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짝이 있다는 얘기다. 단어도 마찬가지다. 단어도 저마다 타고난 속성이 있어 둘을 붙여 놓았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있다. 앞말의 특성 때문에 뒷말의 선택에 제약이 온다고 해서 이런 것을 ‘의미상 선택 제약’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기지개’다. “꽃망울이 기지개를 펴는 봄날이다” “벚꽃들이 기지개를 펴고 봄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기지개를 펴고 활기차게 움직여 보자” 등처럼 사용된다. ‘기지개’는 피곤할 때 몸을 쭉 펴고 팔다리를 뻗는 일을 가리키는 낱말이다. ‘기지개’ 자체에 ‘펴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의미가 중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펴다’가 아니라 ‘켜다’와 결합시켜 ‘기지개를 켠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예문도 ‘지지개를 켜는’ ‘기지개를 켜고’로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앙금’도 이런 단어 가운데 하나다. ‘앙금’은 녹말 등의 부드러운 가루가 물에 가라앉아 생긴 층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구성원 간 앙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미 다 가라앉아 생긴 것이 ‘앙금’이어서 더는 가라앉을 수가 없다. ‘앙금이 가시지 않고 있다’와 같이 ‘가시다’는 표현을 활용해야 한다. ‘하락세’도 마찬가지다 “하락세로 치닫고 있다”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하락세’는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치닫다’는 위쪽으로 달려 올라가는 것을 뜻하므로 서로 충돌이 일어난다. “하락세로 내리닫고 있다”나 “하락세로 내닫고 있다”고 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단어 단어 가운데 의미상 선택 우리 속담
2025.02.20. 18:39
어린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특성들 중에는 호기심과 의구심이 있다. 그리고 이는 세상에 대한 찬사와 경탄, 놀라움, 경외심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인간과 자연의 것들을 대단하고 신기하게 여기며, 이는 결국 의문을 낳고 또 다른 호기심 및 탐구심으로 발전한다. 말하자면, 아이가 처음으로 아주 큰 나무를 보고서 매우 놀라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런 경이로움은 “왜 나무는 자랄까?” 혹은 “내가 나무를 심는다면, 어떻게 해야 잘 자라게 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직접 실험과 탐구에 임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이는 바로 “I wonder if ~.”이다. 이를 번역하자면 “~라면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가 되겠다. 예를 들면, “내가 공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곧장 직선으로 땅에 빨리 떨어질까, 아니면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떨어질까?”를 묻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어린아이들에게는 이런 경이, 경탄, 궁금증과 호기심이 제 2의 천성이라 할 정도로 매우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나는 이를 ‘자발적 경이로움(spontaneous wonderness)’이라고 부르고 싶다. 즉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의 환경, 사물, 사람들에 대한 놀라움과 궁금증으로서, 스스로 “자발적으로” 좀 더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보이는 타고난 본성과 자질과 잠재력은 이후 꽃을 피워 열매와 결실을 맺도록 지속적으로 계발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글을 배우고 나서 가장 먼저 신기해하고 경이로움을 갖는 단어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이들 자신의 이름이다. 그래서 ‘이름쓰기(name writing)’는 아이가 제일 먼저 배우고 싶어하는 것 중의 하나다. 어린이에게 있어서 실로 자기 자신의 이름을 알고 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나게(!) 신나는 일이다. 물론 다 큰 성인들도 자신의 이름을 무척 중요시하고 사랑한다. 그래서 여러 인간관계에서 갖는 비즈니스 모임이나 사교적 만남에 있어서, 상대방의 이름을 인식하고 불러주는 것은 사회성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자 친밀감의 출발점이 아닌가. 학창시절로 돌아가보자. 