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애난데일 한인타운 인근 페어팩스의 밤은 집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린 홈리스들로 북적인다. 허름한 옷차림에 보따리 몇 개를 들고 쉘터나 공원 벤치에 많이 앉아 있다는 점이 생소했다. 김성한 기자가 직접 취재한 한인 홈리들이 실태를 자세하게 알아본다. 페어팩스에는 홈리스들이 잠을 청하고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정부 쉘터, 교회 쉘터, 법원 구치소, 공원.버스정류장 벤치 등이 있다. 이 곳은 이들이 유일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열악한 환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기자는 페어팩스시 중심에 있는 쉘터와 공원 벤치를 지난 12일 이른 새벽과 아침 찾았다. 마침 한인 홈리스 3명과 백인과 흑인 6명을 만날 수 있었다. 밤새 공원 벤치에서 잠을 자느라 추위와 허기에 지친 한인 홈리스들에게 던킨도너츠 따뜻한 커피와 도너츠를 주문해 주었더니 “고맙습니다”라는 말과 동시에 허기진 배를 채우는 모습을 보니 기자는 마음이 찡함을 느끼며 어떻게 도와드려야할 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길거리 생활은 어떤 일로 시작하게 된것인지요?” 홈리스1(이인호 64세): 한 때는 뷰티서플라이 업체를 운영하는 사업도 하면서 이민 생활을 했지만, 너무 방탕한 생활을 나도 모르게 하다보니까 어느 순간 추락의 길을 걷게 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건강마저 나빠져 생활 터전을 잃어버리고 길거리로 내몰려 홈리스가 됐다. 지금 후회는 하지만 모든 것이 너무 늦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매일 일자리를 찾아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홈리스2(유명현 69세): 버지니아 알링턴에서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하다 경영난에 직면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망했다. 사업이 망하고 재기가 힘들자 결국 거리로 내몰려 방황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벌써 5-6년이 지나갔다. 홈리스들이 다 그렇지만 잠은 정해진 곳이 없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적당한 공간을 찾아야 하고, 식사는 주로 쉘터에서 무료로 주는 하루 2끼로 해결한다. 삶의 비참함이란 뭐라고 다 표현할 수가 없다. 홈리스3(조용봉 84세): 십 수년 전 버크에 있던 집에서 화재가 발생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후 생활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방황하다 결국은 거리로 내몰렸다. 여느 홈리스와 마찬가지로 잠은 공원이나 법원 구치소 또는 교회를 찾아 해결하고, 식사는 쉘터를 찾아 배고픔을 달랜다. 이들에 따르면,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에만 한인 홈리스들이 약 15-20여 명 있는데,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이들은 매일 매일 거리를 헤매며 그날 먹을 것과 잠잘 곳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비록 삶의 목표를 잃어버렸지만 홈리스들이 웃음을 지으며 밝은 미래를 맞이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들과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막 헤어질려는 찰나에 흑인인 40대 찰슨 로맥스는 조용봉 씨에게 “오늘 밤 내 여자친구 차량에서 잠을 자도 된다고 제안하며 어디 가지말고 여기서 기다려 달라”고 말해 가슴을 찡하게 했다. 김성한 기자 [email protected]르포 길거리 버지니아 한인 홈리스들 길거리 생활 버지니아 페어팩스
2025.04.15. 12:39
