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최신기사

[열린광장] 아주 특별한 음악회

11월의 늦가을 바람이 코리아타운을 스쳐 지나가던 어느 토요일, 피코 길의 ‘AI Auto Collision’ 앞에는 이른 저녁부터 따뜻한 온기가 피어올랐다.     평소에는 철과 기름 냄새가 어우러진 자동차 정비소였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정비소 창립 1주년과 추수감사절을 맞아 마련된 이웃 초청 음악회는 마치 오래된 이웃집 마당에서 열리는 잔치처럼 정겹고 소박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BBQ 그릴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고소한 냄새가 반가운 사람들을 첫 번째로 맞이했고, 가을이 떠나가는 것을 붙잡지 못해 못내 아쉬워하는 이들이 국적과 인종을 초월하여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정비소라는 이름표를 잠시 떼고, 이곳은 단번에 사람과 음악이 서로를 안아주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바디 프레임 머신 위에 즉석 무대가 설치되고 벽 높은 천장을 이용한 ‘K-Top Band’라는 로고가 들어간 대형 배너가 행사장 분위기를 압도했다.   음악의 힘은 위대하다. 다국적 음식과 술이 익어가는 가운데 연주되는 음악들은 BBQ 연기마저 아련하리만큼 감미로웠다. LA 코리아타운의 3대 기타리스트라는 박강서, 이승희, 최동남이 총출동하고 명 MC 한미옥이 키보드를 맡았는가 하면 방송인이자 가수 이영곤의 특별 무대까지 감동을 더 하면서 우리 모두를 음악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만들어주었다. 그동안 서로를 지켜준 시간에 대한 고마움도 눈빛으로 전하면서….   첫 곡, 마이클 부블레의 ‘Quando, Quando, Quando’를 부른 박강서와 K-TOP Band는 우리에게 호소하는 듯했다. “언제 나에게 좋아라고 대답할 거야? 말해줘 언제쯤이야?”라는 가사의 뜻처럼 기다림과 설렘을 너무도 매끄럽게 풀어내면서 누군가에 당장이라도 고백해야 할 것 같은 충동이 일었다. 혹시 오늘 같은 밤이 또 올 수 있을까 싶어서….   카펜터스의 ‘This Masquerade’는 수많은 감정들이 담긴 서로 얼굴을 숨기던 팬데믹의 기억이 조명 아래 조용히 내려앉는 듯하여 노래는 아프지만 부드러웠다. 조금씩 가면을 벗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기 시작한 지금이기에 우리의 마음엔 어쩌면 이 음악이 더 큰 위로로 다가왔을지 모를 일이다.     이어진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Sultans of Swing’에 이르러서는 비로소 정적을 깼다. 기타가 공기를 찢으며 나아가자, 무대를 마주한 모두는 환호를 하며 잠시 잊고 지냈던 발끝의 리듬을 다시 기억해냈다. 전설적인 록밴드의 기타 연주가 끝나고 산타나의 ‘Samba Pa Ti’ 연주에서는 깊어가는 가을밤 사랑이 샘솟듯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 모두를 무도회장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이어 등장한 게스트 이영곤과 최동남은 한승기의 ‘연인’과 강산에의 ‘예럴랄라’를 불러 이날 참석한 타인종에게도 K-POP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마지막 게리 무어의 ‘Still Got the Blues’가 연주되는 순간 나는 잠시 가벼운 대화마저 멈춰야 했다.     영국 북아일랜드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이면서 락과 블루스, 헤비메탈,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하게 활동했던 게리 무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그 만의 섬세한 필링과 마치 기타가 우는 듯한 특유의 플레어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기타를 쳤던 사나이. 그 곡이 K-Top Band의 목소리와 연주로 재현되면서 공연은 절정에 달했다.   11월 어느 날, 감사의 계절을 보내면서 모두와 함께했던 아주 특별한 음악회였다. 무대와 박수, 음식과 음악이 각자의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건네진 나눔이었기 때문이다.  이광진 / 문화기획사 에이콤 대표열린광장 음악회 기타 연주가 다국적 음식 정비소 창립

2025.12.30. 20:50

썸네일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