새학기에 시작한 수업 시간에 교사가 내 이름을 알고 불러주면, 기분이 으쓱해지고 좋아져서 그 과목에 더욱 열중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이름을 이용해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놀이인 “신나는” 단어 게임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놀이나 게임에 사용하면, 반응도 크고 재미도 있고 효과도 좋다. 이 게임을 교사 교육시에 활용했는데, 대학생들도 매우 좋아했었다. 이 게임은 영어 이름을 구성하는 모든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색깔의 이름을 찾아내는 것이다. 물론 색깔이름 찾기를 시작으로 해서 미국의 주와 도시의 이름, 더 나아가 다른 나라 이름 등을 맞추는 것으로 충분히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름의 알파벳에 매칭하는 색깔을 찾았다면, 그 결과는 리스트를 작성하거나 가로 세로 표를 그려보아도 된다. 이 게임은 친구와 짝을 지어 하거나 여러 그룹이 함께 해도 좋고, 가정에서 엄마 아빠와 즐겁게 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내 이름을 예로 들어보자. 나의 이름은 ‘손원임’이다. 영어로는 ‘Wonim Son’으로 표기하는데, 여기서 성을 빼고, WONIM으로만 해보자. 일단 내 이름은 다섯 개의 알파벳 글자로 구성된다. 그래서 각자에 해당하는 색깔 이름을 맞추자면, W로 시작하는 색깔은 White이다. 그리고 O는 Orange, N은 Neon green, I는 Indigo, M은 Maroon을 들겠다. 그리고 줄여서 몇 가지만 더 예를 들자면, W로 시작하는 미국의 주는 Wisconsin으로, N으로 시작하는 미국의 도시는 New York, 나아가 I로 시작하는 나라의 이름은 Israel을 들 수 있겠다. 물론 각각의 알파벳에 따른 여러 개의 답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재미가 있고, 도전과 실패를 경험하게 해서 문제 해결 능력도 함께 키워갈 것이다. 이 신나는 단어 게임은 아이들의 흥미와 경이를 자아내고, 단어 학습의 반복으로 문해능력의 교육적 효과 또한 높일 수 있다. 또 지리와 문화, 역사 분야 등 다양한 학과목에 걸쳐서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 게다가 순발력과 협동력, 창의성도 함께 키워준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성은 결국 하나의 “단어”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낱말 교육은 아이들의 개념 정리와 사고 체계 구성에 매우 좋다고 추천한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단어 게임 단어 게임 색깔이름 찾기 색깔 이름
2024.10.08. 13:27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다. 비슷한 말 하나가 한동안 괴롭혔다. 국어시간에 담임선생님께서는 학생들에게 ‘효과’의 비슷한 말이 무엇이냐고 물으셨다. 한참동안 답이 나오지 않으니 직접 답을 말씀하셨다. ‘보람’이란다. 납득이 가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효과’는 어떤 원인에 대한 좋은 결과가 있을 때 사용한다. 반면에 보람은 의미 있는 일을 한 뒤에 느끼는 좋은 기분이 아닌가? 하지만 당시에 학습지와 교사용 교재에는 모두 효과의 비슷한 말이 보람이라고 적혀 있었다. 한번은 반대말 때문에 혼자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아버지’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정답은 대부분 ‘어머니’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아버지의 반대말은 ‘아들’이 아닐까? 가족관계를 옆으로 보면 어머니가 맞다. 하지만 위 아래로 보면 ‘아들’일 수도 있다. 성별과 위 아래까지 완전히 바꾸어 버리면 아버지의 반대말은 딸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사랑한다’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미워한다’ 또는 ‘증오한다’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 깊이 생각해 보면 ‘관심이 없다’일 수도 있다. 미워하거나 증오하려면 최소한의 관심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사랑한다’의 반대말이 ‘사랑했다’라고 말한다. 국어 선생님이 아시면, ‘사랑했다’는 반대말이 아니라 과거형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사랑했다’는 말은 많은 뜻을 포함하고 있다. 예전에는 사랑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까지 포함하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반대말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단어에 대한 고민들은 그나마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사라진다. 초등학교 동창 하나가 서울에서 전화를 했다. 오랜만에 예전 친구들이 다같이 한번 만나자고 한다. 늘 서울에 갈 핑계거리만 찾던 나는 좋다고 했다. 그런데 몇 일 후에 그 친구가 시무룩하게 다시 연락을 했다. 부산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듣기에 거북한 소리를 하더라는 것이다. “너와 나는 예전부터 결이 달랐잖아.” 