Mila)는 바르셀로나가 왜 건축의 도시로 불리는지 보여준다. 바르셀로나의 미식 중심지는 보케리아 시장(Mercat de la Boqueria)이다. 람블라스 거리(La Rambla)에 자리한 이 시장에는 해산물, 햄, 치즈, 과일, 올리브, 향신료가 모여 있다. 이곳에서는 풀포 아 라 가예가(Pulpo a la Gallega)를 맛볼 수 있다. 삶은 문어에 올리브오일, 굵은소금, 파프리카 가루를 뿌린 음식으로, 지중해 해산물의 맛을 잘 보여준다. 카탈루냐식 기본 음식으로는 판 콘 토마테(Pan con Tomate)가 있다. 구운 빵에 잘 익은 토마토를 문지르고 올리브오일과 소금을 뿌려 먹는다. 단순하지만 좋은 빵, 토마토, 올리브오일이 만나면 깊은 맛이 난다. 여기에 하몽 이베리코를 올리면 스페인식으로 가장 완성도 높은 한입이 된다. ▶알함브라가 남긴 시간 그라나다(Granada)는 이슬람 문화의 흔적이 가장 강하게 남은 도시다. 알함브라 궁전(La Alhambra)은 나스르 왕조의 마지막 수도였던 그라나다의 상징이다. 나스르 궁전의 섬세한 문양, 헤네랄리페 정원의 물길과 정원, 알바이신 지구의 좁은 골목은 이 도시가 문화의 교차점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라나다의 타파스 문화는 다른 도시와 조금 다르다. 일부 바에서는 음료를 주문하면 작은 타파스가 함께 나온다. 토르티야 에스파뇰라는 감자와 달걀을 두껍게 부친 스페인식 오믈렛이고, 크로케타스는 베샤멜소스에 하몽, 닭고기, 대구 등을 넣어 튀긴 음식이다. 알함브라를 보고 내려와 알바이신 골목에서 먹는 작은 접시는 그라나다의 역사와 오늘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한 접시씩 읽어가는 스페인 타파스는 작은 음식이지만 그 안에는 스페인의 농업, 기후, 종교사, 도시 문화가 담겨 있다. 여행 일을 하며 여러 나라의 음식을 접했지만, 스페인의 타파스는 관광 동선과 가장 잘 결합되는 음식 문화 중 하나다. 미술관을 보고, 성당을 둘러보고, 시장을 걷고, 저녁에는 작은 바에 들른다. 음식이 여행의 부속물이 아니라 도시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된다. 푸른투어의 스페인 여행에서는 스페인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정과 함께 현지 분위기 속에서 타파스를 즐기는 시간도 만날 수 있다. 마드리드의 골목, 세비야의 저녁, 바르셀로나의 시장, 그라나다의 오래된 언덕길을 따라가다 보면 스페인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한 접시씩 읽어가는 인문학적 풍경으로 다가온다. ▶문의 : 213-739-2222 www.prttour.com ━ 박태준 이사 푸른투어 서부본부의 박태준 이사는 25년째 여행 현장을 누비며 가이드, 해외 인솔자, 상품 기획자, 여행컨설턴트로 활동해온 여행 전문가다. 다년간의 현장 경험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여행은 물론 미국 전역과 해외를 아우르는 고품격 여행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다.광장 접시 타파스 문화 스페인 여행 음식 문화
2026.05.21. 20:22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매년 자신의 뿌리에 대해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기가 10월이 아닐까 싶다. 이달에 개천절, 한글날 등 특별한 날들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도 LA총영사관, LA한국교육원, 재외동포청, 한국국제교류재단, LA한국문화원 등은 10월에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한인들에게는 더 없이 뜻 깊은 일이다. 미국에는 매년 11월 열리는 배움의 기회가 있다. 보통 추수감사절 한 주 전에 열리는데 ‘미국외국어교육위원회(ACTFL: American Council on Teaching of Foreign Language)’라는 콘퍼런스다. 외국어를 가르치는 교사, 교수, 언어학자들의 모임으로 이 행사를 통해 새로운 연구 논문들이 선보인다. 한국학 학자들도 참여한다. 올해도 교수들을 만나고 그들의 강의도 들었다. 한국국제교류제단 초대로 교수들이 모이는 자리에도 함께했다. ACTFL은 외국어를 가르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표준을 수정하거나 강화한다. 새로운 외국어 교과서를 편찬할 때, 예를 들면 정규교육에 들어갈 한국어 교과서를 만든다고 할 때, 이 단체가 권고하는 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외국어 교육의 기준에는 다섯 가지 ‘C’가 있다. 주입식을 넘어서서 대화(Communication), 문화(Cultures), 연계(Connections), 비교(Comparisons), 커뮤니티(Communities) 등이다. 이런 기준에 따르지 않으면 외국어, 이중언어 교육이 불완전하다는 의미다. 이런 기준은 56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재외동포청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는 세계 700만 명 재외동포의 37%인 260만 명이 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한국말과 한글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차세대를 위한 한국어 주말학교의 역할이 크고 중요한 이유다. 또한 한글이 세계 언어로 인정받아 많은 정규 학교에서 교과 과목으로 채택되는 것도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올해도 시카고에서 열린 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추수감사절 엿새 전에 시작해 사흘 전에 폐막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는 6000명이 약 100가지 언어를 대표해 참석했다고 한다. 콘퍼런스는 100여 개 언어에 관련된 크고 작은 모임들이 시작되기 전 기조연설자의 연설로 개막했다. 올해 기조연설은 교육계 인사가 아닌 저술가며 배우이자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공공연락국 부국장을 역임한 칼 펜(Kal Penn: 본명 Kalpen Suresh Modi)이 맡았다. 40대인 그는 인도계 미국인으로 스스로를 ‘브라운 페이스(황인종)’라고 자주 표현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백인이 주류인 곳에 들어가 활동하기까지의 일들을 재미있게 소개했다. 달변(達辯)인 그의 강연은 지루하지 않았다. 칼 펜은 인도말을 할 줄 알까? 그는 자신의 이중언어 능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인 차세대를 생각하게 한 그는 듬직한 모습이었다. 백인이 아니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 나라, 100여 개의 언어를 포용하는 교육 시스템을 보면 미국은 희망적인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로 창립 140년이 된 미국현대어문학협회(Modern Language Association)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 각 대학에 개설된 외국어 코스는 1965년 약 100만 개에서 2009년 100만6000개로 피크를 이뤘다. 하지만 이후 다소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한국어, 미국수어(美國手語)와 성서용 히브리어 코스는 오히려 증가하거나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한국어 코스는 증가 폭이 가장 큰 언어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한인 차세대들이 한국어는 기본이고 다른 언어들도 터득하도록 응원했으면 한다. 이는 그들이 세계인으로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인 차세대와 한국어에 관심 있는 타 커뮤니티 학생들이 정규학교에 한국어반이 없는 곳에서도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류모니카, M.D. / 미국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이중언어교육 광장 외국어 이중언어 한국어 교과서 외국어 교과서
2023.11.29.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