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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의 마주보기] 사랑에 기반한 친밀한 관계

언젠가 기나긴 여행 중에 우연히 한 그림을 보고 온몸의 피곤함도 잊은 채 멍하니 그 앞에서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그것은 바로 머리가 하얗게 센 한 노부부가 나란히 안락의자에 앉아서 해변을 바라보고 있는, 평온한 뒷모습을 담은 참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나는 그 소박한 그림으로부터, 해질녘의 푸른 바다 위의 잔잔한 파도를 배경으로 그 부부가 살아온 장구한 굴곡의 세월과 함께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때 틀림없이 마음속으로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고 강렬하게 외쳤던 것 같다.     우리는 고령사회에 살고 있다. 인구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한국은 전체 인구의 18%를 넘고, 미국은 거의 17%이며, 일본은 29%정도라고 보고된다. 노인문제는 이제 우리 모두의 숙제로서, 창의적인 해결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개인 스스로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모두가 노년에 대비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생애를 살도록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노년의 풍요로운 삶은 어디에 기반할까? 건강한 노년에는 심리적•신체적•경제적으로 많은 것들이 필요하며, 인간관계 또한 매우 중요하다. 로버트 월딩거와 마크 슐츠는 2023년에 낸 책,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The Good Life: Lessons from the World’s Longest Scientific Study of Happiness)에서 노년기일수록 친밀한 관계의 형성과 지속에 더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안정 애착을 형성한 관계가 삶의 만족도를 더 높이고, 우울감을 덜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50세에 느낀 결혼생활의 행복이 50세 때의 콜레스테롤 수치보다 노년기의 신체 건강을 예측하는 데 더 유용하다”고 하며, 심신과 정신 건강의 복잡하고 깊게 얽힌 관련성을 지적한다. 이에 “인간관계는 우리 내면에 살고 있다.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을 떠올리기만 해도 각종 호르몬과 화학 물질이 생성되고 그것이 혈액을 타고 이동해 심장과 뇌, 다른 많은 신체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효과는 평생 지속된다”고 재차 강조한다. 즉, 친하며 우호적인 상호관계는 행복지수를 올리고 개개인이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다각도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월딩거와 슐츠의 책은 하버드가 1938년에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85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과학적인 성인 발달 연구를 기반으로 했기에, 전례 없는 방대한 데이터를 집대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장기간에 걸친 하버드의 연구는, 결국 우리 선인의 지혜, 즉 ‘인간 삶의 만족도와 행복의 비밀은 바로 인간 사이의 친밀하고, 또 주변 사람들과 맺는 상냥하고 좋은 관계에 있다’는 진리를 또 다시 재발견해 낸 것이다! 그리고 그 친밀한 관계는 가정에서 함께 사는 부부에서 시작된다. 미국 문학의 거장, 마크 트웨인은 “사랑은 가장 빠른 것처럼 보이지만 성장하는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느리다. 결혼한 지 25년이 되기 전까지는 어떤 남녀도 완벽한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했다. 뜨겁게 불타오르는 정열적인 사랑은 대체로 18개월에서 3~4년 정도 간다. 따라서 그가 말한 25년은 인생이라는 가시밭에서 부딪히는 갖가지의 역경을 뚫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함께 일구어 낸 사랑의 성장, 그 ‘성숙도’에 기반한 개념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용의 해인 2024년은 결혼한지 30년째로, 트웨인이 언급한 25년을 훨씬 넘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느끼는 감회 또한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그 인상적인 그림을 기억하는가? 사랑이란 서로가 마주 보는 것을 넘어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지향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부부가 건강하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정열적 욕구에서 시작된 사랑을 키워서 서로가 의지하며 이해해주고,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영원한 동반자적 사랑으로 승화시켜 가는 것을 의미한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사랑 기반 동반자적 사랑 신체 건강 정신 건강

2024.03.0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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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AI 기반의 HR

