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더 웨이브를 마술과 같은 곳이며 영혼이 살아 숨 쉬는 곳이라고도 한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하는 목록에 단골로 등장하는 웨이브는 애리조나와 유타주 경계에 위치한 나바호 샌드스톤 지형이다. 미국 정부에서는 부서지기 쉬운 이곳을 보호하기 위해 방문자 숫자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애리조나의 소도시 페이지와 유타주의 캐납에서 약 45마일 운전거리이며 지도상에는 버밀리온 클립스 내셔널 모뉴먼트(Vermillion Cliffs Nationsal Mounument)에 속한 북쪽 코요테 뷰츠(North Cotote Butts)라고 표기되어있다. 이곳은 1995년 독일의 다큐멘터리 필름에 소개된 후 일약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소가 되었는데 쉽게 허가를 받을 수 없는 희소가치가 접목되어 사진작가와 하이커들의 로망이 된지 오래다. 출발점에서 이정표가 거의 없는 3마일의 모래와 바위길을 찾아 들어가는 길은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웨이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황홀한 대자연의 신비를 경험하게 한다. 웨이브 지역은 1억 년 전부터 물이 모래를 덮으면서 지층이 형성되었고 풍화작용으로 겉 표면이 빗장모양으로 물결치는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다. 들어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뷰츠라는 큰사이즈의 바위들 또한 비슷한 빗장무늬를 간직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경이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붉으면서도 황금빛을 띤 커다란 도자기를 뒤집어 놓은 듯한 순백색의 사암도 있다. 그리고 벌집같이 구멍이 난 바위들과 삼라만상의 형상을 뽐내는 바위들도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웨이브에 대한 많은 소개가 되면서 현란한 색채를 띠는 계곡 사진들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전문적인 카메라와 포토샵 기술로 찍은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과는 그 색감이나 조명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막상 웨이브에 도착한 순간 사진에서 보던 색감과 달라 실망감에 빠질 수 도 있다.또한 넓은 지형이 아닌 한 지점일 뿐인 웨이브는 그 규모에서 기대감에 못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을 다녀온 후 찍은 사진을 통해서 웨이브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눈으로 보았던 희미한 모습은 사진 속에서 강렬한 색채와 이미지로 재탄생한다. 일반인의 카메라를 통해서도 다시 살아 꿈틀대는 자연의 걸작품이 아닐 수 없다. 웨이브에서는 창조주와의 만남을 느낄 수 있다. 붓끝으로 빗은 듯한 물결치는 빗장무늬는 우리에게 평온함과 생동감을 동시에 선물한다. 출발점인 와이어 패스(Wire Pass)주차장에서 웨이브까지는 초반부에 이정표가 몇 개 설치되어있으나 나머지는 나눠주는 인쇄물에 나온 지형을 보고 찾아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요즘은 GPS로 표시되는 Alltrails와 같은 앱을 사용하면 등산로와 자신의 위치가 선명하게 표시되므로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웨이브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휴식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총 6시간 정도 소요된다. 웨이브는 하루 64명으로 출입제한이 되어있다. 48명은 온라인으로 4개월 전에 추첨하며 나머지 16명은 하루 전 캐납에 있는 캐납 센터에서 추첨한다. 웨이브 퍼밋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달 꾸준히 온라인 recreation.gov를 통해서 퍼밋을 신청해 보는 것이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웨이브 주변의 멋진 곳을 둘러보면서 당일 추첨을 해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성수기인 4월에서 11월까지는 하루에 100명 이상이 몰리기도 한다. 더 웨이브 지역은 여름에는 무척 덥고 겨울에는 춥다. 일기에 따라 물과 스낵, 햇볕차단복등 산행준비를 잘해야 한다. ▶온라인 추첨(Online Lottery): Recreation.gov Coyote Buttes North(The Wave) ▶당일 현장 추첨(Walk-in Lottery): The Kanb center Gymnasium at 180 E. 100 North Kanab, Utah 김인호씨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있다.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물결 바위 웨이브 지역 웨이브 주변 온라인 추첨
2023.10.26. 19:37
하늘이 흐려 빌딩 뒤로 붉게 번져오는 일출을 볼 수 없습니다. 인사동 나인츄리 15층 객실 통유리를 통해 종로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왼쪽으로 ‘천년을 세우는….’ 조계종의 화려한 꽃등이 보이고 가끔 느리게 차가 움직입니다. 5층 라운지에서 커피 두 잔을 내려왔습니다. 한잔은 이곳에 없는 당신에게 드리려구요. 이른 아침 커피향은 늘 정신을 가다듬게 합니다. 지난 밤 수런대던 인사동은 침묵 속에 있습니다. 시화집을 내러 시카고에서 이곳까지 왔지만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마음 같기만 해서 내려다 본 가로수의 행렬이 왠지 쓸쓸해 보이는 아침입니다. 키를 키우지 못한 생각의 매듭을 풀고 이른 아침 출근하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 작게만 보입니다. 탐스럽게 피어난 꽃들의 대화보다 여린 어깨로 아침을 걷고 있는 발자국소리가 들리는 듯해 정겹습니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바르고 의연해 보이는 걸음입니다. 꽃이 필 때 우리는 환호하지만 꽃이 져야 열매를 맺거늘 지는 꽃을 바라보며 당신은 마음조리지 말기를, 부디 마음 상하지 않기를. 인생이란 희극도 비극도 아닌 것을.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내려 놓아야 하는 것을. 