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텃밭 가꾸기
시니어 센터에서 고추와 토마토 씨앗, 모종을 낼 수 있는 흙과 용기 등을 나누어 주었다. 집에서 채소를 키우면 자칫 운동이 부족할 수 있는 노인들이 몸을 쓰게 되고 영양가 높은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며 텃밭 가꾸기를 권했다. 여느 때 같으면 집에 와서 아내에게 던져 주었을 텐데 마침 아내가 한국여행 중이었다. 아내는 십수 년째 뒷마당에 텃밭을 가꾸고 있다. 마당 한쪽, 잔디 반, 잡초 반, 풀을 걷어내고 땅을 일구어 봄이면 이런저런 씨앗과 모종을 심는다. 상추를 심고, 고추, 오이, 호박, 가지, 토마토 등을 번갈아 가며 심는다. 농사일이라는 것이 묘하다. 어느 해에는 호박이 잘 되어 이웃에 나누어 주고도 남아 잘라 말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오이가 잘되기도 한다. 경제성을 따지면 뒷마당 텃밭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흙이며 거름, 그늘막, 물주는 호스며 물값까지 따지면 시장에서 사다 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게다가 잡초도 뽑아주어야 하고, 아침저녁 물주며 모기들에게 물리기도 한다. 하지만 아내가 즐거워하는 일이니 뭐라 말은 하지 않는다. 시니어 센터에서 받아 온 씨앗을 보다가 문득 내가 심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 위에 신문지를 깔고 받아 온 모종 키트를 펼쳐 씨앗을 심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서툴고 어색하다. 그물에 싸인 흙에 물을 부어 불린 다음 씨를 심으라 했는데, 어느 정도 불려야 하는지, 어떻게 씨를 심어야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그물을 찢고 흙을 꺼내 용기에 담아 씨를 심었다. 흙은 촉촉하게, 햇볕이 드는 곳에 두라고 했다. 아침이면 30분가량 해가 드는 거실 유리문 옆에 놓아두었다. 3~4일이 지나니 토마토 화분에서 파아란 싹이 돋았다. 어찌나 반갑던지. 이런 재미에 주말 농사를 짓는구나. 토마토 싹은 햇빛뿐 아니라 모든 빛에 반응한다. 한나절 지나고 나면 빛이 오는 쪽으로 몸을 틀고 있어 한 번씩 화분을 돌려준다. 1주일쯤 지났는데, 벌써 5~6센티 정도 자랐다. 고추는 3종류를 심었는데, 아직 싹이 나지 않았다. 찾아보니 1~2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 기다리는 마음이 조급하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텃밭 가꾸기는 노인들에게 가벼운 운동을 하게 해 주고, 햇빛을 보니 비타민D 가 생성된다고 한다. 정신건강에도 좋아 스트레스와 걱정이 줄어든다. 채소 가꾸기는 계획과 실천, 채소에 발생하는 이런저런 문제 등을 (벌레가 생기고, 물을 주는데도 잎이 마르고, 꽃은 피는데 열매는 맺히지 않는 등의 문제) 해결해야 하니 머리를 쓰게 하여 치매 예방이 된다. 결실을 보게 되면 자신감이 생기고, 목적의식이 생기며,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여행에서 돌아온 아내가 나의 작은 거실 텃밭을 보더니 분무기에 물을 담아 준다. 그걸로 물을 주라고 한다. 써보니 편리하다. 농사 선배라 안목이 다르다.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열린광장 텃밭 뒷마당 텃밭 거실 텃밭 텃밭 가꾸기
2025.10.01. 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