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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8월의 물난리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수돗물이 평소의 절반밖에 나오지 않았다. 혹시 집안 어딘가에 새는 곳이 있나 싶어 샅샅이 둘러보았으나, 다행히 누수는 없었다. 9시가 되자, 물줄기가 완전히 끊겼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쓴 물이 얼마나 큰 은혜였는지 새삼 깨달았다. 세수도, 아침 커피도, 설거지도 모두 정지됐다.   뉴스는 밸리 일부 지역의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고 특보로 전했다. 원인은 물을 공급하는 주관의 밸브 고장이었고, 그 주변에서 수도관이 추가로 파손되어 복구 작업이 길어질 거라는 소식이었다. 처음 사나흘 동안 물이 전혀 나오지 않자, 엘에이 수도 전력국(LADWP)은 주민들을 위해 병물을 나눠 주었다. 물을 받으러 가면 차들이 항상 두 블록 가까이 늘어서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서 뒤 트렁크를 열면 직원이 생수 24병이 들어 있는 팩 두 개를 묵직하게 실어주었다.   'NextDoor' 메일에는 호텔로 들어갔다는 사람의 글이 올라왔다. 공감했다. 손이 많이 가는 갓난아이라도 있는 집은 어쩌나 싶었다.   샤워보다 더 급한 것은 화장실이었다. 병물 다섯 병을 부어도 변기 탱크는 반도 차지 않았다. 탱크에 생수를 붓고 있자니,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도 같은 의견이었는지, 수영장 물을 쓰자고 했다. 역시 두 머리가 하나보다 낫다. 집 안에 있는 큰 그릇들을 모두 꺼내 화장실 옆에 두고, 수영장 물을 길어다 채웠다. 생수를 쓰던 때보다 훨씬 마음이 놓였다.   물이 전혀 나오지 않으니, 식사는 날마다 밖에서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외식도 하루 이틀이지, 사흘이 넘어가자 곤혹스러웠다. 과일을 먹으려 해도 병물로 씻어야 했고, 과연 제대로 씻긴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물 한 방울이 주는 안도와 편리함을 새삼 절감하는 나날이었다.   화요일이 되자 물이 조금씩 나왔다. LADWP는 음료수 및 요리에 병물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되며, 모든 실내 및 실외 수도꼭지를 닫고 세탁 및 식기 세척을 피하라고 요청했다. 수도꼭지에서 또르르 떨어지는 물방울이 반가웠다.   목요일부터 '수돗물 끓여 마시기' 권고가 해제되면서, 다시 예전처럼 수돗물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모든 고생의 대가로 돌아온 것은, 배관 세척 비용 명목의 20달러 크레딧이었다. 전기는 태양을 받아 전기로 바꿀 수 있지만, 물은 땅을 파 지하수를 길어 올리지 않는 이상, 우리는 수도국의 관과 밸브에 기대어 살아간다. 숨 쉬듯 당연하게 여겨 온 것들이 하루아침에 끊길 수 있다.   흐르는 물은 누군가의 손길과 보이지 않는 수고가 이어져야만 우리 집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올 수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고마움이 물 한 방울에 고였다. 이리나 / 수필가이 아침에 물난리 수돗물 공급 실외 수도꼭지 변기 탱크

2025.09.2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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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곳곳 수도관 파열로 나흘째 '물난리'

병원·식당·대형 빌딩 한 때 문닫기도 총영사관도 금요일 빌딩 폐쇄로 휴무   지난 주말 애틀랜타 시의 노후화된 급수관이 파열되며 3일 오후 현재까지 4일째 곳곳에서 물난리를 겪고 있다. 안드레 디킨스 애틀랜타 시장은 지난 1일 수도관 파열과 수도 공급 중단에 따른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AP에 따르면 주요 급수관(water main) 파열로 지난 4일간 50만명이 수도가 끊기거나 낮은 수압, 식수 오염 주의 등으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달 31일 정수장에서 도시로 물을 보내는 주요 수도관이 다운타운에서 파열되며 물난리가 시작됐다. 애틀랜타 유역관리국(DWM)은 수도관 부식으로 인해 파열이 발생했으며, 특히 3개의 수도관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터져 수리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미드타운에서도 수도관 파열이 발생했다. 시 당국은 아직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두 개의 대형 송수관 교차점에서 파열이 일어났고, 이를 차단하는 밸브에 접근할 수 없어 수리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공사로 낮아졌던 수압은 2일 오전부터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시 관리국은 추가로 수도관 파열이 의심되는 유클리드와 노스 애비뉴 교차로, 1190 애틀랜틱 드라이브 인근 등을 조사했으며, 유클리드와 노스 교차로에 있는 수도관은 수리를 완료했다. 3일 오후 현재 맥주를 제조하는 ‘스윗워터 브루어리’ 인근 수도관의 파열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이날 웨스트피치트리 스트리트와 11번가 교차로에 있는 수도관 교체 작업이 진행되며 인근 지역이 불편을 겪었다. 애틀랜타 시에 인접한 디캡 카운티 디케이터에에서도 보수 작업이 이어졌다.   이번 수도관 파열로 인해 애틀랜타 다운타운과 미드타운 지역에 있는 호텔, 식당, 병원 등이 문을 닫는 등 피해를 입었다. 또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는 물을 끓여 마셔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에모리 미드타운 병원은 새 환자를 받지 않고 5만8000갤런의 물을 공급받기도 했다. 그레이디병원은 주말 동안 병에 담긴 생수를 배포하고, 월요일에야 외래환자를 정상적으로 접수하기 시작했다.   애틀랜타 공항, 벤츠 스타디움, 스테이트팜 아레나 등에서는 수도관 보수 작업이 완료됐다고 시 당국은 전했다. 조지아 아쿠아리움은 금요일과 토요일 문을 닫고 일요일 개장했다. 또 금요일과 토요일 열릴 예정이었던 인기 래퍼 메간 더 스탈리온의 콘서트는 일요일과 월요일 공연으로 미뤄졌다.   그러나 일부 고층 빌딩은 여전히 낮은 수압으로 인해 월요일에도 폐쇄됐다. 애틀랜타 총영사관도 건물 폐쇄를 이유로 금요일 운영하지 않았다.   불편을 겪은 주민들은 시 정부의 소통 부족을 비판했다. ‘물을 끓여 마셔라’라는 식수 주의령 게시물에 “이건 터무니없는 일이며, 시 정부는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디킨스 시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뒤늦게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애틀랜타 미드타운에 사는 한 부부는 AP에 “주말 내내 괜찮았는데, 우리 집 물이 끊긴 것을 오늘 아침 샤워할 때야 알았다”며 수도가 언제 끊기고 언제 돌아오는지 통보가 전혀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윤지아 기자애틀랜타 물난리 애틀랜타 유역관리국 애틀랜타 다운타운 애틀랜타 콘서트

2024.06.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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