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교향곡’은 영국 작곡가 랠프 본윌리엄스가 미국 시인 휘트먼의 시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다. 휘트먼은 민주주의의 시인, 자유와 평등의 시인, 인도주의의 시인으로 통한다. 그는 자유와 평등에 바탕을 둔 개인주의의 찬미자이며, 복종을 혐오하고 저항의 복음을 소리 높이 외친 시인이었다. 랠프 본윌리엄스는 복종과 귀환, 안정을 거부하는 그의 시 정신에 깊이 매료되었고, 자신도 자유와 방황, 탐험을 지향했다. 특히 인간의 삶과 영혼, 자유와 평등, 개척 정신을 바다와 항해, 배에 비유한 시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이에 영감을 받아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는 ‘바다 교향곡’이라는 바다 찬가를 작곡했다. 금관악기의 팡파르로 시작해 곧바로 합창으로 이어지는 이 교향곡의 도입부는 강렬한 인상을 준다. “보라. 바다를! 끊임없이 요동치는 가슴, 그 위에 떠 있는 배들을! 보라! 바람 속에 부풀어지며, 초록빛과 푸른빛으로 점점이 부서지는 그 하얀 항해를! 오늘 바다를 항해하는 배의 거친, 짧은 레치타티보. 사납게 흩어지는 물살과 포효하는 소리로 불어 제치는 바람. 모든 나라의 뱃사람의 노래. 펄펄 날려라! 오! 바다여. 너희 나라의 국기를! 펄펄 날려라! 모든 용감한 선장들! 슬퍼하라! 그들의 의무를 다한 배와 더불어 침몰한 모든 뱃사람들!” 단조로 시작한 금관악기의 팡파르가 바로 “보라. 바다를”이라는 합창으로 이어지는데, ‘바다’라는 단어에서 화음이 장조로 바뀌는 것이 인상적이다. 단조로 에너지를 응축해서 장조에서 거대하게 분출하는 것이다. 바다가 연출하는 강렬한 에너지를 이처럼 도발적으로 묘사한 음악이 또 있을까. 휘트먼과 랠프 본윌리엄스는 낭만주의자이자 탐험가, 개척자였다. 그들의 배는 거친 파도와 싸우며 늘 바다 위에 떠 있었다. 그리고 영원히 항구로 돌아오는 것을 거부했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교향곡 바다 교향곡 오늘 바다 작곡가 랠프
2024.08.05. 17:55
성공회 가든그로브 교회(담임 신부 토머스 이)가 비영리법인 ‘야스마7(YASMA7, 대표 손영아)’과 마련한 수요 무료 음악 감상회가 내일(26일) 정오 교회(13091 Galway St) 내에서 열린다. 바이올리니스트 최희선이 ‘교향곡 이야기’를 주제로 1시간 동안 오케스트라의 역사, 바로크 시대 이후 교향악단 규모, 악기 편성 발전사, 악기와 유명 지휘자에 관해 설명한다. 최씨는 서울예고와 서울대 음대, 로베르트 슈만 음악대학을 나와 독일 하겐 극장에서 활동했다. 이후 부천 필하모닉 수석, 한국 바흐 솔리스텐 서울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공동 창립자이자 악장을 지냈다. 2016년 도미, 남가주에서 정기 공연과 협연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행사 참석 예약 및 후원 관련 문의는 전화(213-537-7796) 또는 이메일([email protected])로 하면 된다.교향곡 가든그로브교회 교향곡 이야기 슈만 음악대학 서울대 음대
2024.06.24. 20:00
몸의 면역이 떨어지면 기웃거리던 오만 병균의 공격이 시작된다. 백혈구가 싸워 이겨야 하는데 나도 힘없이 쓰러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도 병원 한번 안 가고 잘 지냈는데, 7년 만에 감기에 걸렸다. 한 달 이상 지독한 기침으로 고생했다. 전업주부가 된 이후 아파 누우면 정말 서글퍼진다. 입맛에 맞는 식당도 찾기가 어렵다. 입이 쓰고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으니 죽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다. 한국으로 역이민 가서 맛있는 것 먹고 살다 가고 싶다. 세상의 어떤 영웅도 죽음은 피할 수 없고 나도 결국은 한 줌의 재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평소 몸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별 잔병치레 없이 살 수 있었다. 어릴 적 부모님이 주신 자연 음식이 몸의 면역력을 키워준 덕분인 것 같다. 다행히 기침은 잡았으나 목이 붓고 열이 나 조금 고생했다. 아파서 누워있다 보니 얼마 전 딸과 함께 갔던 베토벤 음악회가 떠오른다. 음악회가 열린 곳은 샌디에이고만의 바다를 볼 수 있는 공원에 세워진 조개 모양의 ‘래디 셸(Rady Shell)’ 음악당이었다. 2021년 여름에 첫 연주를 했지만, 드디어 간 것이다. 샌디에이고 심포니의 스페셜 섬머 나이트 행사 특별무대가 열린 곳이다. 고국으로 역유학을 갔던 딸이 돌아와 정착하면서 다시 우리 집의 문화생활이 시작된 셈이다. 제대로 여행 한 번 못 가고 집안일에 묻혀 삭막한 미국생활을 하는 엄마를 측은해 하던 딸이 베토벤의 밤으로 초대해준 선물이었다. 오버튜, 서주가 끝나고 중국 청년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교향곡 4번에 이어 교향곡 3번인 에로이카, ‘영웅’이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나도 귓병으로 몇 년째 고생하고 있어서인지 베토벤의 음악이 왜 그리 슬퍼질까. ‘에로이카’에는 기막힌 사연이 있다. 