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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와 고집 싸움, 마흔 살의 로맨틱 코미디

프랑스적인 개그와 농담이 풍부한 캐롤라인 비날 감독의 유쾌한 코미디. 그러나 코믹함에만 의존하지 않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밀도 있게 파고들어 따뜻한 감동과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해 세자르영화상에 작품상 등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파리의 초등학교 교사 앙투아네트(로르 칼라미)는 학부형이며 유부남인 블라디미르와 사랑에 빠진다. 40대 싱글인 그녀는 다가오는 휴가 기간 동안 블라디미르와의 로맨틱한 시간을 즐기려는 생각에 잔뜩 들떠있다. 그러나 그의 아내가 6일간의 가족 하이킹 여행을 예약해버리면서 크게 실망한다.     장난기 많은 앙투아네트는 홧김에 블라디미르 가족의 여행을 따라가기로 작정한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주옥같은 풍경으로 이어지는 프랑스 남부의 세벤느. 1870년대 소설 ‘트레저 아일랜드’,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당나귀를 데리고 여행하면서 ‘당나귀와 함께 한 세벤느’라는 여행기를 남겼던 꿈의 하이킹 코스다. 단 한 번도 하이킹을 해본 적도 없고 당나귀를 다루어 본 적은 더더욱 없는 앙투아네트는 패트릭이라는 이름의 당나귀를 소개(rent)받고 6일간의 트레킹에 들어간다.   대단히 고집이 센 패트릭은 스스로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도무지 움직이질 않는다. 이 완고한 반려자 덕분에 앙투아네트는 숙소에 도착하지 못하고 첫날 밤을 동물들과 함께 숲속에서 지낸다. 계속되는 패트릭과의 기 싸움에도 그녀는 결국 다음날 블라디미르의 가족과 당혹스러운 조우(?)를 하는 데 성공한다.   영화 ‘마이동키, 마이 러버 & 아이’는 사랑에 관한 스토리라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 중년 여인의 초상에 가깝다. 비날 감독은 반면 애인 블라디미르를 건조한 캐릭터로 제한하며 그와의 관계보다 앙투아네트의 매력을 표출하는 데 더 집중한다.   앙투아네트는 주변의 폭소를 자아내고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지만 한편 사려 깊고 매력적인 여성이다. 블라디미르의 가족 여행을 따라가기로 한 황당한 결정에 아무도 그녀의 이기주의를 탓하지 않는 이유는 보석처럼 빛나는 칼라미의 연기 때문이다. 칼라미는 앙투아네트를 사랑스럽고 발랄하며 40의 나이에도 여전히 젊음의 독점물인 무모함과 순진함을 지닌 여성으로 묘사한다.     영화의 또 다른 스타는 앙투아네트의 네 발 달린 친구 패트릭이다. 앙투아네트는 패트릭을 통해 블라디미르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처한 위치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생존과 반성의 기회를 얻는다. 패트릭은 여행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임시직(?)을 수행하며 연인을 잃어버린 앙투아네트를 지킨다.   김정 영화평론가마이 영화 마이 마이 러버

2022.07.2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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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드라이브 마이 카’가 전하는 말

 크리스마스엔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봤다. 요즘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소설집 『여자없는 남자들』에 실린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일본에선 올 여름 개봉했다가 내년 아카데미 영화제 국제영화상 예비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재상영이 시작됐다. 코로나19가 안정돼 어디를 가든 북적이는 연말의 도쿄, 영화관도 만석이었다. 179분짜리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앞서 걷던 관객이 옆 친구에게 속삭인다. “근데 한국이 왜 저렇게 많이 나오냐? 좀 이상하더라.”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겐 스포일러일 수 있다. 주인공은 연극 배우이자 연출가인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다.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 아내가 돌연 세상을 떠났다. 분노와 상처를 끌어안고 사는 삶, 2년 후 가후쿠는 히로시마연극제에 안톤 체호프의 작품 ‘바냐 아저씨’의 연출자로 참가하게 되고, 그곳에서 운전사 미사키(미우라 토코)와 만난다.   과거에 붙잡힌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변화시킨다는 기본 얼개는 소설과 같다. 하지만 영화에는 원작엔 없는 연극 ‘바냐 아저씨’의 연습 장면이 길게 등장한다. 이 연극엔 일본과 한국·대만·필리핀 등 여러 국적의 배우들이 참여해 각자의 언어로 연기를 한다. 히로시마에 터를 잡은 한국인 부부의 이야기도 비중있게 나온다. 심지어 영화의 마지막은 한국의 한 고속도로를 달리는 미사키의 모습이다. 영화를 본 일본인의 의문(불만?)은 여기서 나왔을 게다. 이건 일본 영환데, 왜 보기싫은 한국인들이 잔뜩 나오는 거야.   그 느낌이 뭔지는 알 것 같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과 일본 예술인들이 함께 무대에 서고, 영화를 찍고 교류하는 모습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양국 국민들이 서로를 점점 더 미워하고, 코로나19까지 닥치면서 예술 분야에서도 무언가를 함께 도모하는 게 불편해진 상황. 나 역시 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동시에 진행되는 연극 같은 걸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까.   감독의 답은 아마도 희망적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배우들이 만나 처음 하는 일은 각자의 언어로 대본을 되풀이해 읽고 또 읽으며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렇게 상대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이해의 순간이 찾아오고, 그것은 우리를 변화시킨다. 단절된 개인들이 제 몫의 암울함 속에 허우적대는 듯한 이 계절, 더없는 위로를 건네는 영화를 만났다. 한·일 관계의 미래까지 생각이 뻗어나간 건 분명 직업병일테지만. 이영희 / 한국 중앙일보 도쿄특파원글로벌 아이 드라이브 마이 드라이브 마이 국제영화상 예비 도쿄 영화관

2021.12.2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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