최근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화제 중 하나가 챗GPT와 인공지능(AI)인 것 같다.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된 웹사이트를 나열만 해주는 구글과는 달리, 챗GPT는 질문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수집해 정리된 답변을 준다.   아직까지 많이 쓰이지는 않지만, 챗GPT를 기반으로 한 HR 프로그램들이 활발히 개발 중이고, 벌써 일부 회사들은 입사 지원서나 레주메 등을 분리하고 스크린하는 작업에 AI의 도움을 받고 있다. 또한, 앞으로는 고용주들이 병가 허가 결정이나 해고 결정 등의 중요한 인사 결정을 내릴 때, AI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빠른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시대도 곧 올 것이다.   그러면 AI가 상황을 분석한 후 직원을 해고해도 문제없다는 답변을 주어 고용주가 이에 따라 직원을 해고했는데, 직원이 차별이나 보복적 부당 해고 소송을 제기했을 경우, 고용주는 AI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을까.     차별이나 보복 등은 고용주의 ‘의도적’인 행위이며, 불법적인 해고 사유였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중립적인 AI의 결정이었기 때문에 의도적이지도 불법적이지도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비해 최근 캘리포니아는 관련된 법안을 부지런히 발의 중이다. 캘리포니아에서 부당 해고는 고용주가 의도적으로 차별이나 보복적인 인사 조처를 할 때도 성립이 되지만, 그러한 의도가 분명하지 않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차별적이거나 보복적인 상황이 되었을 경우에도 부당해고가 성립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가 구조조정을 했는데 입사 날짜에 따라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고 대상자가 모두 여성일 경우, 겉으로는 차별적인 이유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차별적인 결과가 되었을 경우, 상황이 때라 부당해고가 성립될 수도 있다. 따라서, 불법적인 의도 없이 AI에 의존하여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결과에 대해서는 고용주의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발의 중인 캘리포니아 법안은 고용주가 AI를 통한 인사 결정을 내릴 때도 ‘impact assessment’ 즉 그러한 결정의 결과를 고용주가 자체 분석 및 평가할 의무를 지도록 하고 있다. 또한, AI 기반의 프로그램을 만든 개발자나 판매자의 책임과 그러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고용주의 책임을 각각 다르게 정의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도 아직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려면 많은 시간과 실무 경험,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 같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잘 만들어진 AI 기반의 HR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나면 분명 고용주의 HR 업무에 큰 도움이 되고 법을 준수하기도 훨씬 쉬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책임은 고용주에게 짊어지도록 법이 설계되고 있기 때문에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10년간 노동시장은 물론 노동법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고용주들의 관심과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문의:(310)284-3767 박수영 / Barnes & Thornburg, LLP·변호사노동법 기반 프로그램 인사 결정 정리해고 대상자 ai 기반

2023.04.19. 17:41

[우리말 바루기] 동사가 된 ‘기반하다’

일상에선 통용돼 왔지만 “실화에 기반한 영화”는 그동안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으로 분류됐다. “실화에 기반을 둔 영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로 적절히 바꿔 줬다. ‘기반하다’를 동사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반하다’를 굳이 ‘기반을 두다’ ‘기반으로 하다’와 같은 형태로 바꿀 필요가 없어졌다. 바탕이나 토대를 두다는 뜻의 동사로 ‘기반하다’를 쓸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기반하다’가 2017년 4분기 표제어로 추가돼서다.   접사 ‘-하다’는 일부 명사나 부사 등을 형용사나 동사로 바꿔 주는 기능이 있다. 일·생각·공부·위반 등처럼 대체로 동작성이나 서술성이 있는 말에 붙는다. 도구·두뇌·성적·벌금과 같은 움직임이 없는 말과 결합하면 어색하다.   논란의 소지도 있다. 동작성 명사가 아닌데도 ‘-하다’가 붙은 형태의 말이 사전에 등재돼 있어서다. 동사 기초하다·근거하다·토대하다 등이다. 언어 습관의 변화를 일부 받아들여 사전에 올린 경우다. 이번엔 ‘기반하다’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여전히 바탕하다·뿌리하다는 인정하지 않는다. “실화에 바탕한 작품” “실화에 뿌리한 글”은 각각 “실화에 바탕을 둔 작품” “실화에 뿌리를 둔 글”로 고쳐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기반 동작성 명사 언어 습관 일부 명사

