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구원한 이는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
가톨릭에서 오랫동안 논란이었던 '성모 마리아의 공동 구속(Redemption)' 교리 논쟁에 대해 교황청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4일(현지시간) 교황 레오 14세의 재가를 받은 새로운 교령에서 "마리아를 '세상의 공동 구속자'로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공식 문헌을 발표했다. 새 교령 '신앙인의 어머니(Mater Populi Fidelis)'는 "올바른 의미를 계속 설명해야 할 만큼 혼란을 초래한다면 이 표현은 유익하지 않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구속 사역을 가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칭호는 신앙의 조화로운 진리를 흐리게 하고 신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인류를 구원한 이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라고 명시했다. 교령은 마리아의 구원 협력에 대한 신학 논의를 정리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이 유일무이하다는 교회의 기본 교리를 재확인했다. 교황청은 "마리아는 인류 구원에 협력했으나 구속은 오직 그리스도의 행위로 완성되었다"고 못 박았다. 이번 결정으로 공동 구속자를 둘러싼 오랜 논쟁은 마침표를 찍는 것으로 평가된다. 교령은 교황 레오 14세의 승인을 받아 지난 10월 7일 신앙교리부 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이 서명했다. 가톨릭 신앙에서 예수는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인류의 죄를 속죄한 구속자다. 그러나 마리아가 예수의 구속 사역에 공동으로 참여했는가에 대한 신학적 논의는 여러 세기 이어졌다. 찬성론자들은 이를 교리로 선포하자고 주장했으나 반대론자들은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약화하고 다른 기독교 교단과의 일치 노력에도 장애가 된다고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에 공동 구속자 개념에 강하게 반대했으며 2019년에는 "성모님은 결코 아들의 자리를 넘보지 않았다"며 "공동 구속자라는 생각은 어리석은 발상"이라고까지 말했다. 베네딕토 16세 역시 이 칭호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한때 이를 지지했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신앙교리부의 우려 표명 이후 공식적으로 사용을 중단했다.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서문에서 "최근 수십 년간 신앙교리부가 받은 질의에 답하기 위해 이 문헌을 마련했다"며 "마리아 신심의 표현과 한계를 명확히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추기경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는 일부 마리아 신심 운동과 출판물, 신앙집단은 대중들의 신심에 있는 본질과 달라 신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헌은 마리아의 위치를 "그리스도라는 유일한 중재자이자 구속자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심이 교회의 정체성에 충실하되 에큐메니컬(교회 일치)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모든 은총의 중재자'라는 칭호에 대해서도 교령은 "올바른 신학적 이해를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신 '하느님의 어머니(Mater Dei)'나 '신앙인의 어머니'와 같은 모성적 칭호 사용을 권장했다. 문헌은 "마리아는 구속과 은총의 주인공이신 이를 세상에 낳은 어머니로서 십자가 아래에서 아들의 고통에 동참하며 마음이 칼에 찔리는 아픔을 견뎌냈다"고 서술했다. 이어 "성육신에서 부활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와 유일무이한 방식으로 결합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마리아는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특별하고 선행적인 방식으로 구원받았다"며 "마리아의 위대함은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성령의 인도에 자신을 온전히 맡긴 신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도의 역할과 병행되는 능동적 지위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마리아 고유의 아름다움을 흐린다"는 것이다. 성경에 따르면, 천사가 마리아에게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게 될 것이라 알렸을 때, 마리아는 "주의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응답했다. 교황청은 "이 믿음과 순종의 대답이 인류 구원의 시작이었다"며 "마리아는 신앙의 모범으로 존경받아야 하지만 구속자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이 문헌은 일부에게 불쾌할 수 있지만, 교회의 신앙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대다수 신자들의 신심과 사랑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기경은 "신자들이 마리아에 대한 사랑을 지키되 과장이나 축소 없이 균형 있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며 온라인상에서 공동 구속자 칭호를 옹호하는 격렬한 논쟁이 "신앙교리부가 피하려는 극단주의의 전형적 사례"라고 말했다. 로마 예수회 본부에서 열린 교령 발표 행사 도중 자칭 '마리아 신학 연구 모임' 소속이라고 밝힌 이탈리아 남성이 "이 문헌은 하느님을 기쁘게 하지 않는다"며 소리를 지르는 소동도 있었다. 그는 "공동 구속자라는 칭호는 하느님의 영원한 진리이며 교회가 여러 세기 동안 승인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당신이 신자를 대표하지는 않는다"며 "의견이 있으면 신앙교리부에 서면으로 제출하라. 우리는 존중하며 검토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안유회 객원기자그리스 인류 공동 구속자 예수 그리스도 교황청 신앙교리부
2025.11.10.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