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고 흐트러진 비석 조각을 조심스레 모으자 세월에 가려 있던 흐릿한 이름이 드러났다. 지난 9일 LA 한인타운 인근 로즈데일 묘지에서 독립유공자 3인의 묘소가 새로 발견됐다. 지하에 잠든 지 수십년 만에 한인 사회와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미주중앙일보, 대한인국민회기념재단, 화랑청소년재단이 공동 주관하고 뱅크오브호프가 후원한 ‘독립유공자 묘소 찾기 프로젝트’가 거둔 성과였다. 이날 작업에는 화랑청소년재단 소속 학생 36명을 포함해 학부모 등 70여 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이 찾아낸 독립유공자는 김성하(대통령표창·2021), 김관유(대통령표창·2015), 박영제(대통령표창·2015) 지사의 묘다. 학생들은 묘역의 비석을 정성스레 닦고, 태극기와 꽃을 헌화했다. 이로써 9일 기준 로즈데일 묘지에 잠든 31명의 독립유공자 중 30기의 위치가 확인됐다. 김성하 지사는 1907년 공립협회 샌프란시스코지방회에 입회해 대한인국민회 활동과 농업을 병행하며 독립운동 자금 지원에 힘썼다. 김관유 지사는 미주 각 지방회에서 회장·학무원 등을 맡아 한인 아동 교육기관과 국어학교 후원에 앞장섰다. 박영제 지사는 다뉴바·스탁톤지방회에서 회장과 대의원으로 활동하며 3·1절 기념식 연설과 독립운동사 보급에 힘쓴 인물이다. 화랑청소년재단 박윤숙 총재는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3기를 확인해 큰 보람을 느낀다”며 “마지막 한 분인 신형호(건국훈장 애족장·2011) 지사의 묘도 끝까지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프로젝트에 참가한 학생들에게는 학교에서 접하지 못한 역사를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김성하 지사 묘에 태극기를 직접 꽂은 안젤라 이(16) 양은 “그동안 찾지 못했던 독립유공자의 묘를 발견해서 너무 특별했던 순간”이라며 “그분들을 기리고 존경을 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됐다”고 말했다. 케일린 유(17) 양은 “묘를 청소하고 태극기와 꽃을 올리면서 그분들의 희생을 직접 느껴볼 수 있었다”며 “오랜 시간 잊히고 발견되지 못했던 묘를 찾아내는 것은 역사적인 일에 동참할 수 있어 뜻깊다”고 전했다. 화랑청소년재단은 로즈데일 묘지 관리사무소 측과 협력해 추가 단서를 찾고, 다음 달 묘소 찾기 프로젝트 일정이 정해지면 학생들을 더 투입해 나머지 1기를 찾을 계획이다. 이날 학생들은 기존 독립유공자들의 묘소에 놓여 있던 꽃과 태극기도 새로 교체했다. 화랑 측은 묘소 찾기 활동 기록과 참가 학생들의 소감 등을 모아 단편집과 오디오북 등으로 제작해 전 세계 화랑 지부에 배포할 예정이다. 프로젝트에 함께 참가한 학부모 이미정(59) 씨는 “아이(안젤라 이)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반은 미국인, 반은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느끼게 됐다고 하더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배우고, 모르는 부분은 서로 알려주며 대화할 수 있어 더 기쁘다”고 말했다. 독립유공자 묘소에 놓인 태극기와 꽃은 다시는 잊지 않겠다는 후세의 약속이다. 강한길·송윤서 기자독립유공자 로즈데일 독립유공자 묘소 독립유공자 3인 로즈데일 묘지 묘소 찾기 송윤서 광복절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미국 LA뉴스 LA중앙일보 강한길 미주중앙일보 태극기
2025.08.14. 20:53
3·1절을 맞아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이사장 클라라 원)과 한인 커뮤니티 관계자들이 로즈데일 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이날 로즈데일 묘지에는 삼일절여성동지회, 국가원로회 등 약 25명이 참석해 이민 선조와 독립운동가들의 애국정신을 기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LA한인회관에서 열리는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김상진 기자로즈데일 삼일절 삼일절 기념 로즈데일 묘지 삼일절여성동지회 국가원로회
2024.03.04. 19:44
사흘 뒤면 광복절이다. 이맘때면 한번쯤 가봐야 할 곳이 로즈데일 묘지(Rosedale Cemetery)다. 한인 초기 이민자 280여명과 함께 독립유공자 18분이 잠들어 있는 '한인 국립묘지' 다. 일제 강점기 태평양을 건너온 한인 초기 이민자들은 이 땅에 정착하기 위해 갖은 고초를 겪었다. 그러면서도 당시 한인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고국의 독립운동에 보탰다. 그 중 일부는 적극적인 독립운동을 펼쳐 고국의 정부로부터 사후에 독립 유공자로 지정됐다. 또한 로즈데일 묘지는 야외 이민사 박물관이기도 하다. 수백개의 묘비에 새겨진 한글은 당시 문법과 철자법에 의해 쓰였다. 올림픽 다이빙 금메달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고 새미 리 박사의 부친 이순기씨 묘비가 눈길을 끈다. 묘비에는 '사랑하는 사랑허난 우리 아바님 쳔당 복락 누리십씨요. 리순기씨' 철자법이 지금과는 다르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세상을 떠난 가족을 향한 애틋함이 배어 있는 묘비 문이 즐비하다. LA한인들에게 로즈데일 묘지는 과거이자 현재다. 그리고 미래이기도 하다. (1) 손덕인 (2) 손덕인의 부인 손마리아 (3) 차상달 (4) 차상달의 부인 엘리스 이 (5) 이순기 (6)장일만(사진이 훼손됐다). 묘지에 박힌 생전의 모습들이다. 김상진 사진부장 [email protected]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이민사 박물관 이민사 박물관 한인 국립묘지 로즈데일 묘지
2023.08.11. 1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