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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사나?

한국인이 먹는 식재료를 보면 비교적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고추나 마늘입니다. 한국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식재료이기도 합니다. 한국 음식 중에는 쓴맛이 강한 경우도 있고, 썩은 맛인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민족이 먹기에는 부담스럽거나 혐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식재료가 그 나라 문화의 대표적인 상징이 되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같이 식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인이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고 하는 것은 ‘고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이후입니다. 고추장이 만들어진 것도 일반적으로 18세기 이후로 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고추의 매운맛을 좋아한 지도 오래되지 않습니다. 붉은 김치나 고추장 비빔밥, 매운 떡볶이는 모두 후대에 발달한 음식입니다. 김치는 어원이 침채(沈菜)에서 왔다고 보는데, 물에 담그는 김치 즉 물김치가 기원이었을 겁니다. 김치, 김장을 담근다는 표현도 그래서 생겼습니다.     사실 고추라는 말은 어원이 고초(苦椒)에서 온 말로 보입니다. ‘고초당초(苦椒唐椒) 맵다지만’의 고초와 당초는 모두 후추를 의미하는 말에서 변한 것으로 봅니다. 후추는 호초(胡椒)에서 온 말입니다. 서역에서 들어온 매운맛을 더하는 향신료로 보아야 할 겁니다. 호(胡)는 주로 서역에서 들어왔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호떡이나 호주머니도 호(胡)로 보입니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한국인의 성향에 맞아서일까요? 널리 보급되었고, 지금은 한국인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한편 제사 음식에 고춧가루를 쓰지 않는 것은 제 생각에는 우리 전통의 식재료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상에게 바치는 음식에 사용하지 않는 게 아닐까 합니다. 붉은색이 귀신을 쫓아서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는데, 제사상에 홍동백서라고 하여 붉은 음식이 올라가는 것으로 봐서 꼭 맞는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   한국인이 ‘마늘’을 좋아함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단군신화에도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웅녀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렇게 마늘은 우리 역사 최초의 식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군신화에 나오는 마늘은 ‘달래’였을 것으로 보는 입장이 우세합니다. 우리나라에 마늘이 들어온 것은 그 이후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마늘이 한국을 대표하는 식재료가 된 것은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 때문으로 보입니다. 생마늘을 고기와 함께 먹는 민족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요리에 마늘을 듬뿍 넣습니다.     단군신화에 나온 또 하나의 식재료 ‘쑥’은 우리 민족의 음식 중에서 빠질 수가 없습니다. 단군신화처럼 쑥만 먹는 경우는 적겠으나 우리의 대표 음식과 쑥은 잘 어울립니다. 우선 쑥은 떡과 잘 어울립니다. 쑥으로 만든 절편이나 송편 등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쑥은 국으로도 끓입니다. 도다리쑥국 등은 지금도 인기가 높습니다. 쑥은 차로 마시기도 하고, 칼국수 등에 쓰이기도 합니다. 쑥은 건강에 매우 좋은 음식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쑥은 아예 뜸의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쑥은 치유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식재료에는 자극적인 것도 많습니다. ‘씀바귀, 고들빼기’처럼 쓴 음식 재료도 있습니다. 쓴맛이 한국에서는 꼭 싫은 맛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 가지 맛이 강하면 덜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어에서 ‘달다’가 좋다는 의미도 되지만, 달아서 싫은 경우도 생깁니다. 그래서 한국어에서는 ‘달달하다’와 같이 첩형을 사용하면 좋은 맛이 됩니다. ‘짭짤, 쌉쌀’과 같은 표현이 있습니다. 아니면 ‘-콤’을 붙여도 좋습니다. ‘달콤, 매콤, 새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맛의 느낌을 잘 보여줍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식재료는 우리 땅에서 나고 자라는 재료일 겁니다. 동물도, 식물도 우리 땅에서 나는 것을 우리는 오랫동안 먹었을 것이고, 우리 몸에 익숙해져 있을 겁니다. 심지어는 물도 그렇습니다. 낯선 지역에 가면 물갈이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물뿐이 아닙니다.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납니다. 신토불이(身土不二)는 삶의 원리이자 지혜일 수 있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대표 음식 한국 음식 음식 재료