LA한인타운 인근의 ‘맥아더 공원’은 생기를 잃은 지 오래다. 길거리에 나뒹구는 베이프, 주사 바늘, 초점 잃은 눈빛의 노숙자들은 이곳의 실상을 암묵적으로 대변한다. 지난 9일 캐런 배스 LA시장 등이 이곳을 바꿔놓겠다고 공언했다. 300만 달러를 들여 이곳을 재단장하겠다는 ‘맥아더 공원 재연결(Reconnecting MacArthur Park)’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본지 7월10일자 A-3면〉 관련기사 [LA시 재단장 프로젝트 공개] 맥아더공원에 300만불 투입…효과는 글쎄 지금 맥아더 공원의 사람들은 재단장을 반신반의한다. 이곳이 다시 생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정책의 실효성을 거두려면 시 정부는 적나라한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변화는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프로젝트 계획 발표 다음 날인 10일 직접 현장을 찾아가 맥아더 공원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10일 오전 11시, 맥아더 공원 옆 윌셔 불러바드와 알바라도 스트리트 인근에 차를 댔다. 카메라를 꺼내자마자 여기저기서 욕설이 귓가를 때린다. 욕설을 내뱉는 이들의 눈빛은 초점이 없다. 정신 질환을 앓는 노숙자이거나 마약에 취한 것이 틀림없다. 조금이라도 그늘이 드리운 곳에는 어김없이 노숙자가 있다. 윌셔길 주변에만 50여명 정도가 맨바닥에 누워있다. 조심스레 공원 내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여섯명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손에는 저마다 담배처럼 생긴 긴 모양의 은박지를 들고 있다. 주변에는 부탄가스, 라이터 등이 널브러져 있다. 그중 한명은 허리를 구부린 채 경직된 자세로 움직이지 않는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때문이다. 이곳의 현실은 되돌이표다. 지난 2021년 당시 길 세디요 시의원도 150만 달러를 투입, 공원 보수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인 바 있다. 효과는 미미했다. 시 정부가 고용한 용역 업체 직원 마퀴스(29)는 현재 공원 앞 4칸짜리 임시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고 있다. 마퀴스는 “2021년에도 이곳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도대체 무엇이 변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마약에 취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잔디 조금 교체하고 쥐 없어진 것밖에는 체감되는 게 없다”며 “보다시피 이곳의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맥아더 장군의 이름을 딴 이곳은 한인사회도 유대감을 갖는 곳이다. 지난 2017년 한인들이 공원 내 맥아더 장군 동상 주변으로 무궁화 나무 50그루를 심었다. 무궁화봉사회 회원 10여명은 매달 둘째 주, 넷째 주 토요일마다 이곳에 나와 무궁화를 관리했었다. 요즘은 시 정부로부터 당분간 관리를 중단해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기한은 없다. 이 단체 장응용 전 회장은 “이곳이 얼마 전부터 마약 단속 지역으로 지정됐고, 너무 위험해지다 보니 이제는 대낮에 가도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주변 도로부터 개선한다는데 가장 시급하고 최우선 해결 과제로 삼아야 할 건 그 부분이 아니라 노숙자와 마약”이라고 꼬집었다. 공원을 걷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바닥엔 주사 바늘, 콘돔 등이 그대로 버려져 있다. 공원 주변의 노점상들을 지나 바로 옆 작은 골목으로 향했다. 알바라도 스트리트와 웨스트레이크 애비뉴 사이다. 공식적인 길 이름도 없다. 암암리에 ‘LA 좀비 골목’으로만 불린다. 이곳엔 펜타닐 중독자들이 몰려있다. 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인분, 쓰레기 등의 냄새가 뒤섞인 악취가 마구 코를 찌른다. 대략 30명 정도다. 대부분 펜타닐 중독 탓에 구부정한 자세로 멈춰있다. 기괴한 소리를 내며 좀비처럼 걷는 마약 중독자가 눈에 띈다. 야구 배트를 들고 노려보는 노숙자도 있다. 이 골목 인근에서 20년간 치킨집을 운영해온 데이비드 김 사장은 “공원 재단장은 정부의 전시 행정일 뿐 효과가 없는 일”이라며 “2021년에 재단장을 한 뒤 오히려 마약 중독자와 노숙자가 몰리면서 치안만 더 나빠졌다”고 하소연했다. 공원 내 놀이터는 의미가 무색하다. 낮인데도 아이들이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강아지와 산책을 하던 백인 여성 브릿제(37)는 7가 인근에서 예술 관련 비영리단체를 운영 중이다. 