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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아름다운 세상

바람에 종이 인형처럼 마냥 휘날리더라 / 아무것도, 아무일도 하지 않았는데 / 바람에 밀려가는 네가 쓸쓸해 보이더라 / 걸음을 모아 하늘에 날려보내도 좋겠더라 // 바위에 부딛혀도 아프지 않더라 / 흩어지다 모아지고 또 산산히 부서지는데 / 세상을 잃고 춤추는 네가 서글퍼 보이더라 / 두손을 모아 호수에 담아도 출렁이더라 // 오늘 다짐하라던 서늘한 네 목소리 / 돌아서는 마음을 다잡아 나무 한그루 심었네 / 세월이 지나야 아름다워질 것들이 보이네 / 전나무 푸르름같이, 너의 깊어지는 눈망울 같이 // 내안에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보다가 / 후미진 곳에 꽃을 피운 네마음을 알겠더라 / 매일 가져야하는, 느껴야하는, 먹어야하는 / 소소한 것들이 소중하고 귀하게 저무는 하루 // 내것이 아닌 것을 내것이라 말할 수 없듯이 // 행복을 채워줄 수 없는 작은 것들로부터 / 보이지 않는 당신의 손이 내 작은 생각보다 / 크고 높은 곳으로 이끄심을 느끼네 // 슬픔과 괴롬 가운데 넘어진 너의 근심이여 / 큰것이 아닌 작은 사소함으로 부터 밀려오는 / 당신의 눈길, 그 평안의 길을 걸어야하네 / 일상의 일들이 신성한 순간으로 이어지는 길로   아름다운 세상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아도 어떤 사람의 마음 속엔 전혀 감흥이 다가오지 않는다. 그 아름다움을 느낄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 마음 속엔 불만과 갈등의 요소로 가득 차 있기에 마음의 눈을 뜨고 그 풍경을 내안의 평안으로 기쁨과 경이함으로 마주할 시간을 순간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그 속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마음으로는 아름다음이라는 고요속으로 침잠해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삶은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비관론자가 되어버릴 때도 있다. 스스로를 어둠의 나락으로 내몰 때도 있다. 일정기간 주어진 삶의 순간들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이 늘 아름답기만 하겠는가.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슬픔과 고통의 순간들이 찿아옴에는 이상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것이 진실이고 그것이 삶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일터로 가야 하고 온종일 일한 후에도 쉬지 못하고 part time 일을 해야 한다면 그 마음 속엔 쉬고 싶고 눕고 싶은 생각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에게는 쉼이 필요하고 또 포근한 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그는 내일을 위하여, 조금 나은 미래의 삶을 누리기 위해 이 모든 순간을 참으며 노력한다. 만약 그 목표를 이루었다 하자. 그 후에도 더 높은 곳을 향해 더 풍족한 삶을 위해 끊임없는 그의 사투는 계속될 것이다. 이쯤에서 그의 삶을 복귀할 필요를 느껴야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나?의 물음 앞에 겸허히 서야할 것이다.   길을 걷다가 담장 후미진 곳에 피어난 이름모를 꽃 한송이가 길가던 그를 멈춰 세웠다면 그때 그의 환경과 처지가 어떠하든 상관이 없다. 한 순간을 마음 속에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삶의 아픔은 치유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발견하고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세상을 아름답게 산다는 말은 그의 안에 아름다운 세상을 품고 산다는 말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see와 watch의 차이, hear와 listen의 차이를 알게 되면 우리 모두는 좀 더 아름다운 세상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눈이 있어서 볼 수 있는, 무의식적으로 무엇인가를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관심을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태도의 변화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귀가 있어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집중해서 소리를 찿아내는 순간들이 잦아질 때 삶의 퀄리티가 높아질 수 있다. 슬픔이 깊을수록 그 속에서 행복의 씨앗들을 찿을 수 있는, 아 어둠이 깊을수록 오히려 밝아올 새벽의 먼동을 기억할 수 있다면 그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전나무 푸르름 나무 한그루 종이 인형