2026.01.11. 17:37

[삶의 뜨락에서] 11월에 들어서서

 뉴욕에는 온갖 색깔이 넘쳐난다. 세계를 느껴보기에 적당하게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풍속과 음식과 의복과 언어가 거리를 채우고 있다. 이웃에서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가 오가도 혹은 처음 보는 아주 이상한 옷차림이 지나가도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뉴욕에서는 그것이 자연스럽고 그렇게 뉴욕이라는 풍경을 완성한다.    자연 속에 나무 한 그루 서 있는 단순한 풍경이 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바람에 나풀대는 나뭇잎이 있다. 바람이 지나며 알맞게 자리한 나뭇가지를 흔든다. 갑자기 바쁜 작은 흔들림은 그곳에 다람쥐가 놀고 있음이다. 맑은소리가 청량하게 들리면 그곳에 둥지를 튼 새들이 노래하고 있음이다. 잎사귀가 반짝거리고 온통 나무 둘레가 광채가 나는 것은 따뜻한 햇볕이 가득히 비추어지고 있음이다. 줄기 아래 땅속으로 뻗은 뿌리는 튼튼함을 보여주고 줄기에 굴곡진 피부는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때로 제철을 만나면 벌 나비를 부르는 꽃이 피고 다시 제 계절에 들어서면 잘 익은 열매가 풍요의 시절을 보여준다. 한 그루 나무는 그 밖에 우리가 볼 수 없는 더 많은 것을 품고 그 자리에 있다.    특별한 맛을 가지는 유명한 음식은 그 음식 고유의 조리법이 있다. 어떤 재료를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 내는가를 자세히 적어 놓아 그 맛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이름을 갖고 있다. 이름이 많이 알려진 것의 조리법은 이름만큼 특별한 비법을 감추고 있다. 우리 음식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로 비빔밥이 있다. 아주 다른 의미로 특별한 음식의 이름이다. 배고픈 저녁 별다르게 준비된 요리가 없고 건건한 나물 따위 몇 가지밖에 없을 때 커다란 그릇에 허락되는 재료 모두 넣고 조미료 몇 가지 섞어 잘 비벼주면 우리의 대표 음식 비빔밥이 완성된다. 정해진 조리법도 재료도 없다. 만드는 방법과 재료가 아주 자유분방하다. 그러나 우리가 만나는 맛은 매우 특별함을 지닌다. 식재료 원래의 맛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때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재료가 가끔은 별것 아닌 재료들이 함께하여 대부분의 사람이 부정할 수 없는 오묘한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 음식의 재미있는 부분이다. 평범한 재료와 평범한 조리법이 가져오는 특별하게 어울리는 밥, 비빔밥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며 겪게 되는 희로애락의 여러 가지 일들이 있다. 나쁜 일은 무엇 때문이며 좋은 일은 그것 때문이라고 한 가지를 단정적으로 집어내어 말하는 때가 많다. 새삼 역사의 어떤 사건도 그 뒷얘기 앞 이야기를 다시 찾아 알고 나면 어떤 한 사람이나 한가지 요인으로 벌어지는 사건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때의 환경과 영향을 끼치던 사람들과 유행과 지식과 물건들과 소통방법 그리고 사람의 욕심 등이 작용하여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난다. 좋은 사건은 좋게 어울리는 결과이고 나쁜 사건은 나쁘게 어울리는 사건이다. 연말을 향하여 달려가는 지금 한해의 결실 또한 지난 시간 속에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이 서로 섞이고 섞여 지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좋게 어울리는 과일이 익어가고 있는지 바라보는 시선이 떨리고 있다.   알맹이 하나이거나 한 방울 주사약이거나 하는 양약과 달리 한의학의 한약은 몸에 좋다는 여러 가지 약재를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모아서 만들어낸다. 때로는 먹으면 독이 되는 독약도 적은 양 집어넣기도 한다. 다른 재료와 어울려 독이 변하여 건강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해낸다. 사람 사는 일에도 어려서 고생은 살아감에 보탬이 된다고 말해진다. 지난 1여 년의 시간 속에 있었던 나쁜 일도 합하여 선을 이루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상한 전염병에 놀라워하며 움츠러들었지만 다른 일들과 어울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어울림의 미학에 기대를 걸어본다. 안성남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식재료 원래 대표 음식 풍속과 음식

2021.11.1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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