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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거주 영주권자, 시민권 신청하러 갔다 ICE에 구금

미시시피주에 거주하며 10년 넘게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해온 덴마크 출신의 31세 영주권자가 이민국(ICE)에 의해 구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구금 사유는 약 10년 전 제출하지 못한 한 장의 서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용접공으로 일하는 카스퍼 에릭센(Kasper Eriksen)은 지난 4월 15일, 시민권 신청 절차를 위한 이민국 방문 중 갑작스럽게 체포돼 루이지애나주 라살 구치소에 이송됐다.   에릭센은 2009년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처음 입국했으며, 이후 덴마크로 돌아갔다가 2013년 미국 시민인 사바나와 결혼한 뒤 합법적으로 재입국해 영주권을 취득했다.   부부는 2024년 9월, 시민권 신청 심사 진행 중이라는 통보를 받았고, 2025년 3월 7일 시민권 인터뷰까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2015년, 첫 아이를 사산으로 잃은 직후 큰 슬픔에 잠긴 가운데 ‘I-751 조건부 영주권 해제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 이 서류는 조건부 영주권을 받은 외국인이 일정 기간 내 제출해야 하는 서류다.   ICE는 이 점을 근거로 에릭센을 구금했고, 그는 현재까지도 법원 출석 일정 없이 루이지애나 구치소에 억류 중이다.   사바나는 “카스퍼의 구금은 우리 가족 전체에 정서적, 정신적 충격을 안겼다”며 “법률비용과 생계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자녀들을 홈스쿨링 중이며 가정주부로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에릭센 가족을 돕기 위한 온라인 모금도 진행 중이다.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합법적으로 취업하고, 세금을 납부해온 성실한 가장이자 미국 내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으로, 현재까지 범죄 이력이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생성 기사영주권자 덴마크 시민권 신청 덴마크 출신 시민권 인터뷰

2025.05.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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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무당, 덴마크 간 까닭은…NPR 동행 현장취재 보도

한국계 미국인 무당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한인 등 입양인들을 위한 굿을 진행해 주목받고 있다.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은 한국 무당 헬레나 소홀름(46)씨의 특별한 의식을 동행 취재해 17일 보도했다.   NPR 기자는 한국의 샤머니즘 문화를 소개하며, 소홀름씨가 주관한 의식을 위해 세계 각지에서 40명이 코펜하겐의 식당 바네 가든(BaneGaarden)에 모였다고 전했다.     덴마크인과 결혼한 소홀름씨는 덴마크에서 활동하는 무당이자 초월심리학자로 알려졌다. 매체는 그에 대해 “기술적으로 발전된 현대 사회에서 치유와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서양 심리학 이론과 토착민의 지식을 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홀름씨는 2018년 샤먼으로 입문한 직후, 서양 국가로 입양된 한국 입양아들의 조상들이 후손들과 연결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비전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상의 에너지를 정화하고 기리는 것은 입양인들이 토착민의 마음을 회복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는 사람의 자아, 타인, 그리고 땅과의 연결을 깊게 할 수 있다”며 의식을 진행하는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의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인 작가 톰 편(46)씨는 LA에서 방문했다고 전했다. 편씨의 아버지는 그가 13살 때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2021년에 코로나19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편씨는 “작별 인사를 하거나 (관계를) 마무리할 기회가 없었다”며 “무당이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도와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매체는 의식 행위로 ‘굿’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부모님 사진이나 오래된 물건 등 토착문화와 관련된 것들을 제단에 두었다. 한국에서나 볼법한 굿 의식이 실제로 진행되었다. 다른 점은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진행자들도 타악기 연주자 김동원씨와 타인종 무당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맡았다는 점이다.   NPR 기자는 “헬레나가 이날 흰색 천을 만들고 자리에서 뛰며 의식을 진행했다”며 “이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낀 헬레나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보내달라고 했고, 참가자들은 눈을 감고 손을 얹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모두 함께 뛰었고 헬레나는 각 사람을 축복했다”고 상황을 묘사했다.   의식이 끝난 후 일부 참가자들은 신비로운 체험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3살 때 가족과 떨어진 이누이트 문화권 입양인 칼란구악 압살론센(53)은 “어머니가 나에게 ‘괜찮아. 내가 여기 있어. 사랑해’라고 하는 걸 들었다”며 “정말 놀라웠다. 나에게 해방을 가져다주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덴마크계 한국인 입양아 마이순영외블리센(41)씨는 “의식에 대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수아 기자 [email protected]현장취재 덴마크 덴마크계 한국인 한인 무당 동행 현장취재

