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 콘서트 티켓 1만 달러.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최근 흔하게 보이는 사례다. 플랫폼들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자동으로 가격이 조정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정책을 도입하면서부터다. 가장 극적인 예시는 최근 진행됐던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콘서트다. 멤버 간 불화로 활동 을 하지 않았던 오아시스가 재결합해 15년 만의 첫 콘서트에 나섰다. 정가는 200달러 언저리였지만 판매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500달러 이상까지 올라갔다. 일부 재판매 플랫폼에서는 무려 3만 달러가 넘는 티켓이 등록되기도 했다. 팬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밴드 측은 티켓 가격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영국의 경쟁시장청(CMA)은 이 가격 책정이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국내에서는 비욘세의 콘서트 티켓이 최고 1만 달러에 판매되며 ‘콘서트 계급제’ 논란이 일기도 했다. LA에서는 잉글우드의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K팝 걸그룹 블랙핑크 콘서트가 화제였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적용되지 않았지만, 공연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됐고 500달러 정도였던 프리미엄 좌석은 1500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 이렇게 티켓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게 된 배경에는 국내 콘서트 시장에서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티켓마스터가 도입한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있다. 실시간 수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티켓 가격이 자동 조정되는 구조다. 인기 공연일수록, 좌석이 작을수록, 대기자가 많을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최근에는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 알고리즘이 결합하면서 가격 조정의 정교함이 한층 강화됐다. 티켓마스터는 과거 공연 판매 데이터, 특정 시간대 검색량, 재판매 플랫폼 동향 등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매자가 실제로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는지를 예측해 가격을 실시간으로 올린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티켓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항공권은 시간대나 좌석 수에 따라 가격이 수시로 바뀌고, 호텔은 주말과 주중, 시즌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우버·리프트와 같은 차량 호출 서비스도 ‘서지 프라이싱’으로 수요 급증 시 요금을 자동 인상한다.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역시 수요·재고·경쟁 상황에 따라 가격을 실시간 조정한다. 전문가들은 가격은 더는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변수로 작동하는 시대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움직이는 가격’은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소비자 단체 위치는 “명확한 가격 안내 없이 몇 배나 인상된 티켓을 구매하도록 유도한 것은 기만적 행위”라며 당장 환불조치를 시행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컨트리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팬들은 가격 책정 구조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티켓마스터와 모회사 라이브네이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의회는 이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현재 연방하원에는 티켓 수수료 사전 공개, 다이내믹 프라이싱 명시 의무화를 골자로 한 ‘티켓 법안’이 상정된 상태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소비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반 가격 책정 기술이 계속해서 고도화되고 있고, 플랫폼 입장에서는 한정된 좌석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브네이션은 “다이내믹 프라이싱 덕분에 팬보다 암표상이 얻던 수익이 이제는 아티스트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콘서트 티켓 가격이 더는 ‘정가’가 아닌 ‘시장가’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다. 1만 달러 티켓 시대는 이미 시작됐으며, 앞으로 이 같은 가격 정책이 어디까지 확산될지는 플랫폼의 기술 고도화, 팬들의 반응, 규제의 균형 속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원희 기자콘서트 티켓 콘서트 티켓 비욘세 콘서트 국내 콘서트 공연 다이내믹 프라이싱 박낙희 티켓마스터 인공지능 AI 실시간