이 말을 듣고 속이 상했다는 것이다. 주위에 물었다. '결'이 다르다는 것이 듣기 싫은 말인가? ChatGPT는 ‘두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 방식이 서로 다를 때” 쓰는 말이란다. 주위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서 듣는 사람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고 말한다. 특히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에게 자신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친구들은 아직도 계속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는 말을 함께 하면서 이야기 할 때는 더욱 그럴 수도 있단다. 단어들의 반대말과 비슷한 말을 생각해 보려는 노력들은 때로 혼란스럽다. 하지만, 말은 그 의미와 사용 맥락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말은 단순히 단어의 정의를 넘어서서 의도와 상황, 말하는 사람의 평소의 생활 태도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말이나 비슷한 말은 강조하는 하나의 기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같은 말도 말하는 사람, 사용하는 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친구들 덕분에 오랜만에 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말은 언제나 듣는 이에게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말하는 사람은 늘 조심해야 한다. 반면에 듣는 사람 역시 늘 말하는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어머니께서 생전에 늘 나에게 말씀해주시던 구절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단어 고민 반대말 때문 예전 친구들 교사용 교재
2024.08.01. 13:50
‘진짜의’, ‘진품의’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어센틱’(authentic)이 미국 유명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의 2023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 27일 메리엄웹스터는 단어 조회수와 검색량 증가 정도 등을 토대로 올해의 단어를 ‘어센틱’으로 선정했다. AP통신은 “인공지능(AI)이 발전하는 가운데, 딥페이크(deepfake·AI를 활용해 인물의 이미지를 실제처럼 합성하는 기술)가 흥하고 객관적 사실·진실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탈 진실(post truth) 시대의 양상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어센틱’의 검색량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올해에는 일 년 내내 전례없이 높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에서 ‘어센틱’을 찾아보면 “거짓이나 모방이 아닌, 진짜의, 실제의”라는 풀이가 첫 줄에 나온다. 이어 “자신의 인격이나 정신, 성격에 충실한”, “원본과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거나 수행된” 등이 뒤따른다. 메리엄웹스터는 올해의 단어 후보에 올랐던 다른 단어들도 함께 소개했다. ‘엑스’(X)는 트위터의 새 이름이 되면서 검색량이 급증했다. 이스라엘 집단농장·정착촌을 뜻하는 ‘키부츠’(kibbutz)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후 찾아보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메리엄웹스터 단어 메리엄웹스터 올해 단어 조회수 영어 단어
2023.11.28. 21:22
우리 속담에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짝이 있다는 얘기다. 단어도 마찬가지다. 단어도 저마다 타고난 속성이 있어 둘을 붙여 놓았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있다. 앞말의 특성 때문에 뒷말의 선택에 제약이 온다고 해서 이런 것을 ‘의미상 선택 제약’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기지개’다. “꽃망울이 기지개를 펴는 봄날이다” “벚꽃들이 기지개를 펴고 봄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기지개를 펴고 활기차게 움직여 보자” 등처럼 사용된다. ‘기지개’는 피곤할 때 몸을 쭉 펴고 팔다리를 뻗는 일을 가리키는 낱말이다. ‘기지개’ 자체에 ‘펴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의미가 중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펴다’가 아니라 ‘켜다’와 결합시켜 ‘기지개를 켠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예문도 ‘지지개를 켜는’ ‘기지개를 켜고’로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앙금’도 이런 단어 가운데 하나다. ‘앙금’은 녹말 등의 부드러운 가루가 물에 가라앉아 생긴 