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타운과 인접한 맥아더 공원이 중병으로 신음하고 있다. 시민의 쉼터에 노숙자·마약중독자들이 몰리면서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만 지난 16일 새벽 산책 중이던 80대 한인이 칼에 찔려 중상을 입은 사건 〈본지 1월 20일자 A-3면〉이 발생했고, 22일엔 갱단 간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 LA경찰국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6명이 총상을 입었다. LA 시정부의 공원 재단장 약속이 무색해지는 모습이다. 유니세스 에르난데스 시의원(1지구) 등 LA시 정치인들은 한 달 전 대대적으로 맥아더 공원의 안전 강화 프로그램을 발표 〈본지 12월 20일자 A-4면〉했지만 지금까지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지난 21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맥아더 공원 곳곳을 살폈지만 재단장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악취가 코를 찌른다. 쓰레기와 오물이 뒤섞여 있어 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곳곳에 부탄가스통, 라이터 등이 널브러져 있다. 대낮인데도 곳곳에서 마약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대부분 담배처럼 생긴 긴 모양의 은박지를 들고 허리를 구부린 채 경직된 자세로 움직이지 않는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을 사용한 듯 보였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경찰이나 시큐리티 가드는 보이지 않는다. 공원에서 담배, 술, 텐트 설치 등을 금한다는 10가지 규칙이 적힌 효과 없는 팻말만 덩그러니 있었다. 공원 인근에서 20년간 치킨집을 운영해 온 데이비드 김 씨는 “가게 앞에 있던 편의점이 한 달 전 문을 닫았다”며 “리스가 2~3년 남았는데도 본사가 철수를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일 절도와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노숙자들이 가게 앞을 점령하면서 직원과 손님들이 불안해했다”고 덧붙였다. LA시는 올해 1월부터 맥아더 공원에서 피스 앰배서더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지역 시의원인 유니세스 에르난데스는 2년 반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비무장 팀이 주 5일간 맥아더 공원 등 웨스트레이크 지역을 돌며 응급 처치, 경찰 신고 등 각종 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공원을 관리하고 있는 커뮤니티센터조차 이 프로그램의 운영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커뮤니티센터의 한 관계자는 “피스 앰배서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1지구 시의원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 정확한 일정이나 운영 현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야간 시간에 공원이 문을 닫은 후 노숙자들이 텐트를 치거나 하면 LAPD와 협력해 대응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본지는 1지구 시의원 사무실 측에 두 차례나 안전 강화 프로그램의 일정, 현황, 성과 등의 자료를 요청했지만 23일까지 받지 못했다. 캐런 배스 LA시장도 지난해 7월 300만 달러를 들여 이곳을 재단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특별한 소식은 없다. 지난 2021년에는 당시 길 세디요 시의원이 150만 달러를 투입, 공원 보수 작업을 벌였지만 그 후 별반 달라진 건 없다. 공원에는 나무에 걸려있는 하얀색 박스가 보였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펜타닐 해독제인 ‘나르칸’이 들어있는 박스다. 응급 상황 시 즉각 투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약물 문제의 근본적 해결보다는 맥아더 공원에 모이는 마약 중독자들에게 마치 ‘알아서 해결하라’는 듯 보인다. 맥아더 공원은 갈수록 슬럼화되고 있다. LA시 민원 서비스 ‘My LA 311’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맥아더 공원이 포함된 웨스트레이크 지역에서만 총 6593건의 노숙자 텐트 신고 건이 접수됐다. 이는 LA 내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두 번째로 신고 건이 많은 다운타운(3410건)의 두 배에 달한다. 맥아더 공원과 그 주변이 노숙자들에게 주요 집결지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맥아더 공원의 이런 열악한 상황은 잠재적으로 범죄 유발의 우려도 낳는다. 한인 단체인 무궁화봉사회는 매달 두 번 맥아더 공원에 가 화단 관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회원인 장응용 씨는 “공원에 있는 사람 모두가 위험 인물이라고 볼 순 없지만 화단을 관리하다 보면 욕설은 물론이고 마약에 취한 이들로부터 위협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이곳을 지나다 강탈을 당하거나 자전거를 뺏긴 한인들도 있을 정도로 맥아더 공원은 위험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씨는 “공원 인근에 시니어 아파트가 있는데 그곳에 사는 한인 시니어들도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는 공원 주변 산책을 피하고, 알바라도 길 쪽으로는 잘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맥아더 공원은 생기를 잃은 지 오래다. 마음 놓고 걸을 수 없는 이곳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시 정부가 내건 ‘재단장’이라는 구호가 헛헛하다. 관련기사 80대 한인 칼에 찔려 중상 정윤재·강한길 기자마약중독자 노숙자 맥아더 공원 공원 재단장 공원 인근
2025.01.23. 22:30
LA시를 비롯한 각 정부가 재정 부족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시니어 음식 프로그램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일부 시니어들은 음식 제공 프로그램 등이 축소되면 삶 자체가 위협받는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5일 캐런 배스 LA시 시장이 서명한 2024~2025년 회계안에 책정된 LA시 노인국 예산은 약 1150만 달러다. 전년 대비 245만 달러(17%)를 삭감한 액수다. 예산안 발표 후 시니어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른 시정부 현안에 비해 과소평가됐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일례로 LA시는 타운인근 맥아더공원에 마약중독자 재활 및 치료를 위해 300만달러를 투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예산 삭감으로 노인국은 당장 오는 8월부터 ‘긴급대응 노인 식사 프로그램(RRSMP)’을 폐지한다. 〈본지 6월 14일 A-3면〉 이로 인해 프로그램에 등록된 약 2000여명의 시니어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노인국은 경고하고 있다. 지난달 LA시의회 미팅에 참석한 주민 마리아 알타미라는 “이 프로그램은 이동이 힘든 수많은 노인에게 생명선과 같았다”며 “8월 이후에도 자금을 확대해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 센터(이사장 신영신·이하 시니어 센터)의 박관일 사무국장 역시 “시정부의 재정 부족으로 모든 부서에 예산 삭감의 영향이 미치고 있다”며 “그중 시니어와 저소득층의 음식 관련 사안은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니어센터의 경우 예산 삭감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무료 점심 도시락 메뉴가 한식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메뉴로 변경되기도 했다. 시니어센터 측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무료 점심 도시락 배포 개수나 유지에는 영향이 없지만 양질의 한식 메뉴를 이어 가지 못하고 다른 메뉴로 대체해야 하는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노인국 예산 삭감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시의원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헤더 허트(10지구) 시의원은 노인국과 시 행정관(CAO)에 RRSMP 폐지와 관련한 보고서를 시의회에 제출할 것을 요청하는 안건을 발의한 바 있다. 2일 10지구 사무실은 본지에 “현재 노인의 18% 이상이 가난하게 살고 있으며 이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이것이 폐지되는 프로그램을 재정립하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법안을 만든 이유”라고 밝혔다. 본지는 또한 LA시 노인국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이와 관련, 가주에서는 55세 이상이 대상인 ‘가주 음식 보조 프로그램(California Food Assistance Program·CFAP)’ 시행이 연기되면서 수만 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LA타임스는 최근 보도했다. 당초 주 정부는 2025년 10월 1일부터 신분과 관계없이 55세 이상 자격이 되는 주민에게 주에서 지원하는 식품 혜택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산 합의가 늦어지면서 해당 프로그램은 2년간 연기됐다. 이에 따라 55세 이상 서류미비자 10만 명 이상이 2027년까지 식량 불안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장수아 기자마약중독자 시니어 시니어 음식 한인타운 시니어 예산 삭감
2024.07.02.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