2025.07.27. 19:17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가 최근 논란이 된 ‘음식 가격 유동제(Dynamic Pricing)’ 시범 운영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놨다. 28일 공영라디오방송 NPR에 따르면, 최근 언론이 앞다투어 보도한 웬디스의 ‘음식 가격 유동제인 다이내믹 프라이싱’ 2025년 운영에 대해서 하이디 샤우어 웬디스 부사장은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시행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우버 요금처럼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의 가격을 높이고, 반대로 수요가 적을 때는 가격을 낮추는 탄력적인 가격 시스템이다. 스포츠와 티켓 예매 및 차량 공유 앱에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지난 15일 실적 발표 당시 커크 태너 웬디스 최고경영자가 “2000만 달러의 디지털 메뉴 투자를 통해 다이내믹 프라이싱과 일 단위 상품 제공 등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을 두고 주요 언론들이 수요가 가장 높은 시간대에 웬디스를 사 먹으려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일제히 쏟아냈다. 이에 소비자들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업체가 다이내믹 프라이싱 시행에 대해 공식 부인하면서 진화에 나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재선 기자 [email protected]음식값 유동제 음식값 유동제 다이내믹 프라이싱 비판 여론
2024.02.28. 17:54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이 다양한 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언뜻 보면 처음 듣는 생소한 용어 같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생활 곳곳에서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경험하고 있다. 한글로 굳이 번역하자면 ‘가격 변동제’ ‘탄력 가격제’ 정도로 쓸 수 있겠다. 예전에도 영화관 조조할인이나 아침 메뉴를 정상가보다 조금 더 싼 가격에 판매한 것이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호텔업계와 항공업계가 다양한 요인을 종합 분석해 계절이나 요일, 시간대에 따라 다른 가격을 제시하는 판매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는 전자 상거래 업체 역시 최신 기술과 기능을 접목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이 같은 가격 전략을 사용한다. 또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나 리프트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이벤트나 경기 시간대와 교통체증 발생 시 가격을 올리고 한가한 시간에는 낮은 가격을 적용하는 것도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좋은 예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일부 업계와 온라인 상거래 중심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상거래를 비롯한 다양한 업계로 확산될 것 같다. 여기에는 AI 기술의 발달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다시 정리하면 동일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 상황에 따라 바로 가격을 변화시키는 판매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전적인 시장 경제에서는 수요에 큰 변동이 있을 경우 시장 조사가 이뤄지고, 이후에 가격이 변동되는 시스템으로 돌아갔다. 따라서 가격 변동에는 시간도 필요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빅데이터와 AI 등 IT 기술의 발달로 수요에 변동이 일어나면 시장 조사와 가격 변동이 거의 실시간으로 일어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우버 요금처럼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 또는 시간대의 가격은 높이고, 반대로 수요가 적을 때는 가격을 손쉽게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업계 중에는 여행 관련 온라인 예약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이 같은 가격 시스템을 도입해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항공권 가격이나 호텔 방값을 휴가 시즌이나 대형 행사가 예정된 해당 기간에 맞춰 미리 인상한다. 반대로 비수기에는 판매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수요를 늘려 매출을 극대화한다.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다이내믹 프라이싱 전략을 제대로 활용한 예로 꼽힌다. 아마존은 이를 통해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의 가격을 공격적으로 낮춰 경쟁력 평판을 유지하면서도, 가격 변동이 적은 상품 가격을 인상해 마진을 확보했다. 이 전략을 통해 아마존은 매출을 약 27% 증가시켰다. 아마존은 현재 평균 10분에 한 번씩 수백만 개에 달하는 제품의 가격을 변경하고 있다. 우버나 리프트도 마찬가지다. 기존 운송업계는 이동 거리를 기반으로 요금을 책정했지만 우버는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가격을 책정한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적용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월마트는 내년까지 500개 이상의 매장에 전자 가격표를 도입할 계획이다. 전자 가격표는 수시로 가격을 수정할 수 있다. 일본의 대형 가전 유통 업체인 노지마는 이미 2019년부터 모든 매장의 상품 표시 장치를 원격 조정이 가능한 디지털 액정의 전자 가격표로 교체한 바 있다. 외식업계도 마찬가지다. 식당 체인점 누들앤드컴퍼니는 올해 말까지 모든 매장에 디지털 메뉴판을 설치해 음식값을 수시로 바꾸는 전략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음식 체인점 ‘피아다’도 배달 주문에 한해 우버의 가격 책정 방식처럼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엔 더 비싸게 받고, 한가한 시간대엔 싸게 파는 전략을 쓰고 있는데 마진이 2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려다 고객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고객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매출을 올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김병일 / 뉴스랩 에디터중앙칼럼 소매업계 다이내믹 다이내믹 프라이싱 전자 상거래 온라인 상거래
2023.11.05.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