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여기서 ‘길’이란 낱말이 참 재미있다. 사람의 ‘키’를 일컫는 말인데 사람의 키를 자로 쟀을 때 여덟 자나 열 자쯤 된다면 물의 깊이는 사람 키의 열 곱절이 되는 깊은 물이 되는 것이다. 깊은 물 속에 있는 것은 알아차리면서 제 키만큼도 안 되는 마음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의 능력을 비꼬는 말이다. 사실 사람의 속마음처럼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몇 십년 동안 살을 맞대고 산 부부일지라도 그 속내평을 속속들이 다 알고 지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우리는 직업이나 사회적 위치, 대인관계 등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알고 지내기 때문에 속마음은 헤아리기가 어렵다. 특히 유명인들의 속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제 허물을 털어놓는 일일 것이다. 갖고 있던 지위와 명예가 하루아침에 무너질까 두렵기 때문이며 어쩌면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나타니엘 호톤의 소설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에 등장하는 아더 딤즈데일 목사와 여주인공 헤스터 프린의 이야기도 그런 예다. 프린은 행방불명된 의사 남편을 찾다가 미남인 딤즈데일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딸까지 낳게 된다. 당시는 청교도 정신이 지배하던 사회였으므로 딤즈데일과의 관계를 밝힐 수 없었던 프린은 스스로 감옥에 가고 간통이란 의미의 A자가 새겨진 죄수복을 입고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이 와중에 행방불명됐던 프린의 남편은 돌아오고 프린이 낳은 아이가 딤즈데일의 딸임이 밝혀지자 양심의 가책을 받은 딤즈데일은 세상을 떠나고 만다. 프린은 딸을 키우면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웃들은 그녀를 천사와 같은 여자라고 부르게 되고 간통의 A(Adultery)는 천사의 A(Angel)로 바뀌게 된다. 딤즈데일은 목사였다. 본인이 입어야 할 A자가 새겨진 옷을 프린이 대신 입었다. 하지만 늦게나마 그는 자신의 죄를 뉘우쳤다. 양심은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딤즈데일은 일곱 해 동안이나 자신의 죄를 숨기고 살았지만 마침내 죄를 털어놓고 세상을 떠난다. 죄를 감추고 거짓말을 하면서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이 거짓 없이 산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좋은 의미의 거짓말이라도 해야 할 때가 제법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열 길 물속은 노란 H(거짓과 교만(Hypocrisy, Haughtiness)) 를 낳게 하고, 한 길 사람 속은 파란 H (정직과 겸손(Honesty, Humbleness)) 를 낳게 하는 바탕이 되기 쉽다는 촌철살인 (寸鐵殺人)을 귀담아 들여야 한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열린광장 물속 입고 봉사활동 hypocrisy haughtiness honesty humbleness
2026.03.26. 19:15
“신은 보이지 않잖아요. 산소도 안 보여요. 그러니까 신은 산소 아닐까요.” 재미있는 의견이었다. 그 학생은 신이 만든 우주에 왜 산소가 없을까 의아한 모양이었다. 신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하니, 신은 지구에 있는 것이다. 지구에는 산소가 있다. 그러니까 신은 산소인 것이다. “그러면 신은 몸속에도 있는 거네.”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 학생은 “하지만 토하면 나가버려요”라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나가이 레이 『물속의 철학자들』 학교·기업 등에서 ‘철학 대화’를 이끄는 저자의 책이다. “신은 존재할까”라는 질문에 한 여중생이 내놓은 답이다. 저자는 “어째서 엉뚱한 말은 미움을 받을까, 어째서 그런 건 철학이 아니라고 여겨질까”라고 묻는다. “의외로 아이들은 엉뚱한 말을 하지 않는다.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모범답안, 부모에게서 이어받았을 법한 사상, 사회에 널리 퍼진 상식을 입에 담는다. 질문에 대해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맞히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철학자들은 이상한 말, 꽤나 비상식적인 사고실험을 하는 존재다. 정답 아닌 자신만의 답을 찾는다. 우리 삶 속 철학의 쓰임새를 묻는 책이다. “우리에게는 질문이 있다. 때로는 어이없고, 때로는 골머리를 앓고, 주룩주룩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질문이. 언제까지 계속 일해야 하는 건가요?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무엇인가요? 보통이란 뭔가요? 나는 태어나도 괜찮았던 걸까요? 질문 때문에 쓰러질 듯해도 질문과 함께 계속 살아가는 것. 그것을 나는 철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철학자 물속 철학 대화 모범답안 부모 나가이 레이
