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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시니어 센터에서 만난 사람들

지난여름부터 일주일에 두 번, 두 곳의 시니어센터에 간다. 미국 시니어센터는 한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양로보건센터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소액의 (나는 노스리지에는 연회비 15달러, 셔먼옥스에는 월회비 5달러를 낸다) 연회비 또는 월회비를 내면 센터가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미술부터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 카드나 마작, 당구 같은 게임, 빙고, 댄스, 토론이나 상담 등이 있고, 점심이 무료로 제공된다. 그 밖에도 법률이나 의료상담, 기타 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오늘은 그곳에서 만난 몇 사람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80대 중반 나이의 A는 최근에 운전을 그만두고 시니어와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차량을 이용한다. 어느 날 신호등에서 좌회전하게 되었는데, 어느 쪽 차선으로 가야 할지 차선이 구분되지 않았다. 이러다가 큰 사고를 내겠다 싶어 운전을 그만두기로 했다. 미국에 살며 운전대를 놓는 것은 자유를 버리는 것과 같다. 우버나 택시는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 시니어를 위한 공유 차량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데, 하루 전  예약이 필수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 평생 누리던 자유를 주저 없이 포기한 그녀가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딸 집 근처 모빌홈에 사는 T는 채식주의자다. 그녀는 고기나 생선은 물론 버터나 치즈 같은 유제품도 먹지 않는다. 몸은 매우 말랐고, 피부도 다소 거칠며, 혈색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영양 불균형 탓인 것 같은데, 그녀는 시도 때도 없이 채식의 장점을 주변 사람들에게 역설한다. 비인도적으로 키운 동물의 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잔인한 육식동물로 표현하기도 해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K씨는 내가 노스리지 시니어 센터에서 만난 한인이다. 일주일에 두 번 양로보건센터에 나간다는 그는 ‘메디케이드 재산 회수’ 때문에 전에는 주 3회 나가던 것을 2회로 줄였다. 실제로 작년 봄에는 8000달러가 넘는 청구서를 받았다. 올해에도 비슷한 금액의 청구서가 날아올 것이라고 한다. ‘메디케이드 재산 회수’란 집이나 재산이 있는 시니어가 메디케이드를 통해 받은 혜택을 사후에 정부가 챙겨가는 것을 말한다. K씨는 자기 소유의 집이 있기 때문에 이에 해당한다. 남의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자식에게 남겨주기 위해 그 나이에도 불편을 감수하며 산다는 것이 현명한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사람은 나이는 물론 이름도 성도 모르며 인사를 나눈 적도 없는 사람이다. 셔먼옥스는 비교적 부촌이지만, 바로 옆 밴나이스는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이며 센터는  그 접경에 있다. 나는 한눈에도 부유해 보이는 유대인들이 모이는 마작 모임에 나가는데, 가끔은 무료급식을 주는 건물에 가서 점심을 얻어먹는다. 그날도 점심을 먹고 있는데,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들여다보니 라이브다. 무대 위 한쪽 구석에 놓인 피아노에 한 노인이 앉아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연주 솜씨가 범상치 않아 보였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가끔 이렇게 와서 피아노를 친다고 한다. 무료급식을 받아먹는 노인들을 위한 라이브 공연이라, 멋지지 않은가.     나이가 들어도 사람들은 모두 제 고집대로 산다. 세상사 옳고 그른 것은 없다. 제멋에 사는 것이다. 어떤 이는 멋져 보이고, 어떤 이는 덜 멋져 보일 뿐이다.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이 아침에 시니어 센터 시니어 센터 노스리지 시니어 메디케이드 재산

2026.02.2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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