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패션위크 'K-패션의 위상', 올해도 빛났다
지난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밴쿠버 차이나타운 데이비드 램 홀(David Lam Hall)에서 열린 ‘밴쿠버 패션위크 2026 봄·여름(Vancouver Fashion Week S/S’26)’ 은 전 세계 신진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이 한자리에 모인 무대였다. 2001년 시작된 이 행사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글로벌 패션 플랫폼으로, 해마다 새로운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탄생을 알리는 ‘패션의 관문’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역시 ‘변화와 혁신의 출발점’이라는 이름 아래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이 참여했으며, 특히 캐나다 로컬 원주민(Indigenous) 디자이너들의 무대가 더해져 다양성과 공동체적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전통과 현대, 예술과 철학을 아우르는 두 한국 브랜드 ‘블루탬버린(BLUETAMBURIN)’ 과 ‘서화(SEOWHA)’ 가 K-패션의 깊이와 세련미를 강렬하게 드러냈다. “패션은 메시지다” - 블루탬버린(BLUETAMBURIN) 김보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이끄는 블루탬버린(BLUETAMBURIN)은 이번 컬렉션 ‘Thank You for Your Service’ 를 통해 ‘헌신’과 ‘책임’의 가치를 패션 언어로 표현했다. 군인들의 규율과 리더십에서 영감을 얻은 이번 작품은 정제된 실루엣과 단단한 디테일로 ‘패션은 아름다움을 넘어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임을 보여줬다. 올해로 밴쿠버 패션위크 참가 10주년을 맞은 김보민 디렉터는 팬데믹 시기 밴쿠버에서 브랜드 런칭쇼를 연 인연으로 이번 무대에 돌아왔다. 그는 “오랜만에 시험을 보는 듯한 떨림 속에 준비한 컴백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를 패션 언어로 확장한 이번 작품은, ‘K-밀리터리’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통해 존중과 책임의 가치를 전 세계 관객에게 전했다. 블루탬버린은 현재 캐나다와 한국을 잇는 글로벌 협업을 추진 중이며, 브랜드의 철학에 공감하는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단순한 패션 브랜드를 넘어 사회적 책임과 예술적 감성을 함께 이야기하는 ‘소셜 임팩트 패션’ 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복의 선을 현대적으로 풀다 - 서화(SEOWHA) 박수진 디자이너의 브랜드 서화(SEOWHA) 는 이번 시즌 ‘Garden of Seowha’를 통해 한국의 전통 미학을 세련되게 재해석했다. 전통 한복의 선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이번 컬렉션은 실크와 자카드 소재 위에 섬세한 자수를 더하고, 파스텔 톤으로 절제된 우아함을 완성했다. 전통음악을 전공했던 박수진 디자이너는 무대 의상을 직접 만들며 패션에 대한 열정을 키워왔다.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개인 작업물이 밴쿠버 패션위크의 초청으로 이어지며 이번 무대에 서게 됐다. 그녀는 “한복의 단정하고 우아한 선을 현대적으로 살려, 한국 특유의 단아한 매력을 세계에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 디자이너는 현재 트위드와 캐시미어를 활용한 FW 컬렉션을 준비 중이다. 첫 해외 무대를 마친 그는 “두 번째, 세 번째 컬렉션을 완성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새로운 도약을 예고했다. 전통과 철학이 만난 글로벌 무대 밴쿠버 패션위크는 단순히 트렌드를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다. 다양성, 지속가능성, 그리고 커뮤니티 중심의 창의적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패션을 통해 사회와 문화를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한국 디자이너들의 활약은 K-패션이 일시적 트렌드를 넘어, 세계 패션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줬다. 특히 운영진 내부에서도 한국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밴쿠버 패션위크 마케팅팀의 천현미(Mia Cheon) 소셜미디어 매니저는 “이번 시즌에는 캐나다 로컬 디자이너들의 참여가 유독 많았다”며 “평소보다 지역성과 커뮤니티 중심의 분위기가 강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소셜미디어팀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박서진씨 역시 “패션위크 현장을 직접 기록하며 패션이 단순한 옷이 아니라 ‘문화와 사람을 잇는 언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운영진과 현장의 양쪽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의 존재는 K-패션의 세계적 확장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앞으로도 그들의 열정과 창의성이 더해져, 밴쿠버를 비롯한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디자이너들의 도전이 한층 더 왕성하고 다채롭게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밴쿠버 중앙일보=엄주형 기자 [email protected]패션위크 밴쿠버 밴쿠버 패션위크 패션 브랜드 글로벌 패션
2025.10.28.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