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대부의 그림자, 아버지와 아들
                                    세살 때, 돈을 많이 벌어오시겠다고 떠난 아버지를 17년동안이나 다시 만나지 못한 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애틋한 사연만 들으면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영화 대부(The Godfather)를 볼 때도 그랬다. 이 영화는 갱단의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가족’의 이야기다. 아버지 비토 콜레오네와 아들 마이클 콜레오네의 뜨겁고 슬픈 부자의 사랑과 우정이 이 영화의 중심이다.   마이클은 원래 가업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명문대학을 나와 전쟁 영웅으로 귀환한 그는, 범죄의 세계보다는 합법적인 삶을 살고 싶어 했다. 그러나 아버지 비토가 암살자들의 총에 쓰러졌을 때, 마이클은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어둠의 세계로 발을 들인다. 그는 냉정하고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하고, 아버지를 해치려 했던 경찰서장과 상대 마피아를 제거한다.     아버지는 이런 마이클의 목숨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경쟁자들에게 거의 항복과도 같은 선언을 한다. 그리고는 마이클을 자신의 후계자로 세우고 가르침을 주며 조용히 뒤로 물러서서 아들과 피의 복수를 준비한다. “마이클, 가족은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1편에서 아버지 역할을 연기한 배우는 ‘말론 브란도’다. 젊은 시절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비비안 리와 함께한 흑백 화면 속의 브란도는 그야말로 미남의 상징이었다. 세월이 흘러 영화 ‘대부’에서 그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권력의 무게와 가족의 비극을 짊어진 아버지의 얼굴로 말이다.     영화 속 대부에게는 불같은 성격의 장남이 있었다. 이 장남은 여동생을 때린 여동생의 남편을 길거리에서 무참히 두들겨 팬다. 그 장면은 결국 비극의 시작이었다. 모멸감을 느낀 여동생의 남편은 장남을 당시 전쟁 중이던 상대방 마피아 패거리에게 넘겨 죽음을 맞이하게 한 것이다.   놀랍게도, 이 영화 속의 비극이 현실에서도 똑같이 일어났다. 1990년, 말론 브란도의 장남 크리스천 브란도는 실제로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 로스앤젤레스의 브란도 저택에, 배다른 여동생 체옌 브란도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찾아왔다. 그녀는 임신 중이었고, 남자친구에게 맞고 산다고 오빠에게 하소연했다. 술에 취한 오빠는 분노했다. “다시는 그녀를 때리지 마라.” 그의 경고는 다툼으로 번졌고, 총성이 울렸다. 여동생의 남자친구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재판에서 크리스천은 우발적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그의 변호인은 훗날 O.J. 심슨 사건으로 유명해진 로버트 사피로 변호사였다. 말론 브란도는 법정에 출석해 피해자 가족에게 사죄했지만, 어떻게든 아들을 지켜내려던 브란도의 모습을 지켜 본 사람들은 “그의 사과마저 연기일 뿐”이라며 냉소했다. 결국 법원은 계획적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를 인정했다. 말론 브란도의 아들은 10년형을 선고 받고 5년간 복역했다.    진짜 비극은 그 뒤에 찾아왔다. 여동생 체옌은 정신적 충격으로 두 차례 자살을 시도하다 1995년 스물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브란도는 상처를 품은 채 2004년에 8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살인을 저지른 장남 크리스천도 2008년에 사망했다. 이제 그의 가족 중 누구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한 편의 영화보다 더 깊은 비극으로 남아 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 그림자 그림자 아버지 아버지 비토 아들 마이클 
                                    2025.10.30.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