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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안테나]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지 않는 이유

중동 지역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때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투자자들은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그리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진 1970년대 오일 쇼크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이란 전쟁은 과거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적다. 주식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원유 가격 상승폭도 크지 않고, 주요 경제 지표 역시 전문가들의 예상만큼 악화하지 않고 있다. 경제의 이런 회복력은 몇몇 글로벌 경제 구조 변화에 따른 것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미국 에너지 산업의 구조적 전환이다. 미국은 오일 쇼크 당시 수입 원유에 크게 의존했다. 특히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은 원유 수출국이다. 셰일 오일 생산 증가에 힘입어 원유 및 석유 제품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 셰일 오일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가격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가격이 오려면 신속하게 생산량 확대가 가능하다. 이러한 유연성은 글로벌 원유 시장의 안정과 미국 경제의 지정학적 충격 완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두 번째는 현재 글로벌 원유 시장이 비교적 충분한 공급 여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뿐 아니라 비OPEC 산유국들의 생산 증가로 공급 기반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시 가격 폭등 현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시장은 여전히 주요 수송로에 불안 요인이 발생하면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경우, 에너지 시장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세계 경제의 에너지 효율성이 1970년대에 비해 크게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기술 발전과 산업 구조 변화, 특히 서비스업 중심 경제로의 전환은 경제 성장에 필요한 원유 사용량을 크게 줄였다. 1970년대와 비교하면 GDP(국내총생산) 단위당 원유 소비량은 약 50~6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시에 원유 생산 지역도 다양해졌다. 과거 중동이 세계 생산의 약 60%를 차지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그 비중이 약 35%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북미 등 다른 지역의 생산 비중이 확대되었다.   유가 상승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역시 과거보다 제한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유가가 10%가량 상승해도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물가는 일부 오르겠지만 경제 성장률 하락 요인은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도 수요 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공급 차질에 따른 것이라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적극적인 긴축 정책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투자자들이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긴장보다 기업의 수익 전망을 더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 현재 전망은 S&P 500 기업들의 올해 수익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하고 인플레이션이 점차 안정되며,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환경은 기업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정학적 위기로 발생한 시장 상황을 매각 대신 오히려 매수 기회로 보는 투자자도 많다.     결국 ‘이란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기간과 확전 여부에 달려 있다.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 원유 공급에 큰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고 주변 국가로 확전할 경우 파장은 훨씬 커질 수 있다.      현재 금융시장이 패닉 상황 대신 비교적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란 전쟁이 통제 가능한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손성원 /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SS 이코노믹스 대표경제 안테나 금융시장 패닉 글로벌 경제 글로벌 원유 중동산 원유

2026.03.1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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