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수첩] 노병들 '한국 사랑'…이런 조직 또 어디 있나
5만3000명. 주한미군전우회(KDVA) 회원 수다. ‘한국 복무’라는 공통점으로 모인 이들은 단순한 전우회를 넘어 한미동맹의 가치를 확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KDVA는 지난 24~25일 샌디에이고에서 연례 총회 및 한미동맹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의 ‘한국 사랑’은 여전했다. KDVA 회장이자 제25대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자신의 군 경력 중 유일한 아쉬움으로 “좀 더 일찍 한국에서 근무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그는 현재 미주리주의 한 시골 마을에 거주하고 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한국에서 3년간 근무했다고 하면 ‘아직도 한국에 미군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며 “그럴 때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고 말했다. KDVA는 단순한 전우 모임을 넘어 미국 내 최대 ‘친한’ 싱크탱크로 발전할 잠재력을 지닌 조직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체 측에 따르면 전직 주한미군이 모두 가입할 경우 회원 수는 최대 330만 명에 달할 수 있다. 특히 에이브럼스 회장을 비롯해 커티스 스캐퍼로티, 빈센트 브룩스, 월터 샤프 등 전직 4성 장군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이들의 풍부한 전략 경험과 전문성은 한미 군사동맹 강화의 중요한 자산으로 꼽힌다. 정책적·외교적·군사적 측면에서 이들의 조언은 한국 정부의 그 어떤 로비 활동보다 값진 자원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KDVA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체적인 펀드레이징이 어려워 사실상 한국 보훈단체인 한미동맹재단의 재정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한미동맹재단은 KDVA의 운영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KDVA가 미국 내 비영리법인이라는 한계 때문에 한국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보훈단체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KDVA는 한미동맹의 최전선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한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확산시키는 사실상 ‘비공식 외교 사절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조직을 한국 정부와 한인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미국 내에서, 그것도 비(非)한인들이 중심이 되어 한국과의 동맹 강화를 위해 헌신하는 단체가 얼마나 될까. KDVA 회원들이 내는 목소리는 한미 양국의 신뢰를 다지는 일이며, 그 속에는 한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진심이 담겨 있다. 그들이 한미동맹의 가치를 미국 사회 전반에 확산시킬 수 있도록 돕는 일,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동맹 강화의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김경준 기자취재 수첩 한국 노병 한국 사랑 노병들 한국 한국 정부
2025.10.29. 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