베토벤은 1804년 프랑스 혁명 당시 나폴레옹을 흠모해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해 12월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는 모습을 보고 분노를 느꼈다. 나폴레옹도 독재자에 불과했다며 실망한 것이다. 그래서 베토벤은 고대 그리스의 훌륭한 영웅들에게 이 곡을 바친다며 작곡 동기를 바꿨다고 한다. 베토벤 초창기의 곡들은 귀족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후 교향곡, 영웅부터는 그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었고 10여 년 동안 명작들이 발표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그는 난청으로 고통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한 것을 보면 타고난 천재성과 함께 신의 가호도 있었나 보다. 그의 위대한 음악들은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나도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투병 중인 모든 이들에게 베토벤의 음악을 선물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베토벤처럼 스스로 의지와 용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화로나마 친한 친구에게 눈물 흘리며 신세타령을 했더니, 그녀의 따듯한 위로가 나를 자리에서 일어나 죽을 끓여 먹게 만들었다. 최미자 / 수필가이 아침에 베토벤 교향곡 베토벤 음악회 베토벤 초창기 이후 교향곡
2023.09.05. 18:29
30여 년은 부모님 덕에 공부했다. 30여 년은 남편 뒷바라지와 아이들 키우며 작업했다. 남은 삶은 내가 선택한 작업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그런데 집을 떠나 공부하며 여행하고 직장 다니던 아이들이 돌아왔다. 세상 떠돌다 보니 자기가 태어난 곳이 제일 좋다며. 그렇다면 내가 집을 떠날 수밖에 없다. 2014년 초 나는 브루클린을 떠나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로 왔다. 와서 보니 가격이 높은 홀푸드만 있고 내 수준에 맞는 장 볼 곳이 없었다. 나는 IKEA와 Trader Joe‘s를 좋아한다. 생각날 때마다 트레이드 조가 가까이에 들어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에 오픈했다. 이왕이면 한국 마켓도…. 조금 걸어가야 하지만 한아름도 들어왔다. 다시 내가 가끔 즐겨 먹는 Shake Sake 햄버거가 들어오기를 바랬다. 드디어 나의 산책로 반경 안에 오픈했다. 이번에는 재미 삼아 코로나 백신 맞은 증명을 보여주면 무료로 도넛을 준다는 ’krispy kreme 도넛 가게야 들어와라‘ 중얼거렸더니. 올봄에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오픈했다. 아쭈, 원하면 다 들어오네. 다시 한번 더 Target이 들어오면 어떨까 했더니만, 올가을에 떡하니 서너 볼록 떨어진 홀푸드 앞에 오픈했다. 내 사랑 아이키아가 들어오기를 원하지만, 넓은 쇼룸을 갖춰야 하기에 힘들 것 같다. “엄마, 나 이벤트에 당첨돼서 돈 받았어요.” 작은 아이가 자랑스럽게 말하길레 나도 위에 열거한 가게들을 말하면서 “엄마가 원했던 가게들이 동네에 다 들어왔다. 신기하지. 원하기만 하면 이루어진다. 하지만 정작 원하는 것은 좋은 작품과 글을 쓰고 싶은 것인데 차마 주문을 외울 수가 없다. 이 두 가지가 엄마에게는 제일 중요한 일인데.” “엄마가 원하던 세 가지가 이미 이루어졌으니까 안될 거예요.” “리필이라는 것도 있는데. 다시 원하면 이루어지지 않을까?” “글쎄요. 한 5년 즈음 후에나 효력이 발생할지? 시효기간이 지나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거예요.” 5년 후에 다시 원하는 것을 주문해 보라는 뜻은 그 기간 엄마가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하라는 아이의 충고가 아닐까? 내가 원했던 가게들이 장바구니 끌고 걸어가는 거리 안에 생겨서 삶이 편해졌다. 그러나 정작 늘 꿈틀거리며 불쑥불쑥 머리를 내밀며 내 마음을 뒤흔드는 그림과 글은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 능력과 노력에 달렸기 때문에 바랄 수 없는 일이다. 쓸데없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폭포수의 물줄기 같은 일상사를 정리하고 오직 한곳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내 작업을 겨냥해 똑똑 떨어지게 몰두해야겠다. 독자님들, 어려웠던 2021 잘 마무리하시고 포근하고 건강한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교향곡 소원 소원 교향곡 도넛 가게 기간 엄마
2021.12.31.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