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업] 록큰롤 가수의 인생 길 찾기
“당신이 자꾸 어린 시절에 살던 집을 찾아가는 이유는, 과거의 잘못된 것들을 옳게 고쳐보고 싶어서인가요?” “그런 것 같아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이 대화는 미국의 전설적인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25년 동안 그의 치료를 맡았던 정신과 의사 마이어스 박사 사이에서 오간 말이다. 어린 시절 자신을 힘들게 했던 아버지와 살던 집을 반복적으로 찾아가던 스프링스틴의 무의식적 행동을 두고 나눈 대화다. 몇 달 전, 스프링스틴은 타임지 표지에 ‘The Boss’라는 제목과 함께 실렸다. 올해 76세인 그는 21장의 앨범을 냈고, 그래미·오스카·토니상을 포함해 미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의 메달’까지 수십 개의 상을 받은 인물이다. 반세기에 걸친 음악 활동 동안 1억5000만 장이 넘는 음반을 판매했고, 최근 연주 투어에서는 무려 7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1980년대 ‘Born in the USA’ 투어를 능가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런 그가 최근 자신의 삶을 영화로 제작하는 데 동의했다. 과거에는 강하게 반대하던 일이었다. 영화 ‘Springsteen: Deliver Me From Nowhere’는 그가 30대에 접어들며 처음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결국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게 되는 순간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스프링스틴의 아버지는 말수가 적고, 일자리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떠돌이 공장 노동자였다. 택시 운전사, 교도관 등 여러 일을 전전했고, 분노를 폭발시키고는 긴 침묵에 빠지곤 했다. 아내와 세 자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특히 아들 브루스에게는 더 가혹했다. 밤마다 맥주와 담배를 들고 앉아 있던 아버지 대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사람은 법률비서로 일한 어머니 ‘아델’이었다. 스프링스틴은 “내 음악 중 따뜻한 건 모두 어머니에게서 왔고, 황폐한 음악은 모두 아버지에게서 나왔다”고 회고한다.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 하층 노동자인 아버지가 정신과를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그는 수십 년이 지나서야 정신과를 방문했고, 조울증과 조현병을 동시에 가진 ‘조현정동장애’(Schizoaffective Disorder) 진단을 받았다. ‘Nebraska’ 음반을 발표한 직후, 스프링스틴은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매니저 란다우가 “이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권유하면서 치료가 시작됐다. 마이어스 박사와 첫 상담에서 스프링스틴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집도 없고, 파트너도 없고, 일 말고는 다른 삶이란 게 없습니다. 그리고 그게 좋습니다.” 이후 그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 사랑을 노래할 수 있게 됐다. ‘Walk Like A Man’은 소년이 모래 위에 찍힌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 걷다가, 결혼식장에서 신랑으로 서 있는 장면으로 끝나는 곡이다. 아버지와의 관계를 은유한 작품이었다. 첫아이가 태어난 날, 아버지는 먼길을 운전해 LA로 그를 찾아왔다. “너는 우리에게 잘해줬는데, 나는 너에게 잘해준 게 하나도 없구나.” 그 고백은 스프링스틴에게 인생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는 말했다. “아버지는 제가 당신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랐어요.” 스프링스틴은 기타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이틀이 있습니다. 하루는 제가 처음 기타를 잡았던 날, 또 다른 날은 그 기타를 내려놓는 법을 배운 날입니다. 기타는 처음엔 제 치료제였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도구였죠. 하지만 지금은 제 음악을 되돌아보게 하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하루 세 시간 연습이면 충분합니다. 나머지 21시간은 내려놓아야죠.” 기자가 물었다. “지금도 예전에 살던 집을 찾아가나요?” 그는 잠시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이상하게도 지금도 그 집 근처를 운전하며 지나가곤 해요.” 영화 ‘Springsteen: Deliver Me From Nowhere’는 지난 10월 24일부터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록큰롤 가수 록큰롤 가수 직후 스프링스틴 가수 브루스
2025.11.27.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