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아래서] 선한 일에 불한당이 될 수 있나
“모든 훌륭한 일은 개미가 일하듯이 이루어진다. 조금씩, 그리고 끊임없이.” (라프카디오 허언) 개미는 성실과 부지런함의 상징이다. 그래서 캐나다 출신 배우 마리 드레슬러는 “아니, 개미들이 그렇게 바쁘다면 어떻게 모든 소풍에 빠지지 않고 나타나는 거야”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개미는 정말 쉬지 않고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여왕이 통치하는 개미 왕국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통치자도 감독도 없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어떤 개미도 다른 개미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스스로 할 일을 알고 움직인다. 지혜의 책인 잠언은 이렇게 말한다.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 가서 그가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 개미는 두령도 없고 감독자도 없고 통치자도 없으되,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며 추수 때에 양식을 모으느니라.” 개미의 자발성이 어디서 왔는지를 따지는 것이야 생물학자들의 몫이지만, 성경은 분명히 말한다. “개미에게 가서 배워라.” 오늘날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에 너무 익숙하다. 그래서 이제 교회에 다니고 하나님을 믿었으니, 더 이상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믿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심지어 ‘한 번 신자는 영원한 신자’라는 말을 내세워, 어찌 되었든 한 번 믿기만 하면 천국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말에 일정 부분 진리가 담겨 있더라도, 많은 신자가 자신의 신앙을 합리화하거나 게을러지는 단초가 된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때때로 하나님의 은혜를 조금 신세 진 것 정도로 여긴다. 값없이 받았다고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진실은 그 반대다. 우리가 값을 치르지 않았을 뿐, 실은 하나님 자신의 생명을 주신 것이다. 당신은 ‘예수님짜리 존재’가 된 것이다. 그래서 믿음을 고백한 이들은 오직 믿음만이 우리를 의롭게 하지만 그 믿음은 결코 홀로 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루터의 말처럼 믿음은 선한 일을 해야 하는지를 묻지 않는다. 묻기도 전에 선한 일을 한다. ‘예수님짜리’이니 그 액면가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게으른 자가 아니라, 감독이 없어도 스스로 일하는 자이다. 불한당이란 떼를 지어 다니며 재물을 빼앗는, 남을 괴롭히는 파렴치한 무리다. 그런데 한자로는 ‘땀을 흘리지 않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땀을 흘리지 않고 쉽게 살아가는 사람을 불한당이라 부른 것이다. 우리가 어찌 선한 일에 불한당이 될 수 있는가. 믿음은 값없이 받으나, 그 믿음은 게으름과 함께하지 않는다. [email protected]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불한당 개미 왕국 하나님 자신 몫이지만 성경
2025.07.14.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