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부터 한국에서는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 논의 중 통상 조직과 기능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놓고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추한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 통상 조직과 기능은 김영삼 정부에서는 산업부로, 김대중 정부에서는 외교부로,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서는 다시 산업부로 옮겨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외교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이를 되찾겠다고 나선 것이다. 팽팽한 대립 속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외교부로 이관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듯 하더니 한덕수 초대총리 후보자가 등장하면서 ‘통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인수위 측은 조직 개편의 최종 결론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룬 상태다. 통상 기능이 어디로 가든,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관료들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밥을 먹은 후에 이들이 ‘밥값’을 하는 것이다. 중국의 덩샤오핑 전 주석은 이른바 ‘흑묘백묘론’으로 유명하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인데,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국민을 잘 살게만 하면 된다며 중국에 시장경제를 도입할 당시 강조했던 내용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통상 기능은 ‘외교통상부’ 소관이었다. 이때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고, 한국정부는 이를 큰 성과로 내세웠다. 하지만, 당시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FTA 협상을 마무리하는 게 더 중요했기에, 이 문제는 추후 논의하자는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결국 다음 박근혜 정부에서 통상 기능이 산업부로 이관됨과 동시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이슈가 됐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싱가포르와 칠레는 매년 각각 5400개와 1400개의 별도 전문직 취업비자(H-1B1)를 제공받고 있다. 호주는 FTA 체결로 ‘E-3 비자’라는 신설 비자로 매년 1만500개의 취업비자를 보장받았다. 미국과의 교역규모에서 호주를 훨씬 능가하는 한국은 아직 빈손이다. 한인사회의 노력 등으로 연방의회에는 지난 회기까지 매번 ‘한국과의 동반자 법안(Partner with Korea Act)’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연간 1만5000개의 전용 취업비자(E-4)를 제공하는 내용의 법안이 상정됐다. 하지만, 번번이 통상 외교의 실패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일자리 찾기가 최고의 과제인 한국 청년들이 매년 1만5000명씩 미국에서 일할 기회를 얻고, 미국 내 한인 기업들도 구인난을 크게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자 어쩌면 FTA를 통한 우리의 ‘권리’일 수도 있는 문제가 ‘제대로 밥값을 하는’ 관료들에 의해 이제는 해결되길 기대해 본다. 박기수 / 편집국장데스크 칼럼 밥그릇 밥값 정부조직 개편 전용 취업비자 정부 출범
2022.04.14. 17:32
한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누구도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면서 재외선거의 표심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졌다. 물론, 재외동포들의 표심도 크게 갈렸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치르는 동안 동포들 사이에서 한목소리를 낸 이슈가 있다. 바로 ‘재외동포처(청)’ 설립이다. 이는 모든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이다. 이전의 대선때도 정치권에선 이구동성으로 이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선거가 끝나면 갖가지 핑계로 무산시켰다. 그러나 이번엔 달라야 한다. 사실 재외동포 전담 부처의 설립은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요구사항이다. 한국에 있는 국민들과 달리 재외공관이 정부와의 유일한 소통 창구인 재외동포들은 행정적 사각지대에 있다. 한국정부 입장에서도 현행 체제하의 재외동포 정책은 일관성이 결여되고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 가장 쉬운 예로,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을 지원하는 한국정부의 창구는 최소 3곳이다. 동포들이 차세대 한인들을 위해 설립한 한국학교(한국정부는 한글학교로 분류)는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에서 소액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교육용 교재는 교육부가 제공한다. 여기에다 비슷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지만 타민족을 대상으로 교육할 경우엔 문체부가 ‘세종학당’ 브랜드로 관리, 지원하고 있다. 당연히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문제 뿐만 아니다. 재외동포의 영사 업무는 외교부, 출입국 제도는 법무부, 병역은 국방부, 세금 문제는 국세청, 한국 내 체류 관련 업무는 행정안전부, 참전용사 등에 대한 보훈업무는 국가보훈처, 한국 내 건강보험 관련 업무는 보건복지부 등으로 소관 부처가 다르다. 