그는 “공원과 주변 지역을 좋게 만든다고 사람들이 오는 게 아니다”라며 “시정부는 그 돈으로 태스크포스부터 구성해서 마약, 노숙자 같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고 안전한 공원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맥아더공원은 멀리서 보면 평화롭지만, 가까이서 보면 암울하다. 주민들은 그 괴리를 좁힐 수 있는 변화를 원하고 있다. ━ ☞맥아더 공원은 LA도심 속에서 인간에게 자연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할리우드의 황금기가 시작됐던 1920년대부터 LA시민들의 쉼터로 자리매김했다. 주변의 극장, 호텔, 식당 등과 함께 LA에 생기를 불어넣었던 공원이다. 앤젤리노들의 ‘정신(soul)’이 깃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리처드 해리스가 불렀던 ‘맥아더 파크’는 1968년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전국적으로도 명성을 얻은 계기였다. LA역사 문화 유적 100호로 지정(1972년)된 것도 이때쯤이다. 맥아더공원이 어그러진 건 70년대 중반부터다. 갱단 간 알력 등으로 슬럼화되면서 쉼터는 어느새 마약, 매춘 등 범죄의 온상이 됐다. 맥아더 공원은 그렇게 시들어갔다. 이곳에 다시 생기가 돌면 LA도 숨을 쉴 수 있다. 정윤재·최준호 기자맥아더 공원 좀비 마약 펜타닐 LA 로스앤젤레스 앤젤리노 미주중앙일보 캐런 배스 마약 노숙자 르포
2024.07.10. 20:43
세리토스에 위치한 시티몰홈굿즈(Citi Mall Home Goods) 매장은 마치 옷 전쟁터 같았다. 젊은층부터 시니어층까지 여러 소비자가 높이 쌓여있는 옷더미를 뒤지며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옷더미에서 찾은 옷을 그 자리에서 대보거나 입은 옷 위에 입어보며 대충 사이즈를 가늠했다. 점원이 확성기를 통해 “옷 한장에 50센트!”라고 외치자 더욱 뜨거운 쇼핑 열기가 몰아쳤다. 고객들간 옷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고 대충 눈대중으로 사이즈가 맞겠다 싶은 옷은 큰 카트에다 마구 담기 시작했다. 커다란 카트에 옷을 한가득 채운 후에야 소비자들은 만족하며 쇼핑을 마무리했다. 결제를 끝낸 소비자들은 마치 엄청난 양의 전리품을 얻은 전사처럼 자신이 찾은 옷과 상품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매장을 나섰다. 시티몰홈굿즈는 반품되거나 시즌이 지난 옷, 신발, 화장품, 가방, 지갑뿐만 아니라 담요, 의자, 화장지, 쿠킹호일, 아기침대, 선풍기 등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곳이다. 화장품은 1~2달러면 구할 수 있다. 개당 4달러인 지갑도 6개를 사면 개당 가격이 3달러로 1달러 싸진다. 벼룩시장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주는 이곳에서는 수많은 상품을 아주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입소문에 늘 고객으로 꽉찬다는 게 업체가 전하는 말이다. 옷은 종류와 관계없이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옷 한장에 1달러, 수요일에는 50센트, 목요일~일요일까지는 2달러에 판매된다. 아디다스, 어그 등 유명 브랜드 신발도 1~2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28달러 수영복, 19.99달러 칼하트 자켓, 25달러 후드집업도 50센트~2달러 사이에 파격적으로 싼 가격에 살 수 있었다. 한 점원은 “목요일에는 매장에 새로운 옷들이 입고되기 때문에 수요일에 옷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매장을 방문한 마빈 페르난데즈는 “다른 매장에서 옷을 사려고 하면 티셔츠 한장에 20달러나 줘야 한다”며 “여기서는 잘 찾으면 브랜드 옷을 50센트에 살 수 있어서 자주 방문한다.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여기서 산 건데 상·하의, 신발 등을 5달러에 구매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시티몰홈굿즈에는 수만 가지의 티셔츠, 재킷, 블라우스, 치마, 청바지, 운동화 등이 쌓여 있어서, 보물찾기와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 고객은 전했다. 