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괜찮아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까운 사람일수록 오해를 하고,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가 실수하거나 실패를 하는 경우에도 토닥여 주고, 공감해 주는 게 가족인데, 현실에서는 더 화를 내기도 합니다. 저도 늘 반성하는 일입니다. 가깝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전에 일본에서 본 몰래카메라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제목이 몰래카메라다 보니 황당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날의 내용도 역시 참으로 황당하였습니다. 이야기는 대강 이렇습니다. 결혼 후에 십여 년을 아껴가면서 착실히 살아온 남편이 아내 몰래 고급 자동차를 사서 집 앞에 주차해 놓는 설정이었습니다. 황당한 일이지요. 집 안에 모든 촬영 장치를 마치고 아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아내는 아무 눈치도 못 챈 채 집으로 들어오면서 묻습니다. 밖에 좋은 차가 있던데 누가 왔냐고. 아니면 다른 사람이 우리 집 앞에 주차한 것인지. 남편은 쭈뼛거리며 말합니다. 오랫동안 사고 싶었던 차인데 맘먹고 샀다고.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러자 아내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합니다. 아직 돈이 나가야 할 곳이 너무 많았기에 황당하였을 겁니다. 아이도 키워야 하고, 집도 사야 하고, 돈 들어가야 할 곳이 끝이 없죠. 아내의 반응을 남편은 초조하게 기다립니다. 아내가 화를 내면서 당장 차를 갖다 주라고 하기를 모두 숨죽이며 기다렸던 것이죠. 그때 아내가 말합니다. 괜찮다고. 얼마나 사고 싶었겠냐고. 그동안 가족을 위해서 희생해 줘서 고맙다고. 다른 것에서 아끼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습니다. 남편은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웁니다. 내가 황당한 일을 했음에도 이해해 주는 아내를 진심으로 고마워합니다. 그러고는 숨어있던 카메라들이 나타납니다. 모든 것은 몰래카메라였다고 말하죠. 아내와 남편은 이미 몰래카메라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서로 고맙고, 미안할 뿐이지요.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은 이렇게 통하고 있었습니다. 그 방송을 보면서 저도 한참 동안 먹먹했습니다. 사랑이란 그런 겁니다. 그가 잘못했더라도 믿어주고, 이해하는 겁니다. 쉽지 않은 일이죠. 어쩌면 우리는 이 세상이 몰래카메라이기를 바라며 살지도 모릅니다. 상대의 잘못이 그저 몰래카메라이기를 바라는 거죠. 하지만 우리 삶은 몰래카메라가 아닙니다. 주어진 앵글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믿어주어야 하는 세상입니다. 너무나도 힘든 세상에서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고, 더 화가 나는 일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받아들여 주어야 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실수에 칼을 댑니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헤집기까지 합니다. 제발 그러지 않기 바랍니다. 이해와 믿음으로 조금은 이 세상이 살고 싶어지기 바랍니다. 오늘은 왠지 위의 몰래카메라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남편을 위로해 주고 싶은 아내의 마음이 귀하게 느껴집니다. 아내에게 미안한 남편의 마음이 짠합니다. 괜찮다는 말이 참 좋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몰래카메라 이야기 몰래카메라 프로그램 그때 아내
2025.08.10.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