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텃세
요즘 소일거리가 하나 더 생겨 외출이 잦아졌다. 두 군데 시니어 센터에 가서 마작을 한다. 집에서 가까운 윌킨슨 센터에서 마작을 배웠는데, 셔먼옥스에 더 큰 그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곳에도 간다. 마작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텃세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어디나 텃세가 있다.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주택단지나 아파트는 물론, 학교, 직장, 교회, 하물며 동우회나 친목단체에도 텃세는 있다. 먼저 자리 잡은 사람이 자릿값을 챙기는 것이다. 이사를 가면 이웃에 떡을 돌리고, 단체에 새로 들어가면 선배들(?)에게 술이나 밥을 사거나 선물을 돌리는 일 등이 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 아니겠는가. 시니어 센터의 마작교실에도 텃세는 있다. 윌킨슨 센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는 얼굴들끼리 짝을 맞추어 앉으니 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한자리 남은 테이블에 마작교실의 리더인 ‘메리’가 나를 끼워 넣으려 하니, ‘에이드리언’이라는 노인이 자기는 40년 마작을 했는데 어떻게 초보자와 게임을 하겠느냐는 투의 말을 한다. 하지만 한 사람이 더 필요하니 결국 내게 자리를 내주었다. ‘초심자의 행운’(beginner’s luck)이라 하지 않았나, 얼떨결에 첫 판에 ‘마작’을 만들었다. 그리고 남은 시간 큰 실수 없이 넘어갔다. 그 다음주, 원피스를 입고 온 에이드리언에게 옷이 어울린다고, 예쁘다고 말해 주었더니 좋아한다. 립서비스로 자릿값을 지불했다. 그날 이후 매주 그녀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마작을 한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로컬룰이라는 것이 있다고 들었다. 원래는 현지 상황에 맞는 규칙을 의미하는 용어지만, 좀 쉽고 편하게 골프를 즐기기 위해 규칙을 바꾸어 적용하는 것이다. 바둑이나 화투도 마찬가지. ‘낙장불입,’ ‘일수불퇴’가 원칙이지만, 작은 실수는 눈감아주고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작도 같다. 규칙이 있지만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할 것인가는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정하기 나름이다. 윌킨슨 센터에서는 규칙을 다소 유연하게 적용하는데, 셔먼옥스에는 꾼들이 많고, 적은 액수이긴 하지만 돈을 걸고 하기 때문에 좀 엄하게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몇 사람이 유독 내게 룰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을 경험한다. 텃세다. 신참이 별수 있나 아니꼽지만 견뎌야지. 텃세에 맞서는 방법에는 죽기 살기로 맞짱을 뜨는 것과 적당히 고개를 숙이는 것이 있다. 힘을 믿고 맞짱을 뜨면 이기더라도 피를 보아야 한다. 적당히 고개를 숙이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서로에게 유익하다.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단속도 결국은 텃세다. 이민자들이 미국에 미치는 부/긍정적인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을 선동하며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철새도 환경에 적응하고 눌러앉으면 텃새가 된다. 참고 견디면 이 또한 지나가지 않겠나.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열린광장 텃세 마작 이야기 윌킨슨 센터 시니어 센터
2025.08.17.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