운이 좋으면 좋은 옷을 매우 싼 가격에 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모든 사이즈가 있는 게 아니라서 제대로된 티셔츠 한장도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제품에 하자가 있어야만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하다는 것도 흠이다. 따라서 구매 전에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품된 물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텍사스 휴스턴의 리틀디포도 파격적인 가격으로 그 지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수년간 지속된 고물가에 이런 ‘스리프트 스토어’에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부담 없는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상품 구성으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며, 쇼핑의 재미를 더한다. 특히, 한정된 예산으로 많은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 가족 단위의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다. 소비자의 쇼핑 트렌드를 추적 및 분석하는 캐피탈원쇼핑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3년 440억 달러였던 스리프트 시장 규모는 2027년에 700억 달러로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사진=정하은 기자 [email protected]르포 르포 세리토스 티셔츠 자켓 쿠킹호일 아기침대
2024.06.05. 20:59
[르포] "K드라마 속 라면끓이는 냄비냐"…자카르타서 인기 코트라-관광공사, 인도네시아서 한국 중소기업제품 판촉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K-드라마에서 봤다. 이 냄비에 라면을 끓여 먹는 것 아니냐"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백화점 센트럴파크몰은 개장한 오전 10시30분부터 인파가 몰렸다. 이곳에선 9일부터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 한국관광공사가 함께 마련한 한국 소비재 판촉전이 열리고 있다. 행사장을 찾은 자카르타 시민들은 황동색의 양은 냄비를 한눈에 알아봤다. 한국 드라마에서 라면을 끓일 때 자주 등장하는 양은 냄비를 실제로 보려는 현지인들로 부스는 항상 붐볐다. 행사장은 한옥을 본뜬 조형물과 단청으로 꾸민 전시 부스, 청사초롱으로 꾸며져 백화점을 찾은 현지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카르타 시민들은 행사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실제로 한국에 온 것처럼 즐거워했다. 이번 판촉전엔 중소기업의 뷰티 제품부터 식품, 주방용품, 패션잡화 등 100여개 한국산 소비재 상품이 선보였다. 인도네시아에선 한류가 주류 대중문화로 자리잡은 터라 'K-라이프 스타일' 제품도 인기가 많다. 아들과 함께 행사장에 온 한 자카르타 시민은 "아직 한국에 한 번도 못 가봤다. 이번 팬데믹이 끝나면 가족 여행을 꼭 갈 것"이라며 "한국산 샴푸를 샀는데,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보는 자카르타 시민들의 관심은 높았다. 쿠쿠 전기밥솥 판매 부스 직원은 "토요일인 어제 하루에 16개를 팔았고, 오늘도 아침부터 많은 고객이 몰렸다"고 말했다. 이밖에 BTS 화장품, 에코백, 떡볶이와 만두 등 한국 냉동식품도 이번 행사에서 인기 제품이었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 열풍이 인도네시아에도 거세게 불어 달고나 만들기 키트도 판촉전에서 화젯거리였다. 달고나 뽑기에 성공하면 선물을 주는 코너에 앞다퉈 참여한 자카르타 시민들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아흐자(8)군은 "생일을 맞아 부모님과 쇼핑 왔다가 달고나 뽑기를 해보게 됐다. 꼭 성공하고 싶다"며 핀으로 모양을 떼는 데 집중했다. 앞서 코트라 수라바야 무역관은 4∼7일 인도네시아 제2도시 수라바야시의 파쿠온몰에 팝업 스토어를 열고 57개 한국 중소기업의 690개 제품을 홍보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르포 자카르타 드라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자카르타 시민들 자카르타 무역관
2021.11.14. 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