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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트렌드] AI로 인한 인간 정체성의 위기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최근 다보스 포럼에서 충격적인 말을 했다.   “인간의 정체성은 ‘생각하는 존재’라는 믿음 위에 세워졌다. 그런데 AI는 이미 언어를 다루는 능력에서 많은 인간을 능가한다. 법, 종교, 문학, 문화, 언어로 구성된 모든 것이 AI에게 장악될 수 있다.”   실제로 법은 언어로 쓰여 있고, AI는 판례를 분석해 판결을 예측하고 제안한다. 성경 같은 경전도 언어 기반이다. AI가 교리를 해석하고 신학 논쟁을 벌이면, 인간 사제나 신학자의 독점적 권위는 어떻게 될까. 하라리는 직설적으로 말한다.   “책이 단지 단어의 조합이라면 AI가 책을 장악할 것이고, 종교가 단어로 세워졌다면 AI가 종교를 장악할 것이다.”   이 위기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인간은 수천 년간 언어와 생각으로 세상을 설명하고 통제해왔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명제가 무너지면, 인간은 누구인가. 칸트가 말한 대로 인간은 ‘목적이 되는 존재’여야 한다. 그런데 AI가 목적 없이도 더 효율적으로 ‘생각’한다면, 인간의 존재 이유는 어디로 가는가.   AI는 이미 일자리를 대체한다. 하지만 인간은 ‘의미·관계·책임·창조’를 독점할 수 있다. “이게 내게 어떤 의미인가”를 묻는 것은 인간의 고유 능력이다. AI는 패턴을 설명하지만, 인생의 의미와 목적에는 스스로 답할 수 없다. 인간의 관계는 비효율과 오해, 기다림과 용서로 가득 차 있다. 책임의 결정에 대한 무게를 지는 것은 인간뿐이다. 창조 또한 AI는 기존 데이터를 조합하고 변형하지만, 진짜 창조는 단지 새로움이 아니라 고유한 삶과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영감을 통해서이다.   역사는 이미 비슷한 장면을 보여 준 적이 있다. 로마 시민들은 노예가 생산을 대신하자 남는 시간들을 정치·철학·공동체보다 ‘빵과 서커스’에 더 열광했다. 국가가 제공하는 오락과 소비가 시민의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은 점점 약해졌다. 반면 그전에 그리스 시민들은 정치, 철학, 공동체적 참여에 더욱 초점을 두고 의미를 찾는 공동체라 볼 수 있다. AI 시대에는 그리스 시민 같은 의미를 찾고 철학하는 인간들이 필요하다.   AI 시대의 인간 정체성의 위기는 피할 수 없는 흐름처럼 보인다. 언어의 특권은 약해지고, 노동의 자리는 줄어들며, 오락과 소비는 더욱 인간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신앙의 관점에서 보면, 이 위기는 역설적으로 정체성을 다시 깊이 물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AI는 인간을 대체할 수 있지만, 의미를 대신 찾아줄 수는 없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특이점’의 시간이 점차 당겨져서 향후 몇 년 안에 초지능 인공지능(AGI)과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일들을 대체할 것이다. 인간의 ‘일’과 ‘직업’을 ‘소명(vocation)’이라고 불러왔던 패러다임은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 ‘의미, 관계, 책임, 창조’의 남은 영역에서 어떻게 살지 각자의 고민이 필요하다. 앞으로 이러한 고민을 도와 새로운 인간 정체성을 찾아주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   [email protected] 이종찬 / J&B푸드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정체성 위기 인간 정체성 의미 관계 그리스 시민들

2026.02.0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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