이에 따라, 동포 정책이나 특정 업무와 관련해서는 정책 수립상의 혼돈이 수시로 발생하고, 재외동포들 입장에서는 여러 곳의 정부 부처를 상대해야 하는 고충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재외동포들에게는 실질적인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담 기구가 필수적이다.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신설될 재외동포 전담 부처가 재외동포 정책의 실질적 컨트롤 타워가 되기 위해서는 외교부나 행정안전부 등 특정 부처 산하의 외청인 ‘재외동포청(차관급)’이 아니라 국무총리실 직속의 독립적 ‘재외동포처(장관급)’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독립적 예산과 권한을 가지고 각 부처의 업무를 통합 조정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재외동포 전담 기구로서 기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박기수 / 편집국장데스크 칼럼 재외동포처 설립 재외동포 정책 사실 재외동포 한국정부 입장
2022.03.17. 17:32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끝났다. 이번 대회에선 한인 2세 클로이 김 선수가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부문 올림픽 2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한인들에게 큰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소식이었다. 하지만, 대회 직전 김 선수는 4년 전 평창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을 ‘쓰레기통에 던졌었다’고 전했다. 올림픽 이후 매일같이 온라인에서 인종차별 피해를 겪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AP통신은 지난 13일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선수들이 인종차별적 공격과 이중잣대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항상 인종차별적 폭력에 노출돼 있으며 이는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좋은 성적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때만 그나마 가치있게 여겨지는 것 같다고 기사는 전했다. 이 소식은 미국사회의 고질병인 인종차별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했다. 미국서 태어나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클로이 김이 이 정도라면 대부분의 한인들이 처한 현실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가끔 미국생활을 오래 한 한인들과 인종차별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다. 사람마다 경험이 달라 인종차별 유무를 놓고 설전에 가까운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대체로 관찰되는 현상 가운데 두드러진 점은 자신의 분야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거나, 일부 전문직 종사자, 중산층 이상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이러한 ‘차별’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에 대한 차별 행위가 적을 수도 있다. 또는 차별적 행위가 아주 세련된 형태라서 미처 느끼지 못할 수도 있고, 직장 내 승진 경쟁 등 차별을 해야 할 ‘결정적 순간’이 없었을 수도 있다. 반면, 불특정 다수 속에서 생업에 종사하거나 ‘잘 나가지 못하는’ 한인일수록 ‘차별’의 경험을 더 많이 갖고 있었다. 지난해 본지 설문조사에서도 한인의 절반 이상이 ‘인종차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민자 또는 이민자의 자녀로 미국에서 사는 대부분의 한인들은 시민권 보유 여부에 관계 없이 스스로를 미국사회의 주인이자 당당한 구성원이라고 생각한다. 성실히 일해 세금을 납부하고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대우와 존중을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경우 주류사회에 두드러진 공헌을 하거나 탁월한 성과를 입증해야 겨우 차별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수 있다. 이제는 우리 자녀들이 피부색에 관계 없이 올림픽 메달을 따지 않아도, 방역물품을 대량 기부하지 않아도, 잘나지 않은 평범한 시민이라는 것만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박기수 / 편집국장데스크 칼럼 존중 사회 인종차별 경험 인종차별적 폭력 인종차별적 공격
2022.02.24. 17:43
오는 2월 1일은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다. 먼 타국으로 이민 와서도 한국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정체성을 간직하기 위해 설 명절을 기억하고 지켜나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한인사회의 수년 간의 노력 끝에 2015년 뉴욕주의회에서 설 휴교법안이 통과됐고 같은해 뉴욕시가 설을 공립학교 휴교일로 지정했다. 이어 2016년부터는 롱아일랜드 그레잇넥 학군을 비롯해 곳곳에서 설을 휴교일로 지정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설 휴교일 지정 때부터 조용히 제기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공립교 휴교일 지정 운동이 한창일 당시, 이를 환영하지 않거나 의아해 하는 두 개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첫 번째는 한인사회 내부의 환영하지 않는 목소리였다. 이들은 대부분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로 명분상 대놓고 반대는 못하더라도 내키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교가 휴교하면 결국 아이들을 어딘가에 맡겨야 해 추가로 비용이 발생하거나, 부모 중 한 명이 휴가를 써야 한다는 이유다. 