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년 미국 역사와 함께한 대중의 술
━ 특별 기고-맥주 천국 1. 미국 움직이는 유쾌한 산업 2. 7천 년 역사, 끊임없는 진화 3. 눈으로 먼저 즐기는 맥주 4. 맛을 읽는 법…숫자 속 풍미 5. 새로운 음주문화를 위하여 맥주는 있을 자리에 늘 있었다. 물이 위험하던 시절 마시던 맥주는 안전해진 뒤에도 일상이 됐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도, 끝난 뒤에도. 부자의 식탁과 서민의 저녁에도. 이제 산업화는 맥주를 표준화했고, 취향은 시장을 갈라놓았다. 시원하게 들이키는 가벼운 이미지의 맥주는 사실, 알면 알수록 깊이가 있고 깊은 층위를 지닌 술이다. 맥주 애호가 김익석 캘리포니아주립대(LA) 교수가 맥주의 역사·문화·풍미·취향 등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주〉 미국은 여전히 ‘맥주 천국’이다. 대형마트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냉장고 속 수백 가지 브랜드, 주말이면 사람들로 붐비는 로컬 브루어리, 저녁이면 이웃들이 모여드는 펍까지… 맥주는 미국인의 하루를 여유롭고 활기 있게 만드는 일상의 상징이다. 팬데믹 이후 세상은 달라졌지만, 맥주는 여전히 그 중심에 있다. 외식이 줄고 온라인 소비가 늘어난 시기에도 맥주만큼은 ‘생활의 즐거움’으로 남았다. 집 근처 브루어리에서 신제품을 맛보거나, 온라인으로 예약해 지역 한정판 맥주를 사는 풍경이 흔해졌다. 미국 맥주산업 매출은 지난 2024년 1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팬데믹 초기 타격을 입은 외식업과 달리, 맥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Small Pleasure)’의 대명사로 빠르게 회복했다. 현재 전국에는 9700여 개의 브루어리가 있다. 10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가주에는 약 1000개가 몰려 있어 전국 최대 규모다. 다른 주에서도 평균 약 180곳의 양조장이 운영되고 있다. 대도시는 물론 소도시에서도 각 지역의 물맛과 농산물, 그리고 양조가의 개성을 담은 맥주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어느 도시를 가도 ‘한 번도 안 마셔본 맥주’를 만날 수 있는 나라, 그것이 미국이다. 브루어리는 이제 단순히 맥주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다. 지역 경제를 살리고 공동체를 잇는 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매년 여름 열리는 덴버 크래프트비어 페스티벌, 샌디에이고 비어 위크, 포틀랜드 에일 데이는 수만 명의 인파를 끌어모은다. 양조장은 음악 공연과 푸드트럭, 벼룩시장과 결합하며 지역 주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된다. 맥주 한 잔이 지역 경제를 움직이고, 사람을 연결하는 시대다. 기술의 발전도 맥주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AI는 발효 온도와 홉의 균형을 자동으로 조절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고, 양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조합을 제안한다. 친환경 브루어리들은 햇빛과 바람으로 양조 설비를 돌리고, 폐기 곡물을 재활용해 빵이나 사료로 다시 사용한다. 맥주가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로컬 브루어리의 수제 감성이 여전히 강세다. 기계가 효율을 높여도, 맥주의 향과 맛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손끝이다. 양조가는 온도계와 데이터보다 감각과 철학으로 맥주를 빚는다. 맥주는 단순한 술이 아니다. 스포츠 경기의 환호, 친구와의 대화, 캠핑장의 웃음, 바비큐의 향기… 그 중심에는 언제나 맥주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쉼표이고, 누군가에게는 사람과 마음을 잇는 다리다. 대형 브랜드와 수제 맥주가 공존하는 지금도, 맥주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맥주는 여전히, 함께 마시는 순간의 상징이며 세상에서 가장 인간적인 술이다. 김익석 교수 / 캘리포니아주립대LA미국 역사 맥주산업 매출 맥주 천국 맥주 애호
2026.02.02.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