2024.09.1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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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속 덴마크 마을 가볼까, 솔뱅(Solvang)

중가주에 위치한 솔뱅은 미국 속 작은 덴마크 마을이다. 그래서 이곳에선 특별히 뭘 하지 않고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덴마크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으로 충만해진다. 덴마크 어느 한적한 시골 거리를 옮겨온 듯한 골목길을 따라 걷다 갓 구운 빵 냄새에 홀려 베이커리에 들어가 데니쉬 디저트를 맛보고 다시 걸음을 재촉해 덴마크 풍차를 보는 모든 순간이 특별함을 더해준다. 특히 포도 수확철인 9월과 단풍 찬란한 10월은 솔뱅의 가을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시기이므로  주말에 시간 내 한번 다녀올만하다.         ▶뭘하며 놀까   일단 솔뱅에 도착했다면 다운타운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작은 인어 분수(Little Mermaid Fountain)와 거대한 붉은 나막신(Giant Red Clog)은 솔뱅의 상징인 랜드마크다. 또 1963년 코펜하겐 풍차를 모델로 만들었다는 파스크 풍차(Paaske Windmill)에서는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덴마크 대표 동화 작가인 안데르센을 기념하는 동상과 박물관도 가볼 만하다. 북 로프트(The Book Loft) 서점 2층에 위치한 박물관에선 안데르센의 작품들과 전시물을 둘러볼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 또 1804년 완공된 올드미션 산타이네스(Old Mission Santa Ines)도 솔뱅을 대표하는 명소다. 타운 끝자락에 위치한 이 스페인 식민지 스타일 건축양식의 미션은 프란치스코회가 설립했으며 아름다운 예배당과 고풍스러운 벽화들이 보존돼 있다.         ▶뭘 먹을까   솔뱅에서 아침식사를 해야 한다면 폴스 팬케이크 하우스(Paula's Pancake House)로 향하자. 덴마크 스타일 팬케이크를 즐길 수 있는 이곳의 팬케이크 가격은 12달러선. 솔뱅 핫플인 서큘런트 카페(Succulent Cafe)는 신선한 현지 재료를 이용한 요리로 유명한데 돼지고기 바비큐와 프렌치토스트가 인기 메뉴. 아침식사부터 저녁식사까지 제공된다. 보다 더 럭셔리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을 찾는다면 고급 부티크 호텔인 더랜드바이(The Landsby) 호텔 내 매드앤빈(Mad & Vin)을 방문해 볼만하다.식당 대표 메뉴인 필레미뇽 스테이크와 소갈비찜은 각각 40~56달러 선. 이외에도 피츠패트릭스 태번(Fitzpatrick's Tavern)에서는 아일랜드식 요리와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솔뱅에 왔다면 빵집 투어도 잊지 말자. 1970년 문을 연 올슨스 데니쉬 빌리지(Olsen's Danish Village Bakery)에서는 정통 덴마크식 페이스트리와 빵, 쿠키, 케이크 등을 맛볼 수 있다. 덴마크 커스터드 크링글(Kringle), 아몬드 타르트, 버터링 등이 이집 인기 메뉴. 이외에도 버크홀름 베이커리(Birkholm's Bakery & Cafe), 모텐센스 덴마크 베이커리 (Mortensen's Danish Bakery) 등도 유명하다.         ▶지역 축제   9월과 10월은 솔뱅을 여행하기에 최적의 시기다. 특히 9월은 와인 산지로 유명한 솔뱅 와이너리들의 포도 수확철인데 매년 9월 열리는 솔뱅 하베스트 페스티벌과 산타이네스 페스티벌은 와인 애호가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축제다. 9월 21일~22일까지 양일간 개최되는 솔뱅 하베스트 페스티벌에서는 솔뱅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와인 테이스팅과 푸드 부스가 운영되고 라이브 음악 공연도 펼쳐진다.     9월 26일~29일까지 열리는 산타이네스 밸리 와인 페스티벌은 솔뱅을 비롯해 산타이네즈(Santa Ynez), 로스알라모스(Los Alamos), 로스올리보스(Los Olivos), 발라드(Ballard), 뷰얼튼(Buellton) 등 6곳에서 동시 개최된다. 행사에서는 와인 및 푸드 테이스팅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이외에도 덴마크 문화와 전통을 기리는 데니쉬 데이(Danish Days)도 솔뱅 대표 축제. 1936년 시작된 이 유서 깊은 행사에서는 퍼레이드와 각종 공연을 비롯해 덴마크 요리 및 페이스트리를 맛볼 수 있다. 행사는 9월 20~22일까지 개최된다.         ▶가는 법   LA에서 솔뱅까지는 차로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101번 북쪽 방향 프리웨이를 이용하면 된다. 또 앰트랙 퍼시픽 서프라이너(amtrak.com/pacific-surfliner-train)로 산타바바라까지 간 후 버스나 택시로 솔뱅에 갈 수 있다. 앰트랙은 LA 다운타운 유니언 역에서 매일 출발하며 앰트랙 웹사이트에서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산타바바라에선 우버나 리프트 등과 같은 차량호출 서비스를 이용해 솔뱅까지 갈 수 있는데 약 45분 정도 소요된다. 글=이주현 객원기자, 사진=SolvangUSA.com미국 덴마크 덴마크 대표 덴마크 풍차 덴마크 스타일

