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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법] 디캔팅

트러스트는 자산을 보호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상속하거나 관리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수단이다. 특히 취소 불가능한 트러스트는 한 번 설정하면 내용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오랜 기간 변함없이 유지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현실은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수혜자의 생활 상황이 바뀌거나, 세법이 달라지거나, 트러스트가 설계된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한 방법이 바로 ‘디캔팅(Decanting)’이다.   디캔팅은 말 그대로 기존 트러스트에 들어 있는 자산을 새로운 트러스트로 따라 붓는 개념이다. 이름은 와인을 디캔터에 옮겨 담는 데서 유래했지만, 법적으로는 기존 트러스트를 없애지 않고도 내용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디캔팅의 가장 큰 특징은 트러스티가 법원의 승인이나 수혜자의 동의 없이도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트러스트가 디캔팅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자선 목적의 트러스트나, 문서 자체에 디캔팅을 금지하는 조항이 명시된 경우는 예외다. 또한 트러스트가 완전히 취소 가능한 구조일 경우에는 굳이 디캔팅이 필요하지 않다. 실질적으로 디캔팅은 취소 불가능한 트러스트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수단이라고 보면 된다.   디캔팅을 통해 변경할 수 있는 범위는 트러스티가 가진 권한의 수준에 따라 다르다. 수혜자에게 자산을 나눠주는 데 있어서 건강, 교육, 생계유지 등의 기준이 명확히 정해진 경우, 트러스티는 주로 행정적인 조항들만 수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후임 트러스티를 지정하거나, 회계 기준을 바꾸거나, 관할 주법을 변경하는 정도다. 반면, 트러스티가 자유로운 재량권을 가진 경우에는 수혜자 간의 분배 비율, 자산 분할 방식 등 좀 더 실질적인 조건까지도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디캔팅이라고 해서 전면적인 재설계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몇 가지 중요한 제한이 있다. 첫째, 기존에 없던 인물을 새로운 수혜자로 추가할 수 없다. 둘째, 현재 수혜자가 이미 보장받고 있는 확정된 권리를 줄이거나 없앨 수도 없다. 셋째, 혼인공제나 자선 공제처럼 세금 혜택을 위한 트러스트 구조를 손상시키는 변경도 허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A와 B가 현재 소득을 반드시 분배받게 되어 있다면, 디캔팅을 통해 그 권리를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다. 또한 C라는 새로운 사람을 지금 수혜자 명단에 추가하는 것도 금지된다.   절차적으로는 수혜자, 트러스트 설정자, 트러스티, 특정 권한을 가진 사람 등에게 사전 통지를 해야 한다. 동의는 필요 없지만, 통지하지 않으면 나중에 법적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디캔팅 이후 통지 누락이나 정보 부족을 이유로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트러스트를 디캔팅 하려는 트러스티 입장에서는 이런 점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사전에 자신이 가진 권한이 어느 수준인지, 어떤 변경은 가능하고 어떤 건 금지되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수혜자 역시 트러스트에 어떤 변경이 생길 수 있는지, 그 변화가 자신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트러스티든 수혜자든, 디캔팅을 고민하고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고, 구체적인 구조와 절차를 꼼꼼히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의: (213)459-6500 스티븐 채 변호사상속법 디캔팅 트러스트 수혜자 트러스트 디캔팅 이후 트러스트 구조

2025.07.02. 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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