층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구성원 간 앙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미 다 가라앉아 생긴 것이 ‘앙금’이어서 더는 가라앉을 수가 없다. ‘앙금이 가시지 않고 있다’와 같이 ‘가시다’는 표현을 활용해야 한다. ‘하락세’도 마찬가지다 “하락세로 치닫고 있다”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하락세’는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치닫다’는 위쪽으로 달려 올라가는 것을 뜻하므로 서로 충돌이 일어난다. “하락세로 내리닫고 있다”나 “하락세로 내닫고 있다”고 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단어 단어 가운데 의미상 선택 우리 속담
2023.07.24. 19:08
‘사죄’라는 그 단어 하나,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지난 6일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 방안을 발표한 후 일본 정부의 반응을 취재하면서다. 일본의 ‘호응 조치’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역대 담화를 계승할 것이란 예측이 있었기에 예상 멘트까지 머릿속에 작성해 놓았다. 하지만 이날 국회 질의응답 중 나온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첫 반응은 이거였다.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왔고, 앞으로도 이어가겠다.” 역사에 대한 어떤 내각의 어떤 인식을 이어가겠다는 것인지 의도적으로 흐린 답변. 이후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의 정부 공식입장 발표에선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로 조금 구체화됐다. 그러나 당시 선언에서 오부치 게이조(小??三) 총리가 밝혔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는 입 밖으로 절대 내지 않겠다는 집념이 느껴졌다. 자, 이 정도면 됐니? 라는 태도, 듣는 쪽이 오히려 모멸감을 느끼는 ‘사과 아닌 사과’였다. 징용 문제를 둘러싼 갈등 수습 과정에서 일본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국이 요청했던 두 가지의 호응 조치 중 하나인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는 ‘이미 배상은 끝났다’고 주장해온 일본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수 있다. 남은 하나가 ‘사죄’ 표명이었고 그조차 과거 담화에서의 사죄를 계승하는 방식으로까지 레벨이 낮아졌다. 그런데도 이 정도로 인색하게 굴어야 하는 걸까. 한국 정부는 이럴 줄 알면서도 “하나는 받아냈다”며 서둘러 해결 방안을 발표한 것일까. 아직 시간은 있다. 16일 도쿄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기시다 총리는 ‘사죄’를 입에 올리지 않을 예정이라 한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사죄 표현을 극도로 피하는 이유는 “새로 사과를 표명해도 한국이 다시 뒤집을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선심 쓰듯 하는 ‘간접 사과’는 우려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사과에 그토록 반대하는 보수 세력의 정신적 지주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2015년 발표한 담화에서 “다음 세대에게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은 세대를 넘어 과거 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겸허한 마음으로 과거를 계승하고 미래로 넘겨줄 책임이 있다”고. 이영희 / 도쿄특파원이 아침에 사죄 단어 사죄 표현 정부 공식입장 한국 정부
2023.03.13. 18:08
세상이 좋은 쪽으로 바뀌는지 그 반대인지 알 길은 없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면에서만은 좋은 쪽으로 바뀐다고 본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굉장히 둔감하던 시절, 우린 가사도우미를 식모·가정부라고, 공장노동자를 공돌이·공순이라고 불렀다. 이들 단어 속엔 멸시와 냉대의 의미가 담겨 있다. 다행히 세상은 이에 대해 자정 작업을 해왔고 이제 그 단어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몇몇 단어들은 아직도 생각 없이 사용되고 있고 놀랍게도 일부 언론조차 버젓이 쓰고 있다. 얼마 전 미주지역의 한 유명 인사를 소개하는 한국 언론의 기사를 읽던 중 혼혈아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왔다. 혼혈아? 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피와 피가 섞여서 태어나는 게 아니던가? ‘배달의 겨레’ 한민족의 피는 빨간색이고 타인종, 타민족의 피는 다른 색이라서 나온 말인가? 혼혈아라는 표현은 한국전쟁 이후 한국에 온 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늘면서 많이 쓰이게 된 말이 아닌가 추측된다. 