2024.08.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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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명품 '에코 골프화' 최대 40% 할인전

골퍼가 라운드당 걷는 거리는 대략 5마일 내외. 한 번 라운드에 걷기 운동으로 600~700kcal를 소모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운동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그 어떤 장비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골프화인 셈이다.     덴마크 프리미엄 골프화 '에코 골프화(ecco GOLF)'의 브랜드 철학은 '슈즈는 고객의 발에 맞춰야 한다(The shoe must follow the foot)'이다. 실제로도 에코 골프화는 착화감이 뛰어나고 강한 샷을 칠 때 도움이 되는 접지력도 우수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에코만의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뛰어난 방수 기술을 구현해 내구성 및 날씨 저항성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제품인 LT1 시리즈는 운동선수 2500명의 발 움직임을 스캔해 만들어낸 인체공학적 핏으로 뛰어난 착화감과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직접 개발한 LYTR폼으로 더욱 향상된 바운스와 안정감 있는 반동을 구현했다.     에코 골프화는 가죽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유일한 골프화 브랜드다. 장인 정신을 반영하여 프리미엄 가죽을 사용하여 만든 품질과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다. 일상과 필드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골프화 강자답게 가볍고 스타일리시해서 필드와 일상을 넘나들며 투웨이로 착용이 가능하다.     한편, 에코 골프화는 중앙일보 '핫딜'에서 다양한 종류와 사이즈를 폭넓은 할인폭으로 만나볼 수 있다. 프리미엄 골프화인 만큼 다소 비싼 가격에 에코 골프화 구매를 망설였다면, 지금이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문의:(213)368-2611   ▶상품 살펴보기:hotdeal.koreadaily.com핫딜 골프 덴마크 덴마크 명품

2024.06.3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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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맥주가 일으켜 준 덴마크의 과학 전통