자녀를 데이케어 등에 맡길 필요가 없는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도 “어차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며 설 휴교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두 번째는 한인들과 어느 정도 교류가 있는 타민족 주민들의 반응이었다. 직장에서 한인 동료와 함께 일하는 타민족들은 “그렇게 중요한데, 왜 지금까지 한 번도 설에 휴가를 쓰지 않았지?”라고 의아해했다. 또 한인 사업체를 이용하거나 거래를 하는 타민족 역시 설 명절인데 문을 닫는 업체가 전무하다시피한 점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종교 율법에 따른 영향이 크긴 하지만, 유대인 커뮤니티의 경우 그들의 안식일인 토요일은 물론이고 중요한 그들의 명절엔 많은 업체가 문을 닫고 있다. 드물지만 한인사회에서도 예를 찾아볼 수는 있다. 롱아일랜드의 뷰티 프로덕트 전문업체 ‘키스’는 설은 아니지만 추석 명절엔 휴무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한인 업체들이 모두 설에 휴무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회사나 업주들은 그럴 수 없는 입장이라는 점도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이젠 설에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설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방안을 한인사회 차원에서 함께 고심해 볼 때다. 물론 설 행사나 (조)부모 성묘 등을 다른 날인 주말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특정한 날을 명절로 정해 그 날을 꼭 지키는 것도 나름의 의미와 이유가 있다. 올해도 어딘가에선 자녀들만 집을 지키고 있을 설 아침 풍경이 왠지 안쓰럽고 더욱 쓸쓸하게 느껴진다. 박기수 / 편집국장데스크 칼럼 공립학교 휴교일 한인사회 차원 한인사회 내부
2022.01.27. 17:27
겨울방학 동안 집에 와있던 아들이 지난 주말 대학으로 돌아갔다. 학교에선 강화된 방역지침 때문에 기숙사 복귀일 72시간 이내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검사 수요가 급증해 시간에 맞춰 예약을 할 수 없었다. 예약 없이 ‘워크 인’으로 운영되는 모바일 검사소 등의 옵션도 있었지만 제 시간 내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었다. 수소문 끝에 민간업체가 유료로 운영하는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고 이틀만에 결과를 받아 학교에 낼 수 있었다. 이렇게 검사소를 알아보던 중에 의외로 쉽게 검사를 받고 결과도 빨리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곳들은 거의 모두 비싼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일부는 건강보험으로 커버되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보험도 안 받고 비싼 요금을 청구했다. PCR 검사가 180달러인 곳부터 가정방문 검사로 500달러를 청구하는 곳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정부운영 검사소나 모바일 검사소, 또는 응급의료 업체나 약국 체인의 코로나19 검사는 무료지만 사람이 많아 검사받기가 쉽지 않다. 또, 체류 신분이나 건강보험 유무에 관계 없이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2~3일에서 길게는 5~6일씩 걸리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 내에 결과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엔 이용할 수 없다. 20일부터 한국에 가려면 비행기 탑승일 기준 48시간(2일) 이내 검사 후 발급된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정부가 해외입국자의 PCR 음성확인서 제출 기준을 종전의 ‘출발일 기준 72시간 이내 발급’에서 지난 13일부터는 ‘출발일 기준 72시간 이내 검사 및 발급’으로 변경했다가 20일부터는 다시 이를 ‘출발일 기준 48시간 이내 검사 및 발급’으로 강화했기 때문이다. 일정에 맞춰 비싼 한국행 항공 티켓을 예매한 경우, 출발일 48시간 이내에 검사를 받고 결과까지 통보받으려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비싼 돈을 치르더라도 민간 검사업체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이마저도 이런 유료 서비스 이용 방법을 알고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방역당국의 취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지침을 내릴 때는 그 현실적 시행 가능성도 당연히 고려해야만 한다. 미국도 항공편을 이용한 해외입국자에게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요구하지만 몇 시간이면 결과가 나오는 RAPID 테스트는 물론이고 심지어 자가진단 테스트 결과도 인정하고 있다. 한국 방역당국의 정책적 유연성 부족이 아쉬운 대목이다. 박기수 / 편집국장데스크 칼럼 음성확인 코로나 모바일 검사소 정부운영 검사소 민간 검사업체
2022.01.20. 17:22
