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펜, 브라운, 다트머스, 컬럼비아, 듀크 등 미국을 대표하는 32개 명문대가 최근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이유는 ‘얼리 디시전(ED)’ 제도를 악용한 ‘등록금 담합’이다. 이들 대학이 ED를 통해 경쟁을 제한하고 인위적으로 등록금을 높게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단순한 법정 공방을 넘어 이번 소송은 미국 고등교육의 구조적 모순과 교육 불평등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ED는 언뜻 학생과 대학 모두에게 윈-윈 게임처럼 보인다. 학생들은 일찍 합격통보를 받아 대학입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며, 합격 가능성도 정시지원(RD)보다 60%나 높다. 하지만 ED의 핵심은 ‘선택 포기’에 있다. ED로 합격한 학생은 다른 대학 지원을 철회하고 반드시 그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대학의 재정지원 패키지를 비교할 기회를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등록금이 연간 9만 달러가 넘는 사립대 현실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결국 ED는 ‘돈 걱정 없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생만을 위한 제도’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산층 이하 가정의 학생들에게는 선택지가 아닌 사치품인 셈이다. ED의 문제는 경제적 격차에만 그치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보 접근성의 불평등이다. ED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안다 해도 그 복잡한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특히 부모가 대학을 나오지 않은 ‘퍼스트 제너레이션’ 가정의 경우 이런 정보 격차가 더욱 심각하다.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대학 입학 컨설턴트의 조언을 받으며 전략적으로 입시를 준비한다. 어떤 대학에 ED로 지원할지, 언제 지원할지,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까지 세밀하게 계획된다. 반면 저소득층 학생들은 이런 정보와 자원에 접근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ED는 ‘아는 자와 모르는 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명문대들의 교묘한 전략이다. ED는 법적 구속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윤리적 의무’ 라고 강조한다. 더 교묘한 것은 대학 간의 암묵적 합의다. 소장에 따르면 명문대들은 서로 ED로 합격한 학생을 놓고 경쟁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는 자유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인 경쟁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다. 학생들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협상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대학들은 높은 등록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담합 구조는 전형적인 독점 행위다. ED 담합 문제의 배경에는 고등교육의 급속한 상업화가 있다. 지난 30년간 대학 등록금은 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속도로 올랐다. 1990년 연간 2만 달러 수준이던 사립대 등록금은 현재 9만 달러가 넘는다. 등록금 인상은 대학들의 수익 극대화 전략과 맞물려 있다. 대학들은 더는 교육기관이 아닌 거대한 비즈니스로 변모했다. ED는 이런 상업화 전략의 핵심 도구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이 교육의 본질을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대학은 더 다양한 지식을 전수하거나 더 나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과 브랜딩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미국에서 대학 교육은 전통적으로 사회적 이동성의 핵심 통로였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더라도 좋은 대학을 나오면 중산층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ED는 이런 사회적 이동성을 심각하게 제한한다. 다행히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이번 집단소송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2022년에도 17개 명문대학이 재정지원 담합 혐의로 소송을 당했고, 결국 3억 달러가 넘는 합의금을 지급했다. 이는 대학들의 담합 행위가 실제로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근본적 변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ED는 단순히 입시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고등교육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상업화, 교육 불평등, 사회적 이동성 제약 등 복합적 문제들이 얽혀 있어 단시일 내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이번 소송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교육은 상품이 아니라 공공재여야 하고, 모든 학생에게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명문대들의 ED담합 의혹은 단순한 법정 다툼을 넘어 미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교육의 방향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문의:(855)466-2783, www.TheAdmissionMasters.com 빈센트 김 카운슬러 어드미션 매스터즈등록금 불평등 등록금 담합 교육 불평등 대학입시 스트레스
2025.10.05. 19:00
미국 고등교육의 관문 역할을 하는 칼리지보드(College Board)가 최근 몇 년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SAT와 AP 시험을 주관하는 이 ‘비영리’ 기관이 과연 교육의 공공성을 추구하는 조직인지, 아니면 학생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독점 기업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칼리지보드의 가장 큰 모순은 비영리 기관이라는 지위와 실제 운영 방식 사이의 괴리다. 2023년 칼리지보드는 약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4,500만 달러의 순익을 달성했다. 같은 해 데이비드 콜먼 CEO의 연봉은 200만 달러에 달했다. 문제는 이런 막대한 수익이 학생들의 대학 입시 불안감을 먹고 자란다는 점이다. SAT 응시료는 68달러, AP 시험은 99달러이다. 여러 AP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매년 수백 달러를 지불해야 하며, 이는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칼리지보드는 사실상 대학 입시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주요 명문대들이 SAT 점수를 요구하고, AP 과정은 명문대 지원자들에게 필수로 여겨진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칼리지보드의 시험이 학생들의 실제 학업 능력보다는 시험 기법에 더 의존한다고 비판한다. 최근 AP 시험 채점 방식 변경으로 인한 점수 급등 현상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AP 시험 점수 상승은 성적 인플레이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변화가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칼리지보드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인위적 조작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칼리지보드 시스템은 기존의 교육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은 고가의 사교육을 통해 시험 기법을 익히고, 여러 번 시험을 볼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다. 반면, 저소득층 학생들은 높은 응시료 부담으로 인해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한다. 특히 AP 과정의 경우, 부유한 지역의 학교들은 다양한 AP 과목을 제공하지만 저소득층이 많은 학교들은 제한적인 AP 과정만 개설할 수 있다. 칼리지보드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많은 대학들이 이미 SAT 점수를 선택 사항으로 만들거나 아예 요구하지 않는 정책을 도입했다. 또한 학생들의 전인적 평가를 위한 새로운 입시 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칼리지보드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고, 더 공정하고 접근 가능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은 상업적 이익의 도구가 아닌 공공재여야 한다. 칼리지보드가 진정한 교육 기관으로 거듭나려면 투명한 운영, 합리적인 가격 정책, 그리고 교육 접근성 향상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문의: (855)466-2783 / www.TheAdmissionMasters.com미국 칼리지보드 칼리지보드 시스템 입시 시스템 교육 불평등
2025.07.22. 1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