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 필요한 단어, Statesman
영어에는 한국어로 좀처럼 옮기기 어려운 단어가 하나 있다. 이젠 이를 바꿔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는 매우 높은 의미를 지니는데, 바로 statesman이란 단어다. 영어권 서적들은 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statesman 또는 stateswoman은 풍부한 경륜을 지닌 존경받는 인물이다. 여러 면에서 이는 정치인(politician)의 반대 개념이다. 정치인은 선거에서 이기거나 권력을 잡기 위해 언행을 일삼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반면, statesman은 오직 공동선을 위해 모든 것을 하는 사람이다. 어떤 인물을 statesman이라고 부른다면, 그의 청렴성과 품격에 대한 최고의 찬사다. ‘elder statesman’이라는 표현은 대개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통상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한 존재로 여겨지는 원로 지도자를 뜻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조지 워싱턴을 언제나 statesman이라 부른다. 그는 왕이라는 칭호를 제안받고도 거부했고, 대통령으로서 두 차례 임기를 마친 뒤 “어떤 사람도 8년 이상 그런 권력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 물러났다. 또한 고별 연설에서 미국이 외세와 지나치게 얽혀 독립성을 잃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원전 51년 로마의 저명한 철학자 키케로는 '국가론'을 집필했다. 그의 주제는 무엇이 진정한 statesman을 만드는가였다. 그는 위대한 statesman이 반드시 귀족 출신일 필요는 없지만, 덕성과 정의감, 그리고 지혜를 갖춰야 한다고 썼다. 동시에 품위와 절제, 관용과 도량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나는 영한사전에서 statesman을 찾아보고 그 정의가 ‘정치가’로 돼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국엔 statesman이 존재할 수 없다거나, statesman이 필요치 않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은 statesman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는 변화의, 어쩌면 혼란의 시기에 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한국의 경우, 가능한 모든 지혜를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지혜는 보수, 진보, 중도 등 정치적 스펙트럼 전반에서 나와야 한다. 일관되고 지속적인 정책만이 향후 수십 년에 걸쳐 한국의 안보와 번영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진정한 statesman이라면 보수와 진보 정권이 몇 년마다 정책을 뒤집는다면 일관성도, 지속성도, 그리고 안보와 번영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할 것이다. 이제 한국은 실용주의로 나아가야 할 때다. 정치 스펙트럼 전반을 구성하는 모든 진영의 지도자들은 차이를 내려놓고, 최소한 국가안보의 문제만큼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statesman으로서 행동해야 한다.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든 관계없이, 향후 수십 년 동안 일관되게 실행할 수 있는 국가안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유명한 다보스 연설에서 생생하게 표현됐듯이, 한국과 같은 중견국이 자국의 상당한 경제적·정치적·외교적·문화적 자산을 활용해 협상 테이블에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결국 스스로 메뉴가 될 것이다. 역사가 보여주듯, 한국은 너무도 자주 메뉴에 올랐던 나라다. 지금 권력을 쥐고 있는 모든 정치 세력은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한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는 한국에 statesman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그에 걸맞은 한국어 한 단어를 찾는 일이다. ━ 스펜서 김 항공우주 제품 제조판매회사 CBOL 대표. 태평양세기연구소(PCI) 공동 창립자이자 미국 외교협회 회원. 2006~08년 부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APEC 기업인자문위 미국대표로 활동. 2012~13년 하버드대 애쉬센터 레지던트 펠로.statesman 한국 단어 statesman elder statesman 반면 statesman
2026.04.05. 1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