세계 각국에는 즐겨 마시는 고유의 맥주가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아무리 작은 나라라도 특유한 맥주의 전통을 자랑한다. 그 한예가 덴마크의 칼스버그(Carlsberg)이다. 그런데 이 칼스버그는 단순한 맥주 회사가 아니다. 창업자 야콥슨(Jacob Jacobsen)이 1876년에 설립한 칼스버그 재단은 자연과학을 중심으로 모든 학문의 연구를 지원하는 덴마크에서 가장 중요한 민영재단으로 꼽힌다. 칼스버그에서 지원해 온 굵직한 연구 프로젝트들이 수없이 많다. 그렇게 재정이 풍부한 것은 매년 칼스버그 회사에서 내는 이익의 일정 비율이 재단으로 넘어가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덴마크가 낳은 가장 중요한 과학자라 할 수 있는 물리학자 닐스 보어(Niels Bohr)는 다년간 철저히 칼스버그 재단의 뒷받침을 받았다. 양자역학을 정립하는데 결정적 공헌을 한 보어는 덴마크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칼스버그 재단에서 받은 연구비를 가지고 2년간 영국 케임브리지와 맨체스터 대학에서 연구할 수 있었다. 그 연구 내용은 1913년에 발표되어 물리학의 전통을 뿌리째 뒤흔들었던 양자역학적 원자 구조 모델이었다. 영국에서 돌아와 코펜하겐 대학 교수로 취임한 보어는 그 후 매년 칼스버그 재단에서 크고 작은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   또한 여러 나라에서 촉망되는 젊은 학자들이 코펜하겐에 와서 보어의 지도 하에 연구할 수 있도록 칼스버그 재단은 지원했다. 그리하여 보어가 초대 소장으로 있었던 코펜하겐 대학의 이론 물리학 연구소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양자역학의 메카가 되었다. 그렇게 이루어진 공동 연구의 결과로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도 탄생하게 되었다. 지금은 닐스 보어 연구소로 명명된 이 연구소가 더 커지고 실험 시설도 제대로 갖출 수 있도록 칼스버그 재단에서는 계속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야콥슨은 그렇게 재단을 설립하여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에 재정적 뒷받침을 했을 뿐 아니라 맥주를 과학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연구를 하는 칼스버그 연구소도 동시에 설립하였다. 19세기 당시의 양조업은 전수받은 전통 기술로 잘 하다가도 어떤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맥주가 망쳐져서 버리는 일이 허다했다.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야콥슨은 과학적 맥주 연구소를 세운 것이다. 그 효과는 1880년대에 크게 나타났다. 그 당시 아무도 이해할 수 없게 칼스버그 맥주의 맛이 이상해 지기 시작했다. 그 상황에 투입된 칼스버그 연구소의 헨슨(Emil Hansen)은 맥주를 발효시키는 이스트에 여러 종류가 있고, 그중 특별한 한 종류의 이스트만이 맛있는 맥주를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알아냈다. 헨슨의 공로로 그 특종 이스트를 순수하게 배양하고 다른 종류의 이스트가 들어와서 오염되지 않도록 하는 공정을 개발한 칼스버그 회사에서는 그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각국의 양조장에서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배포하였다.   또 한가지 중요한 과업은 맥주의 산도를 조절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잘 안되면 발효 과정에도 문제가 있고 맛도 제대로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뭔가를 과학적으로 조절하려면 우선 정밀한 측정이 필요하다. 20세기초 까지만 해도 물질이 얼마나 강한 산성을 띠고 있는지를 간편하게 수치로 표현하는 방법이 없었다. 칼스버그 연구소의 화학부 부장으로 1901년에 취임한 사른슨(Søren Sørensen)은 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수소이온 농도 지수”라는 개념을 만들어 내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상당히 생소하겠지만, 그것은 바로 중고등학교 화학 시간에 다들 배우는 pH(피에이치, 또는 독일어 발음으로 페하)이다. 중성이면 pH 7도이고, 산성일수록 그 숫자가 낮아진다. 사른슨은 원액의 pH가 5.5도일 때 칼스버그 맥주가 가장 잘 빚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래서 칼스버그 회사의 맥주 생산공정이 개선된 것은 물론이고 그보다 훨씬 더 일반적인 중요성을 지닌 기초 화학 개념을 만들어 내게 된 것이다. 그 후에 미국의 베크만(Arnold Beckman)은 오렌지 쥬스로 유명한 썬키스트(Sunkist)회사에서 의뢰를 받아 pH를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측정기를 발명하였다. 화학과 생물학에 관련된 모든 실험실에서는 pH측정이 거의 필수적으로 되어있다.   칼스버그 연구소와 재단의 역사를 잘 뜯어 보면 아직도 부러운 것이 많다. 소박한 일상생활의 일부인 맥주를 만드는 것부터 그 옛날부터 오랫동안 체계적인 과학적 연구에 기반했다는 점. 거기서 나온 과학적 지식과 기술적 노하우를 다른 곳에서도 쓸 수 있도록 나누어 주었다는 점. 재단에서는 자회사의 업종에 직접 관련된 분야를 훌쩍 넘어서 모든 학문분야가 번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점. 또 그러한 좋은 일을 하는 재단과 연구소가 이미 150년 가까이 창업자의 정신 그대로 유지되어 왔고 아직도 계속 커가고 있다는 점이다. 장하석 /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 과학철학중앙시평 덴마크 맥주 과학적 맥주 맥주 회사 역사상 덴마크

