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왜 문화의 시대인가?
지금은 문화의 시대입니다. 21세기가 들어서면서 문화의 시대, 정보화 시대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놀라운 속도로 정보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시대에서, 스마트폰의 시대로 바뀌었고, 지금은 인공지능의 시대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서 따라가기가 벅찰 정도입니다. 세상은 어떻게 변화해 갈까요? 인간의 문화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지금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문화의 시대였던 것은 아닐까요? 저는 이러한 주장도 맞다고 봅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문화를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어도 중요한 문화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말을 한다는 것은 이미 문화를 누리고 있는 겁니다. 종교도 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대사회부터 행해진 제천의식은 모두 문화입니다. 춤도, 노래도, 악기 연주도 문화이고, 동굴이나 벽에 그린 그림도 모두 문화 행위입니다. 고대문명도 모두 문화의 시대를 보여줍니다. 수메르, 이집트, 그리스, 로마, 인도 그리고 중국, 한국, 일본 등 끊임없이 문화는 발달하여 왔습니다. 중세 이후 르네상스나 산업혁명 이후의 눈부신 문화 발전도 지금만이 문화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을 주저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지금은 문화의 시대라는 정의를 부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문화는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리스에서 정치는 인간이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행하는 최상의 문화 행위입니다. 그리스어의 학교라는 말의 어원도 ‘여유’에서 왔다고 합니다. 문화는 경제적인 여유,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발전하고 누리게 됩니다. 호이징하의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는 정의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 더 들어맞게 될 겁니다. ‘반공일’과 ‘놀토’의 뜻을 아시나요?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이제 한국에서 반공일(半空日), 놀토의 개념은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반공일은 토요일에 오전 근무만 하였기 때문에 생긴 말이고, 놀토는 격주로 토요일을 쉬었기 때문에 생긴 표현입니다. 지금은 사어(死語)로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주 4일 근무를 실시하거나 재택근무를 늘리고 있는 회사가 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주 3.5일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점점 인간에게 여유의 시간이 많아질 겁니다. 정보화시대, 인공지능의 시대로 바뀌면서 인간의 노동은 점점 줄어듭니다. 일자리의 감소 또는 사라짐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실제로 수많은 인간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의해서 대체될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인간의 여유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여유시간은 필연적으로 문화로 이어지게 될 겁니다. 다른 일자리와는 달리 문화와 관련된 일자리는 훨씬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문화에도 수많은 AI의 활용이 있을 겁니다. 그림, 문학작품, 음악 등 다양한 문화의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화를 즐기는 주체는 사람이고, 사람과 사람 간의 온기가 문화 속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으로 그린 그림보다 직접 자신의 손으로 그리고, 글씨를 베껴 쓰고,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고자 합니다. 자신이 직접 하고 싶은 것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진리입니다. 새로운 시대가 올수록 문화의 시대는 더 활짝 열리리라 생각합니다. 문화 모습은 변화할 겁니다. 하지만 문화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많은 문화의 요소는 인간의 즐거움이자 기쁨이며, 치유의 순간이 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문화의 시대입니다. 인간성이 메말라가고, 우울하고 답답한 나날이 눈앞에 있다면 인간은 더욱더 문화를 가까이하고, 직접 문화의 수용자에서 창작자로 모습을 바꾸어 갈 것입니다. 다양한 기술은 문화 창작의 협력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화의 시대일수록 문화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사고가 필요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문화 문화 발전 문화 창작 문화 자체
2026.02.01.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