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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무릎 MRI, 필수검사로 바뀐 이유

“또 MRI를 찍자고요? 어차피 인공관절 수술할 텐데 돈만 아깝네요.”   20년 전, 영상의학과를 막 시작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무릎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MRI 검사를 권하면, 환자는 물론이고 동료 의사들도 의아해했다. 그 시절은 무릎 치료의 최종 목적지가 ‘인공관절 수술’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무릎 MRI는 그냥 ‘비싼 사진기’ 정도로 여겨졌다. 연골을 재생할 방법도 없었고, 정밀하게 들여다본다는 건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마음 아픈 일일 뿐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스마트폰이 휴대폰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처럼, 줄기세포 치료가 무릎 관절염 치료의 판을 바꿔놓았다.   이제는 손상된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게 됐다. 줄기세포로 망가진 연골을 다시 만들어내고, 무릎 교정술로 다리 정렬을 바로잡아 추가 손상을 막을 수 있게 됐다. 부러진 뼈가 다시 붙는 것처럼 연골도 되살릴 수 있는 시대가 된 거다.   하지만 여기에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줄기세포 치료는 아무 때나, 아무에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연골 손상이 어디에 있는지, 범위는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깊은지를 정밀하게 알아야 치료가 가능하다. 정교한 시계를 고치려면 어떤 부품이 어떻게 망가졌는지부터 알아야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MRI의 지위가 달라졌다. 예전엔 ‘있으면 좋은’ 정도였지만, 이제는 ‘없으면 안 되는 필수 검사’가 됐다.   일반 X-ray는 뼈밖에 안 보인다. 연골은 보이지 않는다. 초음파는 표면만 살짝 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MRI는 다르다. 연골 두께가 얼마나 줄었는지, 표면에 금이 갔는지, 그 밑의 뼈 상태는 어떤지를 다 보여준다. 무릎 속을 해부해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나온다.   50대 조기축구회 회원 5명이 단체로 MRI를 찍으러 왔다. 겉보기엔 누구보다 건강해 보이는 분들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이었다. 5명 모두 중등도 이상의 연골 손상이 있었고, 대부분 다리가 O자형으로 휘어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축구공을 차며 무릎에 쌓인 충격이 그렇게 결과로 나타난 거다.   ‘아직 나는 젊다’고 생각하는 50대들에게는 꽤 강력한 메시지였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무릎 속 시계는 이미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무릎 관절염 치료의 목표는 완전히 바뀌었다. ‘최대한 버티다가 인공관절’이 아니라, ‘조기 발견 후 연골 재생’이 새로운 표준이 됐다.   무릎 건강은 허벅지 근육을 단련하고, 운동으로 예방하고, 손상이 시작됐다면 더 심해지기 전에 재생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   100세 시대, 무릎은 단순한 관절이 아니다. 자유롭게 움직이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여행 다니는 일상 전체를 책임지는 인생의 동반자다.   MRI는 과잉진료가 아니라 무릎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 투자다. 조금 비싸더라도 미리 확인하고 손 쓸 수 있을 때 치료하면, 나중에 큰 수술을 받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20년 동안 영상의학과 의사로 지켜본 무릎 치료의 변화, 그 중심엔 언제나 MRI가 있었다.   이제는 무릎을 더 똑똑하게 관리할 때다.   ▶문의: +82-2-533-3600   ▶카카오톡: 강남제이에스병원 홍기택 / 영상의학과전문의·강남제이에스병원건강 칼럼 필수검사 무릎 무릎 치료 무릎 관절염 무릎 건강

2025.07.0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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