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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칼럼] 가격보다 중요한 조건, 거래를 좌우하는 컨틴전시

주택을 매도할 때 셀러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가격이다. 그러나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부터 거래를 결정짓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조건’이다. 어떤 조건이 포함되었느냐에 따라 거래는 안정적으로 마무리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로 흔들리기도 한다.   미국 주택 거래에서 셀러가 가장 자주 접하면서도 그 차이를 혼동하기 쉬운 조건이 있다. 바로 ‘No appraisal contingency’와 ‘No mortgage contingency’다. 두 조항 모두 셀러에게 유리한 강한 오퍼의 상징이지만, 실제 계약상의 의미와 바이어가 짊어지는 책임의 무게는 다르다.   먼저 ‘No appraisal contingency’를 살펴보자. 이 조항은 은행의 감정가가 계약가보다 낮게 나오더라도, 바이어가 가격 인하를 요구하거나 계약을 파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예를 들어 롱아일랜드의 한 단독주택이 98만 달러에 계약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은행 감정가는 93만 달러로 책정됐다. 일반적인 거래라면 이 5만 달러의 차이로 가격 재협상이 시작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계약은 해지될 가능성이 높다. 셀러 입장에서는 이미 다음 주택의 클로징 일정을 잡아놓은 상황에서, 거래 전체가 흔들리는 부담을 안게 된다.   하지만 해당 오퍼에 ‘No appraisal contingency’가 있었다. 바이어는 차액 5만 달러를 본인의 자금으로 충당했고, 거래는 추가 협상 없이 예정대로 진행됐다. 셀러는 계획했던 일정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특히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되는 콘도나 경쟁 매물의 경우, 이 조항은 셀러에게 ‘약속된 가격이 보장된다’는 실질적 안전장치가 된다.   ‘No mortgage contingency’는 성격이 다르다. 융자가 승인되지 않더라도 계약을 해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금리 급등, 은행의 심사 기준 변경, 혹은 바이어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출이 거절되더라도 그 책임을 바이어가 지겠다는 뜻이다.   퀸즈의 한 콘도 거래에서는 계약 이후 바이어의 부채 비율(DTI) 문제로 대출이 거절된 사례가 있었다. 일반적인 ‘모기지 컨틴전시’가 포함되어 있었다면 바이어는 계약금을 반환받고 거래는 이어지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No mortgage contingency’ 조건이 있었기에 바이어는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결국 다소 불리한 조건의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을 다시 진행했고, 클로징은 예정대로 마무리되었다.   주택 매도는 단순히 높은 숫자를 고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클로징이라는 최종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는 오퍼를 가려내는 판단력이 거래를 결정한다. 숫자보다 그 안의 위험 요소와 구조를 읽는 눈이 필요한 이유다.   거래 과정에서 셀러의 불안은 대개 컨틴전시 관련 조항에서 시작된다. 그 내용을 이해하고 대비한다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겨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주택을 매도하는 일은 단순한 거래를 넘어 한 시기의 삶을 정리하는 일이다. 금액만 보지 않고 계약의 전체 구조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좋은 오퍼란 높은 가격만이 아니라, 끝까지 지켜지는 조건이다. Jay Yun (윤지준) / 재미부동산협회 이사장부동산 칼럼 컨틴전시 거래 주택 거래 거래 과정 모기지 컨틴전시

2026.04.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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