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전국구 시험대 오른 한인은행들
한인경제가 커 나가면서 동반자 역할을 해온 존재가 있다. 한인은행이다. 2000년대 들어 한인은행들은 크게 성장했다. 급증하는 이민자 인구와 한인경제의 확장을 기반으로 사업을 넓혔다. 그 과정에서 2008년 금융위기같이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현재는 5개의 한인은행이 상장을 할 정도로 전체적인 규모가 커졌다. 그러나 2020년대에 접어들며 그 성장의 속도는 주춤하고 있다. 이민 규모가 줄고 의류업 등 전통 산업 기반이 약해지면서, 한인은행들은 이제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 확대다. 뱅크오브호프는 지난 4월 하와이의 테리토리얼세이빙스뱅크를 인수하며 자산 192억 달러 규모의 은행으로 도약했다. 하와이까지 진출했다는 것은 뱅크오브호프가 ‘전국 은행’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신호다. 조지아를 기반으로 한 메트로시티은행도 최근 제일IC은행과의 합병을 마무리하며 총자산 48억 달러 규모의 은행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LA 한인타운에 있는 제일IC은행의 지점은 메트로시티은행의 서부 진출 거점 역할을 할 것이다. 은행이 전국적인 영향력을 가지겠다는 의도다. 지리적 확장도 활발하다. 올해 들어서만 PCB뱅크와 한미은행이 각각 애틀랜타 인근에 새 지점을 열었고, CBB뱅크는 뉴저지에 첫 동부 지점을 개설한 데 이어 애틀랜타 진출도 예고한 상태다. 기존에 남가주에 본사를 둔 이들 은행이 동부로 눈을 돌리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포화 상태인 LA·OC 금융시장에서는 더는 예전처럼 성장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미 대다수 한인은행이 진입해 있고, 한국에 본사를 둔 은행의 진출 확대와 주류 은행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동부 시장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기회로 여겨진다. 특히 조지아는 현대차, LG, SK 등 한국 대기업의 진출과 함께 관련 협력업체 및 한인 인구도 빠르게 늘고 있다. 법인고객을 겨냥한 기업금융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제조업 중심의 구조는 남가주 한인은행에 또 다른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 확대도 주목할 만하다. 뱅크오브호프는 지난 4월부터 LA, 뉴욕, 뉴저지, 애틀랜타, 휴스턴, 댈러스 등 6개 도시에 한국기업금융지원센터를 설립해 한국기업의 국내 진출을 돕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미은행은 지난해 서울에 사무소를 열어 한국 기업과의 네트워크 강화에 나섰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점포 수 늘리기나 자산 확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인은행들이 처한 현실은 이전과 다르다. 한인경제의 중심축이 달라지고 있고, 고객의 요구도 다양해지고 있으며, 기술과 자본력이 모두 요구되는 시대다. 특히나 신규 이민이 줄어들고 한인사회의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것은 은행에 녹록지 않은 영업환경이다. 전에는 언어의 장벽 때문에 한인 은행을 이용하던 고객층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인은행들은 더 큰 스케일과 더 넓은 시장을 향해서 나아가야만 하는 환경이다. 이제는 한인은행들은 지역 은행에서 나아가 전국 단위의 경쟁력을 갖춘 금융기관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인 커뮤니티의 젖줄 역할을 해온 은행들이 앞으로도 중심을 잡아줄 수 있을지, 지금이 바로 그 시험대다. 조원희 /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한인은행 전국구 남가주 한인은행 대다수 한인은행 전국 은행
2025.07.22. 1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