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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산타가 되어보세요

블랙프라이데이는 큰 연례행사였다. 목요일 신문을 사서 세일 품목을 검토하고 어디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돌아올 것인지, 필요하면 가족이 분산하는 쇼핑계획까지 세우곤 했다. 새벽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매장을 찾으면 이미 긴 줄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쇼핑 덕에 굳이 새벽에 일어날 필요가 없다.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은 내가 포장을 하고 우체국까지 가는 번거로움 없이 배달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필요하면 카드도 동봉할 수 있다.   지난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에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는 수시로 세일을 한다. 가격을 올려놓고 할인해 주는 행사의 메리트가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제 쇼핑을 그만두었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일 년 12달, 거의 매주 쇼핑을 한다. 선물 때문이다.   내게는 야구팀을 구성할 수 있는 숫자의 자녀와 그들의 배우자가 있고, 9명 외에 지명 대타까지 넣을 수 있는 숫자의 손주들이 있다. 평균 한 달에 2명 정도의 생일이 있다. 여기에 어머니 날에는 딸과 며느리, 아버지 날에는 아들과 사위에게 선물을 보낸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오면 가족 외에 친지, 교우 등과 나눌 선물을 마련한다. 잊지 않고 생일을 알려주는 스마트 폰과 쇼핑의 동반자 노트북이 있어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아내와 나는 선물에 대해 다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가능하면 자주 많은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반면, 아내는 자칫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한다.   손주들에게는 만날 때마다 무엇이든 하나씩 선물을 준다. 이건 첫 손자를 낳았을 때부터 시작한 일이다. 자동차, 인형, 책, 레고 등 작은 것을 하나씩 주면 아이들은 그걸 가지고 노느라 크게 말썽을 부리지 않는다. 게다가 할아버지 집에 가자고 하면 무릇 기대감을 가지고 올 것이다.   선물을 고르다 보면 내가 상대방에 대해 너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취미가 있는 사람이거나,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좋은데, 아니면 그냥 내 취향대로 가게 된다. 나 역시 예상치 못 한 선물을 받고는, 뭐 이런 것을 주나 싶은 생각을 하곤 했는데, 생각을 바꾸었다. 내가 언제 이런 물건을 쓰거나 먹어보겠나. 새로운 경험이다.   내가 아끼는 선물 중에는 10여 년 전에 받은 휠체어 장갑과 노트북 받침대가 있다. 내가 받아서 써 보기 전에는 편리함을 몰랐던 물건들이다. 굳이 따지자면 현금이나 선물권이 실용적이긴 하다. 하지만 선물에는 실용성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포장된 선물을 받는 즐거움, 그걸 열어보는 기쁨이 있다. 무엇보다 선물을 고르고 포장해서 건네주는 이의 따스한 마음이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있는 12월, 산타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열린광장 산타 온라인 쇼핑 동반자 노트북 노트북 받침대

2025.12.0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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