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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침에] 마침표를 먼저 찍다

‘마침표’는 한 문장이 끝났음을 알리는 문장 부호다. 작고 둥근 점 하나에 불과하지만, 그 점이 없으면 아무리 긴 문장도 끝나지 않고, 제아무리 아름다운 이야기라도 완성되지 못한다. 마침표는 글을 멈추게 하지만, 그 멈춤은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멈춤이다. 우리의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수많은 이야기가 마침표를 기준 삼아 잠시 멈췄다가 다시 시작되면서 삶은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   황규관 시인은 ‘마침표 하나’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어쩌면 우리는 마침표 하나를 찍기 위해 사는지 모른다’ 시인에게 마침표는 종결이 아니라 기다림이다. 한 문장이 끝났다는 사실은, 곧 다음 문장이 시작될 자리가 마련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 기다림 속에서 그는 말한다. ‘마침표 하나, 이것만은 빛나는 희망이다’   우리는 시간에 마침표를 찍은 뒤 과거라고 부르고, 부딪치는 일들에 마침표를 찍고는 경험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인생은 끝과 시작 사이에 놓인 그 작은 점 하나를 두고 연이어 이어진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 한 달, 일 년이라는 마침표를 찍으며 인생이라는 소설을 메꾸며 산다.   인생의 끝자락에 찍히는 마침표를 우리는 죽음이라 부른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 마침표 하나를 마음 어딘가에 품고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반드시 덮여야 할 책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우리는 오늘이라는 문장을 함부로 쓰지 않으려 애쓴다. 삶의 유한함을 깨닫는 일은 우리를 위축시키기보다 우리의 삶을 정갈하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마침표를 마지막에 찍는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마침표를 먼저 찍고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끝이 있음을 알기에 삶의 방향을 정하고, 언젠가 닫힐 것을 알기에 오늘을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는다. 마침표를 먼저 찍는다는 것은 체념이 아니라 깨어 있는 삶에 새겨진 흔적이다.   2026년이라는 새 노트를 펼치며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정하고, 다짐을 써 내려 간다.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되는 설렘 속에서 한 해를 맞이한다. 그러나 삶은 계획표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삶의 마침표는 단순히 시간을 끝내는 표시가 아니라,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다. 마침표를 먼저 찍는다는 것은 하루와 한 해, 더 나아가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할지를 마음에 품고 출발하는 지혜다.   그 지혜를 품은 이들에게 마침표는 절망의 상징이 아니라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것은 오늘을 의미 있게 살겠다는 다짐이며, 내일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옹골찬 결단이다. 마침표를 먼저 찍는다는 것은 끝과 시작, 과거와 미래, 현실과 이상을 동시에 끌어안는 일이다.   올 한 해 우리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마침표를 먼저 찍고 시작하는 인생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결국 2026년이라는 시간의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이고, 그 마침표가 모여 언제가 ‘죽음’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점 하나로 귀결될 것이다. 삶의 종점에서 찍게 될 마침표는 삶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붙들어 주는 보이지 않는 무게 중심이 될 것이다. 마침표를 먼저 찍고 오늘을 살 때, 우리의 삶이라는 문장은 흔들림 없이 아름답게 완성될 것이다. 이창민 / 목사·시온연합감리교회이아침에 마침표 마침표 하나 시작 사이 시작 과거

2026.01.2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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