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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단군의 얼, 한국 신앙의 뿌리

며칠 전 옛 사진첩을 꺼내 보다가 깜짝 놀랐다. 육군보병학교 장교 임관식 사진의 날짜가 ‘단기 4290년’으로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숫자를 보니 자연스레 개천절이 떠올랐다. 고조선을 세운 단군왕검을 기념하는 날, 그리고 하늘의 뜻으로 시작된 이 나라의 뿌리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올해는 단기 4358년이다.   단군신화는 언제 들어도 신비롭다. 하늘의 신 환인(桓因)이 세상을 다스릴 뜻을 품고, 아들 환웅(桓雄)에게 천부인(天符印), 곧 하늘이 내린 세 개의 표지를 주어 인간 세상으로 내려보냈다. 환웅은 태백산 꼭대기의 신단수 아래에 신시(神市)를 세우고 인간 세상을 열었다.   그 무렵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길 원했다. 하늘은 쑥 한 줌과 마늘 스무 개를 주며 백일간 햇빛을 보지 않으면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일렀다. 곰은 이를 지켜 여인이 되었지만, 호랑이는 참지 못했다. 여인이 된 곰은 신단수 아래서 남편이 나타나길 기도했고, 환웅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그녀와 짝을 이루었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바로 단군이다.   단군은 평양성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 이름을 ‘조선’이라 했다. 우리 민족의 시조로 기록된 인물이다. 고려시대 승려 일연이 『삼국유사』에 적은 이 이야기는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하늘의 뜻과 인간의 삶을 잇는 상징이다. 곰이든 여인이든, 중요한 것은 단군이 우리 민족의 시작을 상징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 숭고한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민족의 얼은 본래 무교(巫敎, Shamanism)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여기에 유교·불교·기독교 등 외래 종교가 더해지며 정신적 토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그 외래 종교들은 껍데기만 남은 경우가 많다. 유교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보다 삼강오륜의 규범만 남았고, 불교는 해탈의 길이 아니라 현실도피로 오해되었다. 기독교 또한 서구식 형식주의와 자본주의적 윤리에 얽혀 한국적 얼과의 조화를 잃었다.   사실 기독교의 ‘하나님’과 우리 고유의 ‘한울님’ 사상은 서로 닮아 있다. 그래서 복음은 이 땅에 비교적 쉽게 뿌리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교회에는 단군의 얼, 곧 하늘과 인간이 하나로 이어진 조화의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   웅장한 파이프오르간 소리와 학위 가운의 권위 속에 단군의 숨결은 들리지 않는다. 오늘의 신앙이 진정한 한국의 신앙이 되려면, 다시 신시의 바람으로 돌아가야 한다. 환웅이 하늘의 뜻을 품고 인간 세상에 내려온 그 정신인 하늘과 땅, 신과 사람을 잇는 ‘한울림’의 울림이 오늘 우리가 되찾아야 할 단군의 얼이다. 윤경중 / 릿쥐크레스트 한민교회 명예목사열린광장 단군 한국 한국 신앙 한국 교회 외래 종교들

2025.10.3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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