글쎄 몽골의 침입이나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수 많은 국난 때마다 거쳐 간 외국 군인들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당시 혼혈아라고 불렀는지는 모르겠다. 혼혈아라는 단어의 의미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우리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굳이 이런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듣기 거북한 혼혈아라는 말 대신 그냥 한인 또는 한국계라고 불러도 될 일이다. 혼혈아와 함께 우리가 귀가 따갑게 듣고 자라난 단어가 양공주, 국제결혼이다. 이것도 멸시와 냉대가 가득한 단어들이다. 다행히 요즘 양공주라는 말은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한인들 가운데서도 한인이 타인종과 결혼하면 이를 국제결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어 안타깝다. 필자는 나름 민족주의 역사우파라고 생각하지만 배달겨레 한민족은 결코 하나의 민족 집단이 아니라는 역사적 현실을 받아들인다. 우리 한민족은 시작부터 동북아, 만주, 시베리아, 몽골지역의 여러 유목민족과 대만, 동남아쪽에서 한반도로 온 민족들이 뒤섞이면서 출발했다. 청동기 고대국가시대를 거쳐 중세, 근세, 현대로 이어져 오면서 수많은 전쟁이 있었고 외국과의 교류도 있었다. 고려시대 후기 고려왕실은 사실상 ‘몽골반, 고려반’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지금으로치면 미주 한인동포 6세쯤 되는데 고려말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고 심지어 이성계가 고려인이 아니고 여진인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성계가 지휘하던 가별초엔 고려인 외에도 몽골, 여진인들이 많았고 이들은 이성계를 따라 조선건국에 참여했고 조선에 정착했다. 임진왜란 때 조선 땅에 들어왔던 일본, 명나라 군인이 족히 30만명은 되고, 한국전쟁 이후에도 미군을 비롯한 많은 외국군이 들어왔다. 체모가 많고 콧대가 높은 필자는 고려에 들어왔던 몽골군 소속 터키계 병사의 후손일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듣는다. 한인 이민역사가 깊어지면서 가족 중 타인종이나 외모가 다른 구성원이 있는 한인 가족이 흔해지고 있다. 그들의 자녀는 혼혈아가 아니고 그냥 한인, 한국계다. 새해부터는 혼혈아란 말이 사라지길 바란다. 김윤상 / 변호사중앙시론 혼혈아 단어 배달겨레 한민족 이들 단어 미주 한인동포
2023.01.25. 20:15
옥스퍼드사전 선정 올해의 단어는 '백신 접종'(vax) "코로나 19 사태로 작년보다 사용 빈도 72배 '껑충'"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OED)이 올해의 단어로 '백신' 또는 '백신 접종'을 뜻하는 'vax'(백스)를 선정했다고 뉴욕타임스(NYT), BBC 방송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OED 관계자는 'vax'가 올해 "가장 두드러진 영향력"을 미친 단어라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vax'는 1799년 처음으로 영어 단어로 등록됐으며, 1800년에 '백신 접종하다'(vaccinate), '백신 접종'(vaccination)이라는 파생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vax' 어원은 라틴어로 암소를 뜻하는 'vacca'인데, 이는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우두법을 기반으로 천연두 백신을 고안해낸 것에서 유래했다. 'vax'는 1800년대에는 널리 쓰이지 않다가 최근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백신 접종이 화두가 되면서 대중적 단어가 됐다. 올해 9월 현재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사용 빈도가 72배로 늘었다고 NYT는 분석했다. OED 관계자는 "백신과 관련한 단어 사용이 일제히 늘어났는데, 'vax'보다는 적었다"면서 "이 단어는 간결하고, 강력하고, 주목을 끈다"고 말했다. 또한 'vax'는 신조어를 만드는 복합어로 널리 쓰인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OED에는 '백스'가 명사로는 '백신 또는 백신 접종', 동사로는 '백신을 접종하다'로 실려있다. 또 'vaxxie'(백시)는 명사로 '접종 도중, 직전, 직후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라는 뜻으로 실렸고, 'anti-vaxxer'(안티 백서)는 '접종에 반대하는 사람', 'double-vaxxed'(더블 백스트)는 '백신 2회분을 맞은'이라는 뜻으로 각각 실려 있다. 한편 OED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 속에 별도로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지 않았으며, 영국 콜린스 사전은 봉쇄를 뜻하는 '록다운'(lockdown)을 선정한 바 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옥스퍼드사전 단어 백신 접종 옥스퍼드사전 선정 천연두 백신
2021.11.01.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