2024.07.03. 18:14
“신은 보이지 않잖아요. 산소도 안 보여요. 그러니까 신은 산소 아닐까요.” 재미있는 의견이었다. 그 학생은 신이 만든 우주에 왜 산소가 없을까 의아한 모양이었다. 신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하니, 신은 지구에 있는 것이다. 지구에는 산소가 있다. 그러니까 신은 산소인 것이다. “그러면 신은 몸속에도 있는 거네.”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 학생은 “하지만 토하면 나가버려요”라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나가이 레이 『물속의 철학자들』 학교·기업 등에서 ‘철학 대화’를 이끄는 저자의 책이다. “신은 존재할까”라는 질문에 한 여중생이 내놓은 답이다. 저자는 “어째서 엉뚱한 말은 미움을 받을까, 어째서 그런 건 철학이 아니라고 여겨질까”라고 묻는다. “의외로 아이들은 엉뚱한 말을 하지 않는다.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모범답안, 부모에게서 이어받았을 법한 사상, 사회에 널리 퍼진 상식을 입에 담는다. 질문에 대해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맞히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철학자들은 이상한 말, 꽤나 비상식적인 사고실험을 하는 존재다. 정답 아닌 자신만의 답을 찾는다. 우리 삶 속 철학의 쓰임새를 묻는 책이다. “우리에게는 질문이 있다. 때로는 어이없고, 때로는 골머리를 앓고, 주룩주룩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질문이. 언제까지 계속 일해야 하는 건가요?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무엇인가요? 보통이란 뭔가요? 나는 태어나도 괜찮았던 걸까요? 질문 때문에 쓰러질 듯해도 질문과 함께 계속 살아가는 것. 그것을 나는 철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철학자 물속 철학 대화 모범답안 부모 나가이 레이
2024.04.10. 19:08
“신은 보이지 않잖아요. 산소도 안 보여요. 그러니까 신은 산소 아닐까요.” 재미있는 의견이었다. 그 학생은 신이 만든 우주에 왜 산소가 없을까 의아한 모양이었다. 신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하니, 신은 지구에 있는 것이다. 지구에는 산소가 있다. 그러니까 신은 산소인 것이다. “그러면 신은 몸속에도 있는 거네.”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 학생은 “하지만 토하면 나가버려요”라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나가이 레이 『물속의 철학자들』 학교·기업 등에서 ‘철학 대화’를 이끄는 저자의 책이다. “신은 존재할까”라는 질문에 한 여중생이 내놓은 답이다. 저자는 “어째서 엉뚱한 말은 미움을 받을까, 어째서 그런 건 철학이 아니라고 여겨질까”라고 묻는다. “의외로 아이들은 엉뚱한 말을 하지 않는다.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모범답안, 부모에게서 이어받았을 법한 사상, 사회에 널리 퍼진 상식을 입에 담는다. 질문에 대해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맞히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철학자들은 이상한 말, 꽤나 비상식적인 사고실험을 하는 존재다. 정답 아닌 자신만의 답을 찾는다. 우리 삶 속 철학의 쓰임새를 묻는 책이다. “우리에게는 질문이 있다. 때로는 어이없고, 때로는 골머리를 앓고, 주룩주룩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질문이. 언제까지 계속 일해야 하는 건가요?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무엇인가요? 보통이란 뭔가요? 나는 태어나도 괜찮았던 걸까요? 질문 때문에 쓰러질 듯해도 질문과 함께 계속 살아가는 것. 그것을 나는 철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철학자 물속 철학 대화 모범답안 부모 나가이 레이
2023.12.06.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