제20대 한국 대선의 재외선거가 내달 23~28일 치러진다. 이를 위한 유권자 등록(국외부재자 신청, 재외선거인 신고)이 지난 8일 마감됐다. 필라델피아를 포함한 뉴욕총영사관 관할 지역에서는 15만9999명의 추정 선거권자 가운데 1만440명이 등록을 마쳐 6.5%의 등록률을 기록했다. 2012년과 2017년 대선 때보다 더 낮은 역대 최저 기록이다. 전세계적으로도 23만여 명이 등록해 19대 때보다 6만 명가량 줄었다. 한국정부와 언론에선 첫 대선 재외선거였던 2012년이나 탄핵정국이었던 2017년 대선과 비교해 이번엔 재외 유권자들의 관심이 덜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꼭 관심의 문제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제도상의 문제는 이번에도 핵심을 비켜갔다. 물론, 초창기에 비해 온라인·이메일 등록 허용 등 등록절차가 개선됐고, 최근엔 투표소 확대 설치 등 부분적인 개선 노력도 이뤄졌다. 반면, 그동안 줄곧 제시돼 온 우편투표 도입은 이번에도 무산됐다. 무관심하기 힘들 정도로 쏟아지는 선거 안내·홍보 인쇄물로 충분한 정보를 얻고, 임시공휴일인 선거일에 걸어서 5~10분이면 닿는 투표소에 가면 되는 한국에서와 달리, 재외선거 유권자들은 부족한 정보 속에서 많게는 5~6시간 이상 이동해야 투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름값·톨 등 모든 비용이 유권자 부담이다. 따라서 한두 번 해본 유권자들은 투표에 참여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등록부터 포기한다. 꼭 한국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우편투표의 도입이다. 미국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러진 지난 대선 때 많은 주들이 보편적 우편투표를 시행했다. 재외선거를 실시하는 전세계 110여개국 중 직접투표만 허용하는 곳은 절반 이하인 50개국가량이다. 선진국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는 38개국 가운데 직접투표만 실시하는 나라가 한국 외에 터키·체코 등 10개국이 채 되지 않는다. 독일·스위스 등 정치 선진국 11개국은 오히려 우편투표만 허용하고 있고, 직접·우편 투표 등을 병행하는 곳도 10여개국이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부재자 투표의 대부분을 우편투표로 하고 있으며 주에 따라 이메일이나 팩스로도 투표를 허용하는 곳이 있다. 많은 선진국들이 우편투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은, 유권자들의 시민의식을 신뢰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참정권 보장이 일부의 공정성 훼손 우려를 압도하는 더 절대적 가치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미 경제·문화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이다. 정치제도도 이에 걸맞게 선진화돼야 할 때다. 박기수 / 편집국장데스크 칼럼 재외선거 우편투표 재외선거 우편투표 재외선거 유권자들 우편투표 도입
2022.01.13. 18:28
어느 해건 새해를 맞이한 1월 초엔 설렘이 있다. 아직 슬프거나 우울한 소식보다는 좋은 일이 많은 한 해가 될 것이라는 희망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가 아무리 힘들었더라도, 새해가 시작되면 뭔가 삶이 ‘리셋’되고 ‘초기화’되는 것 같은 희망이 샘솟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올해 예정된 진학, 취업, 결혼, 내집마련 등 개인적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렐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선거 등의 정치적 변화나 올림픽·월드컵 같은 스포츠 이벤트에 설렐지도 모를 일이다. 여느 때처럼 새해를 맞았지만 올해의 설렘은 각별하다. 지난 2년 가까이 우리를 답답하고 힘들게 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제는 끝나고 일상의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1월 초,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전 국민이 백신을 맞게 될 여름쯤이면 팬데믹이 끝날 것으로 생각했었다. 실제로 한때는 팬데믹 이전 일상으로 거의 복귀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뜬금없이 ‘델타’ 변이가 등장하고 겨울 초입에 ‘오미크론’ 변이가 튀어나오기 전까지는. 오미크론 변이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미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사상 유례 없는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암울한 소식이 매일 들려오지만, 그래도 오미크론의 확산은 1월 중순을 정점으로 점차 약화될 것이고 올해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기와 같은 ‘엔데믹’으로 변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라는 새로운 일상의 회복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희망 고문’일지도 모를 낙관적 전망에 기대어, 매일 들려오는 암울한 소식에도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다소 진부한 격언을 되새기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건 아닐까. 연말연시 연휴를 보내고 새해 첫 출근했을 때, 이제는 여지없이 통과의례처럼 돼버린 주변 지인들의 확진 소식이 들렸다. 불안한 마음이 진정될 틈도 없이 자가격리에 따른 동료들의 빈 자리로 인한 자동적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순간 2020년 3월 팬데믹 발생 직후에 느꼈던 두려움의 기시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은 2022년엔 이 자리들이 곧 다시 채워질 것이고, ‘격리’ 중인 지인들도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희망이 있다는 점이다. 맷집이 커진 걸까. 팬데믹 초기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던 수많은 죽음과 일상의 멈춤이 더 이상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오미크론 확산의 두려움보다는 더 커진 것 같다. 지난 2년간 잃어버린, 그리고 이제는 잊어버리기도 한 소소한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뼈저리게 배웠기에, 올해는 어느 하나 당연한 것 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일상을 즐기는 행복한 날이 오기를 꿈꾸며 또 다시 설렌다. 박기수 / 편집국장데스크 칼럼 새해 오미크론 변이 오미크론 확산 코로나 바이러스
2022.01.06.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