2023.01.20. 19:13

[재테크] '베이지북' 기반으로 준비하는 2022년

연준이 매년 여덟 차례에 걸쳐 발표하는 ‘베이지북’은 양적 데이터 대신 경제 환경에 대한 질적 분석과 관점을 담고 있다. 그만큼 연준의 정책 입안과 결정에 중요하게 반영되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연준의 정책 방향 뿐 아니라 향후 경기의 향배에 대해 유의미한 단서를 제공하는 자료로 읽힌다. ‘베이지북’이 말하고 있는 것과 말하고 있지 않는 그 너머의 의미들을 통해 2022년 투자 전략의 초안을 잡아보자.   ▶10월의 베이지북 = 지난달 21일 발표된 ‘베이지북’은 소매 매출 및 소비 지출 패턴과 관련된 최근의 흐름과 분석을 확인해줬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지속적인 소비 지출 상승세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소비 지출이 늘어났다. 이는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공급망 차질로 인해 재화가 부족하고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있음에도 불구, 소비 수요가 위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과 아마존의 실적 = 3분기 애플과 아마존의 실적은 부진했다. 애플과 아마존은 그 규모와 영역에 있어서 미국 경제 전체를 아우른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미국 내 기업들이 현재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공급망 차질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인플레이션이 최근 몇 달 동안 지난 20년래 최고 수준으로 오르고 있지만 이로 인해 소비 수요가 타격을 받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베이지북은 진단했다. 물류 라인이 막히면서 오히려 소비가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만큼 2022년까지 인플레이션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시장 전망은 대체적으로 밝게 점쳐지고 있다. 신용 시장 상태가 양호하고 10년 예상 인플레이션은 지난 20년 동안 보여준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에 대한 이해 = 지난 9월 중 소비자 물가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4%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년래 나타났던 연간 대비 상승 수치 중 가장 높은 폭이었다.   그런데 이런 수치는 그 이면을 볼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다양하다. 제대로 비교 분석하기 위해서는 보고 있는 데이터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 소비자 물가 지수는 가격 움직임의 폭이 큰 식품과 에너지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경기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핵심 지수보다는 식품, 에너지를 포함한 일반 인플레 지수를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의견이 있다. 소비 경제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식품과 에너지 가격 변동은 결국 모든 미국의 가장 중요한 경제 주체가 경험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 소비 지출 지수(PCE)도 같은 기간 전년 동기 대비 4.4%가 뛰었다. 이 지표 역시 소비자 물가 지수와 마찬가지로 20년래 최고 상승 폭을 보인 것이고 식품과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현 시기 인플레이션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소비자 물가 지수와 개인 소비 지출 지수는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것도 알 필요가 있다. 산출하는 공식 자체도 다르지만 분야 별 반영하는 비중이 틀리고 커버하는 영역도 PCE가 좀 더 넓다. 소비자 물가 지수(CPI)가 소비자가 직접 지출한 비용 만을 반영하는 반면, 더 넓은 영역에서 소비자를 위해 대신 지출된 비용까지 반영하는 것이 PCE라고 볼 수 있다. 연준이 경제의 현주소를 판단하는 도구로 PCE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테이퍼링(tapering)’에 대한 이해 = 올 들어 가장 자주 언급되는 용어가 ‘테이퍼링’일 것이다. 연준이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통화를 조절하는 방식 중의 하나가 채권을 풀거나 회수하는 방식이다. 그동안은 계속 채권을 거둬들이고 돈을 풀어왔다. 팬데믹 충격을 완화하고 경제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온 것이다. ‘테이퍼링’은 이와 같은 통화 정책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오해가 있다. 테이퍼링을 연준이 즉각적으로 돈 줄을 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불안해 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지난주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준 의장 파월은 지속적으로 경기 추이를 지켜보고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현재 테이퍼링의 정확한 의미는 긴축이 아니다. 단지 완화 정책의 속도를 조금 늦추겠다는 의미가 크다. 그만큼 경제가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급 사이드 인플레이션 =현 상황에 대한 판단과 내년도의 시장 및 경기 전망은 공급망의 정상화 속도에 달렸다. 지금 인플레이션은 공급의 차질이 밀어 올린 결과의 성격이 강하다. 현재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소비자 수요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준에는 못 미치는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로선 인플레이션의 장기화를 우려할 근거는 없다는 뜻이다. 다만 현재 진행형인 공급망 문제가 조속히 풀리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그만큼 수요 측면에서 촉발된 물가상승세의 풀이 꺾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결이 지연되고 소비자 수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가속화되면 어쩔 수 없이 진짜 ‘긴축’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가장 큰 리스크(risk)인 셈이다.   어찌됐든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신호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적절히 통제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다. 그러나 시장의 수급불균형 해결 여하에 따라 경기 향방과 시장의 흐름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친 낙관도 금물이다. 조심스럽게 낙관하며 만약도 대비할 수 있는 투자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켄 최 아메리츠 에셋 대표재테크 베이지북 기반 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 데이터 인플레이션 압박

2021.11.0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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