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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U 류태호 교수 ‘AI시대 재외 한국어 교육 미래 제시’ 출간

 “선생님, 스마트폰만 있으면 실시간으로 통역이 다 되는데 굳이 토요일 아침에 잠도 못자고 한국학교에 나와야 하나요?”   전 세계 1600여 개에 달하는 한국학교와 재외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요즘 가장 많이 들리는 질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언어 장벽을 허무는 혁신이자 동시에 전통적인 외국어 교육 현장에는 존립 위기를 묻는 거대한 도전장이 되었다.   특히 만성적인 재정난, 전문 교사 부족, 그리고 학습자의 동기부여  저하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재외 한국어 교육 현장의 고민은 더욱 깊다.   제임스매디슨대학교(JMU) 류태호(사진) 교육공학 교수는 이러한 회의론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답한다. 그는 최근 출간한 저서 ‘AI 세상과 만나는 외국어 교육의 미래(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를 통해 기술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인간 고유의 소통 능력과 언어 학습의 가치는 커진다고 역설한다.   류 교수는 앞서 ‘4차 산업혁명, 교육이 희망이다’, ‘성적 없는 성적표’ 등을 통해 미래 교육의 거시적 담론을 이끌어온 미래교육학자다. 이번 신간에서는 AI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외국어 교육, 특히 재외 동포 2.3세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이 어떻게 대전환을 이뤄야 하는 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본지는 류 교수를 만나 AI시대 재외 한국어 교육의 해법을 물었다.   = ‘AI  세상과 만나는 외국어 교육의 미래’라는 제목의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변화가 있었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다양한 인종과 어울리다 보니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피부로 와 닿는다. 많은 이들이 ‘이제 외국어 공부는 끝났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어폰만 끼면 상대방의 언어가 내 모국어로 들리는 세상이 눈앞에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기술이 발전할수록 언어 교육의 본질에 대한 갈증은 더 커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외국어 학습을 기능적 숙달로만 오해하고 있기 때문에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다. 언어는 단순한 정보교환 도구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이자 문화를 이해하는 열쇠다. 이 혼란한 시기에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하고 어떻게 교육방식을 뜯어고쳐야 하는 지 교육공학자로서 방향을 제시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 재외동포 2.3세나 외국인 학습자들 사이에서 ‘한국어 학습 무용론’이 나온다.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그들이 제기하는 의문은 타당하다. 단순히 ‘김밥 주세요’, ‘이거 얼마예요’ 같은 생존형 회화는 AI가 훨씬 잘한다. 그 정도 수준을 목표로 한다면 굳이 힘들게 한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 강조한 ‘호모 커뮤니쿠스(소통하는 인간)’의 개념을 주목해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소통을 통해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특히 재외동포 학생들에게 한국어는 단순한 외국어가 아니라 자신의 뿌리와 연결되는 끈이다. 할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의 맛은 AI 번역기로는 이해할 수 없으며 그 안에 담긴 ‘정’이라는 한국 고유의 정서적 맥락은 언어를 직접 배워야만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제 한국어 교육은 기능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세계와 깊이 있게 소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임을 설득해야 한다.”     = 현재 재외 한국학교 등 교육 현장은 교사 수급이나 수준별 수업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맞다. 재외 한국어 교육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한 교실에 한국어가 유창한 아이와 자음, 모음도 모르는 아이가 섞여 있다 보니 교사 혼자서 수업을 이끌어 가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서 AI의 진가가 발휘된다. 생성형 AI는 개인 맞춤형 보조 교사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K-팝을 좋아하는 학생에게는 아이돌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그 학생 수준에 딱 맞는 한국어 지문을 즉석에서 만들어 줄 수 있다. 역사에 관심 있는 학생에게는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수준별로 생성해 준다. 교사가 일일이 자료를 만들던 수고를 AI가 덜어주면 교사는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과 문화적 멘토링에 집중할 수 있다. 이것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핵심이다.”     = AI가 언어 교육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는 무기가 된다는 표현을 썼는데.   “전쟁터에 나가는데 총알이 없으면 총알받이 밖에 더 되겠나. 글로벌 시대,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언어 능력은 강력한 무기다. 내가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고 거기에 AI라는 도구까지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전 세계 어디서든 활약할 수 있은 인재가 된다. 나의 언어가 확장된다는 것은 내가 활동할 수 있는 세계가 넓어진다는 뜻이다. 재외동포 자녀들에게 한국어는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다.”     = 생성형 AI시대, 바람직한 재외 한국어 교육 모델을 제안한다면.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지식 전달과 반복 학습, 발음 교정은 AI 튜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AI는 24시간 지치지 않고 학생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질문할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다. 반면, 한국학교와 같은 오프라인 공간은 커뮤니티의 장이 되어야 한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AI는 정보를 줄 수 있지만 공감을 줄 수는 없다. 한국어 교육 현장은 한국의 역사, 문화,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절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와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곳으로 변모해야 한다. 한국어를 배움으로써 내가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 끝으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한국어 교육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많은 선생님이 AI 의 등장을 두려워하거나 변화의 속도에 현기증을 느끼실 줄 안다. 하지만 기술은 결국 사람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 AI를 경쟁 상대로 보지말고 선생님들의 과중한 업무를 덜어줄 유능한 조교로 부려먹으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선생님들의 역할은 이제 지식 전달자에서 소통의 가이드이자 인생의 멘토로 바뀌어야 한다. 여러분이 가르치는 것은 단순한 한국어가 아니라 학생들이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하게 돕는 자양분이다. 제 책이그 변화의 길목에서 작은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선생님들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김성한 기자 [email protected]류태호 ai시대 한국어 교육 재외 한국어 교육공학 교수

2026.02.0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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