2022.08.22. 21:05

[중앙시평] 맥주가 일으켜 준 덴마크의 과학 전통

세계 각국에는 즐겨 마시는 고유의 맥주가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아무리 작은 나라라도 특유한 맥주의 전통을 자랑한다. 그 한예가 덴마크의 칼스버그(Carlsberg)이다. 그런데 이 칼스버그는 단순한 맥주 회사가 아니다. 창업자 야콥슨(Jacob Jacobsen)이 1876년에 설립한 칼스버그 재단은 자연과학을 중심으로 모든 학문의 연구를 지원하는 덴마크에서 가장 중요한 민영재단으로 꼽힌다. 칼스버그에서 지원해 온 굵직한 연구 프로젝트들이 수없이 많다. 그렇게 재정이 풍부한 것은 매년 칼스버그 회사에서 내는 이익의 일정 비율이 재단으로 넘어가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덴마크가 낳은 가장 중요한 과학자라 할 수 있는 물리학자 닐스 보어(Niels Bohr)는 다년간 철저히 칼스버그 재단의 뒷받침을 받았다. 양자역학을 정립하는데 결정적 공헌을 한 보어는 덴마크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칼스버그 재단에서 받은 연구비를 가지고 2년간 영국 케임브리지와 맨체스터 대학에서 연구할 수 있었다. 그 연구 내용은 1913년에 발표되어 물리학의 전통을 뿌리째 뒤흔들었던 양자역학적 원자 구조 모델이었다. 영국에서 돌아와 코펜하겐 대학 교수로 취임한 보어는 그 후 매년 칼스버그 재단에서 크고 작은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   또한 여러 나라에서 촉망되는 젊은 학자들이 코펜하겐에 와서 보어의 지도 하에 연구할 수 있도록 칼스버그 재단은 지원했다. 그리하여 보어가 초대 소장으로 있었던 코펜하겐 대학의 이론 물리학 연구소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양자역학의 메카가 되었다. 그렇게 이루어진 공동 연구의 결과로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도 탄생하게 되었다. 지금은 닐스 보어 연구소로 명명된 이 연구소가 더 커지고 실험 시설도 제대로 갖출 수 있도록 칼스버그 재단에서는 계속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야콥슨은 그렇게 재단을 설립하여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에 재정적 뒷받침을 했을 뿐 아니라 맥주를 과학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연구를 하는 칼스버그 연구소도 동시에 설립하였다. 19세기 당시의 양조업은 전수받은 전통 기술로 잘 하다가도 어떤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맥주가 망쳐져서 버리는 일이 허다했다.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야콥슨은 과학적 맥주 연구소를 세운 것이다. 그 효과는 1880년대에 크게 나타났다. 그 당시 아무도 이해할 수 없게 칼스버그 맥주의 맛이 이상해 지기 시작했다. 그 상황에 투입된 칼스버그 연구소의 헨슨(Emil Hansen)은 맥주를 발효시키는 이스트에 여러 종류가 있고, 그중 특별한 한 종류의 이스트만이 맛있는 맥주를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알아냈다. 헨슨의 공로로 그 특종 이스트를 순수하게 배양하고 다른 종류의 이스트가 들어와서 오염되지 않도록 하는 공정을 개발한 칼스버그 회사에서는 그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각국의 양조장에서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배포하였다.   또 한가지 중요한 과업은 맥주의 산도를 조절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잘 안되면 발효 과정에도 문제가 있고 맛도 제대로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뭔가를 과학적으로 조절하려면 우선 정밀한 측정이 필요하다. 20세기초 까지만 해도 물질이 얼마나 강한 산성을 띠고 있는지를 간편하게 수치로 표현하는 방법이 없었다. 칼스버그 연구소의 화학부 부장으로 1901년에 취임한 사른슨(Søren Sørensen)은 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수소이온 농도 지수”라는 개념을 만들어 내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상당히 생소하겠지만, 그것은 바로 중고등학교 화학 시간에 다들 배우는 pH(피에이치, 또는 독일어 발음으로 페하)이다. 중성이면 pH 7도이고, 산성일수록 그 숫자가 낮아진다. 사른슨은 원액의 pH가 5.5도일 때 칼스버그 맥주가 가장 잘 빚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래서 칼스버그 회사의 맥주 생산공정이 개선된 것은 물론이고 그보다 훨씬 더 일반적인 중요성을 지닌 기초 화학 개념을 만들어 내게 된 것이다. 그 후에 미국의 베크만(Arnold Beckman)은 오렌지 쥬스로 유명한 썬키스트(Sunkist)회사에서 의뢰를 받아 pH를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측정기를 발명하였다. 화학과 생물학에 관련된 모든 실험실에서는 pH측정이 거의 필수적으로 되어있다.   칼스버그 연구소와 재단의 역사를 잘 뜯어 보면 아직도 부러운 것이 많다. 소박한 일상생활의 일부인 맥주를 만드는 것부터 그 옛날부터 오랫동안 체계적인 과학적 연구에 기반했다는 점. 거기서 나온 과학적 지식과 기술적 노하우를 다른 곳에서도 쓸 수 있도록 나누어 주었다는 점. 재단에서는 자회사의 업종에 직접 관련된 분야를 훌쩍 넘어서 모든 학문분야가 번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점. 또 그러한 좋은 일을 하는 재단과 연구소가 이미 150년 가까이 창업자의 정신 그대로 유지되어 왔고 아직도 계속 커가고 있다는 점이다. 장하석 /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 과학철학중앙시평 덴마크 맥주 과학적 맥주 맥주 회사 연구비 지원

2022.08.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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