2025.06.2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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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은쟁반에 구르는 포도알처럼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는 부질없는 위로가 아니다. 어느 천지에 볕들 날을 기다릴까 고심했는데 드디어 작은 햇살이 보인다. 무작정 기다린다고 쥐구멍에 볕이 안 든다. 캄캄한 쥐구멍에 웅크리고 빛이 들기를 기다리는 건 바보짓이다.   ‘노력은 성공의 아버지’라 굳건히 믿고 활용할 모든 지혜와 방법을 동원해 희망의 빛이 보이는 쪽으로 헤쳐나가면 끝이 보인다. 궁지에 몰려도 살길을 찿으면 산다.     새해부터는 정말 하고 싶은 것, 꼭 필요한 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찿아 세월 속에 묻힌 유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로 한다. 자식과 가족, 타인이나 친구를 위한 염려를 접고 인생의 지도를 새로 그리기로 한다. 인생의 후반기에 적합한 색깔의 깃대를 꼽고 남은 시간 나를 위한 일에만 열중하기로 한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무심하게 스쳐간 세월 속에 파묻혀 흔적조차 사라진 내 모습을 복원하기로 한다. 크게 이룩한 부와 명예도 없고 남보다 특출하게 잘나고 내세울 것이 없지만 열심히 살아왔던 흔적들은 여기 저기 남아있다. 뒤돌아볼 시간도 없었고. 내일을 염려할 여유조차 없어, 매일 씨름하듯 싸우며 살아왔다.   가족과 아이들 챙기고, 사업에 몰두하며 고객들 돌보고, 이웃과 친구, 동료들 틈바구니에서 욕망을 실은 전차는 바퀴가 닳도록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다.   부를 축척하기 위해 레스트랑 체인을 운영하고, 돈을 벌기 위해 화가의 꿈을 접고 화상이 되었다. 차별의 벽을 넘기 위해 현대미술 화랑을 열고 창작예술센터를 건립하고 아트스쿨을 개관했다. 발뒤꿈치에 피멍이 들도록 아트쇼를 드나들며 안목을 키우고 결코 뒤지지 않을 다짐을 했다. 절벽 끝에서 이판사판 살아남을 이유는 충분했다. 남의 땅이지만 뿌리 깊은 나무로 자라고 싶었다.     내일은 없다. 내일의 태양은 영원히 뜨지 않을 지도 모른다. 오늘 이 순간 찬란한 빛을 가슴에 품지 않으면 내일의 태양은 없다.   격투는 끝났다. 인생의 전쟁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아이들은 학업을 마치고 짝을 만나 결혼해 손주 둘씩 낳아 가족사진에 숫자가 늘었다. 손주들은 이기적인 유전자 덕분에 만나면 그림공부 하자고 졸라댄다. ‘할머니!’라고 부르는 애들의 목소리가 은쟁반에 구르는 포도알처럼 달콤하다.   인생에는 승리자도 패배자도 없다. 각자의 펼쳐진 길 위를 걸어왔을 뿐이다. 뒤돌아보면 소금기둥이 될까 두려워서 앞만 보고 그냥 달려왔다. 생의 후반기는 허비할 시간이 없다. 지난 날들을 돌아보며 후회하지 말기! 남은 시간이 부질없고 안타까워 넋놓고 살면 두려움의 그림자가 커진다.   겁도 없이 무작정 설치던 청춘의 시간은 찬란했다.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 장수처럼 적을 무찌를 준비가 돼 있던 장년은 풍성하고 싱그러웠다.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이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꿈도 희망도 사라진 황량한 벌판에 홀로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사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절벽 위에서 혈투가 벌어져 수십길 낭떠러지로 떨어져도 주인공은 구사일생 살아남는다. 목숨을 구걸하지 않을 결심을 하면 남은 시간은 축복이다.   폭풍이 지나간 언덕에도 태양은 찬란하게 빛나고 꽃은 피어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를 위해 새로운 출발을 꿈꾼다. 욕심 부리지 않고 자랑하지 말고, 머리 숙이지 않고, 작은 뿌리로 남아 봄을 꽃피울 나무 한그루 찿아나선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은쟁반 땅이지만 뿌리 나무 한그루 손주 둘씩

2025.01.1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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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시] 레이크엘시노 꽃잔치

보이네 들리네     돌 자갈 밭에…   소리가…   두런     두런 소근소근   곧, 와글와글 해버릴 꽃들의 잔치       앞으로의 준비는   성장의 준비는   언제나 복잡한것     나무 한그루 못 자라는     그 척박한 캐년의 땅에       모래알 사이, 틈없는 진흙사이     삐죽 삐죽 자갈 사이   메마른 뿌리들   사막 가시들   한 몫 하는 비닐 공해 사이사이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보여 주세요   내 멋진 몸매 파피꽃   함박 웃음으로 무리 무리지어   피울 거예요       나누어야 해, 경험을     긴 긴 기다림 속 희미해 진 유전자 속 기억   꽃샘 추위속에 떠는 먼저 핀 선배님   도와 주세요   바람이여 조금만, 햇볕이여 조금만 조금만       난 올라 갈거야 대지위     하늘아래 땅 위에   내 살아 있음을     황홀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보여주리         그 갈구와 바램과 욕망은     메마른 캘리포니아  레이크엘시노에   씨를 뿌렸네 온 산과 들에   척박한 캐년 땅   그 강렬한 주황색의 잔치       물 바람 태양… 온도와 습도는     몇어년 긴, 긴 기다림의 시간으로     마침내 시작 되었네   꽃잔치 흥겨우리, 레이크엘시노   2023 다가올 춘 삼월에  서은희독자 시 꽃잔치 레이 바램과 욕망 나무 한그루 꽃샘 추위속

2023.02.2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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