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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카운티, 매달 강제퇴거 소송 4천건 넘어

 생활비 상승으로 달라스-포트워스(DFW) 지역 가계의 재정이 압박받는 가운데, 주거를 잃을 위험에 놓인 주민수가 충격적 수준에 달했다고 NBC 뉴스 탐사보도팀이 19일 보도했다. 달라스 ‘아동 빈곤대책 연구소(Child Poverty Action Lab)’가 최근 관련 법원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달라스 카운티에서는 1년 동안 약 4만 9,000건의 퇴거(eviction) 소송이 제기됐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누가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악순환을 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라는 점이다. 북 텍사스 수많은 가정이 두려워하는 순간이 있다. 집행관이 나타나 이삿짐 업체에게 가족의 물건을 마당에 내놓으라고 지시하고 그들은 잠잘 곳을 다시 찾아야 하는 그 순간이다. 달라스 카운티에서는 가구가 퇴거 소송에 직면하는 경우가 월 4,000건 이상, 주 950건 이상 발생한다. ‘달라스 퇴거 옹호 센터(Dallas Eviction Advocacy Center)’에 따르면, 퇴거 소송을 당한 가정의 최소 절반은 자녀를 둔 가정이며 약 3분의 1은 한부모 여성(single mother)이다. 타샤 브루사드(Tasha Broussard)는 퇴거되던 날 네 자녀가 ‘자신들의 집’이라고 부르던 곳을 한순간에 잃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니는 그냥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그들은 모든 걸 밖으로 던지고 있었디. 아이들과 나는 앉아서 보고만 있었고, 아이들이 니를 보면서 ‘엄마, 엄마…’라고 하는데, 나는 ‘그저 모르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후 브루사드는 ‘포 오크 클리프(For Oak Cliff)’ 커뮤니티센터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가족을 위한 새 아파트도 구했다. 그러나 새 집의 임대료조차 감당하기 벅차 또다시 퇴거될까 두렵다고 말한다. “조금 밀린 게 아니라 많이 밀렸다.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보려는 노력’ 조차 불가능해 보일 때가 많다. DFW 지역 아파트 임대료가 수년간 크게 오르면서 저소득 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브루사드는 지역 요양시설에서 환자 돌봄 테크니션으로 일하며 월 1,600달러를 벌지만 임대료는 1,700달러다. 요양시설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아이들을 데려온 뒤에도 가족의 월 지출을 맞추기 위해 부업을 하러 다시 나가야 한다. 그녀는 “머리도 해주고, 청소도 하고, 못 하는 게 없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주거비 탓에 끼니마저 위태롭다. 브루사드 가족의 음식 대부분은 SNAP 지원금과 지역 푸드뱅크에 의존하고 있다. 가족을 먹이고 임대료를 내느라 다른 일에 쓸 시간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브루사드는 아이들이 자신을 버티게 해주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녀는 “아이들이 전부다. 나와 아이들뿐이다. 어떤 날은 일어나서 ‘오늘은 도저히 못가겠다’ 싶지만, 아이들이 ‘엄마, 나 내일 뭐 해야 해’라고 말하면 ‘그래’ 하고 신발 신고 머리 빗고 나간다”고 덧붙였다. 달라스 퇴거 옹호 센터를 설립한 마크 멜튼(Mark Melton)은 브루사드 같은 한부모 여성들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이들의 이야기가 도시 주거비 위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전했다. 멜튼에 따르면, 5년전만 해도 월 900달러 정도면 이들에게 아파트를 구해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같은 곳이 1,400달러로 오른 반면,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아 더 많은 가정이 퇴거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은 소파에서 비디오게임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아이들 먹여 살리려는 한부모 엄마들”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텍사스 주법상 임대차 위반 후 퇴거까지 걸리는 기간이 매우 짧다는 점이다. 임대인들은 빠르게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고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가정은 임대료를 마련하거나 집을 구할 시간이 거의 없다. ‘전미 소비자 신용상담(American Consumer Credit Counseling/ACCC)’의 케네스 모하메드(Kenneth Mohammed)는 이 법 때문에 더 많은 텍사스 가정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퇴거는 확실히 증가하고 있다. 아마 미국 어디보다도 높을 것이다. 임대료 한 번 밀리면 바로 퇴거 절차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퇴거 소송 이력은 새 집을 구하는 데도 큰 장애물이 된다. 멜튼은 최근 2년내 퇴거 소송 기록이 있는 세입자 신청은 대부분의 아파트 소유주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텍사스는 퇴거를 중단했지만, 조치가 해제된 이후 북 텍사스 법원들은 퇴거 소송으로 넘쳐나고 있다. 달라스 카운티 제5구역 수석 집행관 에두알도 살라자(Eduardo Salazar)는 직원들이 폭증하는 퇴거 통지들을 처리하는 동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안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퇴거가 가족과 아이들에게 남기는 감정적 충격에 대해 “아주 혼란스럽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고 덧붙였다. 태런트 카운티 법원도 마찬가지다. 제5구역 판사 서지오 데 레온(Sergio De Leon)은 “아침 일정에 퇴거 사건이 수십건씩 잡혀 있다. 기름값, 식료품, 임대료가 계속 오르고 있지만 주민들의 임금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 재판에서 데 레온 판사는 둘째 아이를 임신한 애슐리와 브라이언 톨리버(Ashley and Brian Tolliver) 부부를 만났다. 애슐리는 고위험 임신으로 인해 일을 줄일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가족은 임대료를 밀리게 됐다. 그녀는 “일을 못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남편이 혼자 벌고 있다. 남편은 주 7일, 하루 종일 일하지만 지금은 그걸로도 부족하다. 뭐든지 다 비싸졌다”고 전했다. 소득 급감 또는 갑작스러운 지출은 언제든 가정을 퇴거 법정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브루사드는 그런 두려움을 신경 쓸 여유조차 없다. 더 높은 임금을 주는 병원 취업을 목표로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 이웃과 비영리단체 등이 신발과 옷을 기부하며 그녀 가정을 도와주고 있다. 브루사드는 달라스라는 도시에서 생존을 이어가는 수많은 엄마들 중 한 명이다. 그녀는 말한다. “엄마는 슈퍼히어로여야 해요. 매일 망토를 둘러쓰고 아픈 티도 안 내고 웃어야 해요. 아무도 내 아픔을 보지 못하니까요. 그래도 계속 가야 하죠.” 주거 옹호 단체들은 가족의 주거 상실을 막고 감당 가능한 집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세 가지 정책 변화를 제안한다. 이들은 무엇보다 세입자가 밀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주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대인들은 불법 점유자 문제를 막기 위해 빠른 퇴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법률 지원단체들은 단 1주일만 더 있어도 더 많은 가정이 임대료를 마련하거나 임시 거처를 구해 퇴거 소송 기록이라는 낙인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가정이 위기 상황에서 한 달 임대료를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일회성 지원 프로그램이 좀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는 저소득 근로 가구가 감당할 수 있는 공공 및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손혜성 기자〉달라스카운티 강제퇴거 퇴거 소송 달라스 퇴거 달라스 카운티

2025.11.24. 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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