눈가에 잡힌 주름이 어색하지 않고 친숙하게 느껴질 때, 아득히 흘러간 시간도 한때 피었다 지는 한송이 꽃인 것을, 남겨질 씨앗인 것을. 나무숲에 앉아 지저귀던 한 마리 새도 노을빛 하늘로 사라지거늘, 통속하는 세월의 한 풍경이거늘. 스치고 간 자리마다 작은 떨림으로 흔들리는 당신, 부디 아프지 마시라. (시인, 화가) 슬픔이 깊어질 때 물결은 잦아들고 한 웅큼의 말을 땅에 뿌렸다 / 긴 세월 잊혀진 말들은 / 씨가 되어 싹을 내었고 / 대지는 얼굴을 바꾸었다 / 이야기가 되어 자라나고 / 그 자리마다 채워지는 / 바람의 소리며 / 모로 눕는 햇살의 따가움이며 / 들녘의 눈물들이며 / 손짓하는 자유가 되었다 / 슬픔 이라는 말은 꽃으로 피어나고 / 외로움이란 단어는 바람으로 다가왔다 / 절망이란 손짓은 푸른 잎으로 돌아와 / 먹먹히 아파 붉어지는 시간 / 걸음마다 길이 되어 오는 / 당신의 속말은 십자가로 세워지고 /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 숙연해진 물결은 잦아들고 / 고개들 수 없는 무거움 / 그대 안으로 한없이 세워지는 / 기억은 망각 중이거나 / 끄집어내는 거울이거나 / 보라노을은 슬픔이 깊어질 때라도 / 행복하기 위해 아픈 계절 / 높이든 빈 잔에 빨갛게 담겨지는 / 당신의 숨결 / 당신이라는 십자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슬픔 물결 노을빛 하늘 희극도 비극도 아침 커피향
2023.06.12. 14:56
20대 때 꽤 흥미있게 읽었던 책 가운데 '제3의 물결'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미래를 예측하는 내용이다. 저자인 앨빈 토플러는 백악관을 출입한 저널리스트 출신이지만 미래 저술가로 더 이름을 떨쳤다. 그의 저서에는 '제3의 물결' 외에 '미래의 충격', '권력이동', '부의 미래', '불황을 넘어서'등 당대의 필독서들이 많다. 최근 다시 이 책을 우연히 보게 됐다. 여전히 집중하게 만드는 내용 속에서 많은 부분이 세월의 흐름 속에 현실화됐거나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 중에서도 제2의 물결 시대의 대중매체는 대중에게 획일화된 이미지를 전달해 산업혁명의 생산체계가 요구하는 표준화된 행동을 가능케 했지만 제3의 물결은 '탈대중화' 현상을 부추긴다는 내용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왜냐하면 20대에는 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는 대량생산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옷과 신발을 신고 비슷한 차를 타고 다니는 획일화된 세상이었다. 타인과 다른 언행은 일탈로 여겨지던 시대였다. 탈대중화란 말은 이단이나 돌아이를 의미하는 것과 같았다. '제3의 물결'이 처음 출간된 해는 1980년. 신문과 방송 매체들이 황금기를 누리고 있을 때이다. 개인 방송을 포함한 개인 보도 매체는 아예 없거나 겨우 태동하려던 시기였다. 그런데 토플러는 이 시기에 이미 정보혁명을 의미하는 제3의 물결과 함께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할 것을 예측했다. 정말 통찰력 없이는 내다볼 수 없는 미래를 그는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신문이나 방송, 특히 전국 네트워크의 신문이나 방송사가 존재 기반을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특정 분야나 주제로 국한한 지면 매체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봤다. 그의 예견대로 신문은 갈수록 독자를 잃었고, 거대 대중잡지는 속속 폐간됐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전국지와 기존 공중파는 물론이고 신흥 강자로 떠올랐던 유선 TV 방송사도 이제는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대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각종 미디어 콘텐트를 제공하는 OTT(Over The Top의 약자) 서비스와 온라인 뉴스사이트, 포털사이트, SNS 등을 통해 대중은 각종 정보와 여유 시간을 즐기고 있다. 아쉽게도 이 부분은 토플러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그는 적어도 매스 미디어 시대가 특정 소수와 이익을 대변하는 개인 미디어 시대로 바뀌면서 객체였던 일반 대중이 주체로, 획일화가 아닌 개성이 더 중요한 세상이 온다는 점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대중은 예전에 언론 매체가 선정한 뉴스와 프로그램을 단순 소비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내가 보고 싶은 뉴스나 프로그램을 선택해 보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외에도 그는 제3의 물결에서 소형 컴퓨터를 기반으로 정보혁명이 급속히 이뤄지고 생산체계는 제2의 물결의 대량생산을 벗어나 ‘탈대량화'로 나아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류업계를 예로 들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진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 이후 패스트패션 시대가 도래했다. 그는 심지어 재택근무까지 예상했다. 컴퓨터 등의 통신시설을 이용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가족 간 유대가 끈끈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족 형태도 핵가족보다 더 분열하면서 비혼자 또는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갖지 않는 부부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정치체제의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탈대중화된 상태는 개개인은 낱낱이 분산시키기 때문에, 흩어진 사람들을 다시 결합하는 새로운 정치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디어의 확산이 정치체제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확신했다. 실제로 개인 미디어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을 펴낸지 한 세대가 훨씬 지났지만 그의 예지력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김병일 / 뉴스랩 에디터중앙 칼럼 물결 물결 시대 탈대중화 현상 개인 미디어
2022.08.08.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