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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매화 한 가지에 -유심영 (생몰연대 미상)

매화 한 가지에 새 달이 돋아오니   달에게 물은 말이 매화 흥미 네 아느냐   차라리 내 네 몸 되면 가지가지 돋으리   -동유록(東遊錄) 봄의 전령 매화   긴 겨울을 견뎌 넘긴 사람들에게 봄이 주는 기쁨 가운데 하나가 매화를 만나는 것이다. 그 기다림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차라리 내가 네 몸이 되겠다고 했을까? 매화나무 가지에 달이 걸리자 마치 한 송이 매화가 핀 듯하다. 달에게 물어본다. ‘매화의 흥을 네 아느냐?’   남녘에서부터 매화가 만개하기 시작해 봄이 왔음을 온 세상에 알리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이신 중봉 성파 대종사의 동안거 해제 법어에도 매화가 등장한다. 즉 “자장매 더욱 붉고 찬 소나무 푸르네!”   자장매는 종정께서 계신 양산 통도사에 있는 매화나무다. 신라 시대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사찰 매화로는 선암사 선암매, 백양사 고불매, 화엄사 홍매화와 더불어 4대 천왕이라 일컫는데, 그 가운데서도 통도사 자장매를 으뜸으로 친다.   유자효 / 한국시인협회장시조가 있는 아침 매화 미상 매화나무 가지 전령 매화 사찰 매화

2024.03.08. 22:48

[시조가 있는 아침] 꿈에나 님을 볼려 -호석균(생몰연대 미상)

꿈에나 님을 볼려 잠 이룰까 누웠더니   새벽달 지새도록 자규성(子規聲)을 어이하리   두어라 단장(斷腸) 춘심(春心)은 너나 나나 다르리   -청구영언    이별의 아픔은 예술로 남고   임이 떠나신 후 그리운 마음을 참을 길 없다. 꿈에서라도 임을 보려고 잠을 청하였는데, 밤새도록 두견새가 울어 잠을 이룰 수 없다. 두견은 짝을 찾아 운다고 하니 애끊는 그 마음이야 너나 나나 다르겠는가.   호석균(扈錫均)의 호는 수죽재(壽竹齋)이며, 안민영과 함께 운애산방(雲崖山房)에 출입하던 가객이었다. 운애산방은 당대 풍류가객으로 이름 높던 박효관이 흥선대원군의 후원으로 필운대에 만든 장소였다. 이곳에서 19세기 후반의 수준 높은 가곡이 다듬어졌다. 따라서 호석균은 당대의 가객임을 알 수 있다.   사람의 한 생애는 이별의 연속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단장(斷腸)의 아픔이지만 그 슬픔은 예술 작품으로 승화하기도 한다. 이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범죄의 형태로까지 나타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공자는 애이불상(哀而不傷)이라 하였으니 아무리 슬퍼도 몸과 마음을 상하지는 않아야 할 일이다. 유자효 / 한국시인협회장시조가 있는 아침 미상 당대 풍류가객 예술 작품

2023.09.08. 21:59

[시] 작자 미상

부를 이름이 없다며   타버린 글   적다만 마음 하나   모른채 뿌리친 이별들   별들이 흉을 보고   이름 없다 덮어버린 시 한 줄     먼 훗날 작가 미상 무명의 겉옷   어쩌나 그 서러운 밤   나체로 적은 오줌 한 줄기   땅은 나를 쳐다보고   비켜간 글 하나   다시나 적을까 장일하 / 시인시 미상 훗날 작가 마음 하나

2022.03.31. 20:10

[시조가 있는 아침] 매화 옛 등걸에 - 매화(생몰연대 미상)

매화 옛 등걸에 춘절(春節)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병와가곡집   자존감 높았던 조선 기생들   매화는 명기(名妓) 구인(九人) 중의 한 사람으로 『해동가요』에 기록돼 있는 평양 기생이다. 유춘색이란 사람이 평양감사로 부임해와 매화와 가까이 지냈으나 나중에 춘설(春雪)이란 기생과 가까이하자 이를 원망하며 지었다는 유래가 전한다. 매화라는 자기 이름과 꽃의 이름을 이중의 뜻이 되게 한 중의법(重義法)이다. 또한 자신의 늙어진 몸과 고목이 된 매화라는 이중의 뜻을 실은 중의법이기도 하다.   춘절(봄철)과 연적(戀敵) 춘설의 이름을 초장과 종장에 배치한 것도 재미있다. 이 시조는 또한 옛날에 피었던 가지에 다시 꽃이 피듯이 한동안 안 오던 정든 이들이 올 듯도 하지만, 때아닌 봄눈이 어지럽게 흩날리듯 세상이 어지러우니 못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정치적인 뜻으로도 풀이된다.   조선의 기생들은 신분 규제에서 벗어나 시인을 비롯해 뛰어난 예인(藝人)이 많았다. 명기의 자존심 또한 높았다.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매화 미상 조선 기생들 자기 이름 신분 규제

2022.02.20. 16:55

매화 옛 등걸에 - 매화(생몰연대 미상)

매화 옛 등걸에   춘절(春節)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병와가곡집   자존감 높았던 조선 기생들   매화는 명기(名妓) 구인(九人) 중의 한 사람으로 ‘해동가요’에 기록돼 있는 평양 기생이다. 유춘색이란 사람이 평양감사로 부임해와 매화와 가까이 지냈으나 나중에 춘설(春雪)이란 기생과 가까이하자 이를 원망하며 지었다는 유래가 전한다.     매화라는 자기 이름과 꽃의 이름을 이중의 뜻이 되게 한 중의법이다. 또한 자신의 늙어진 몸과 고목이 된 매화라는 이중의 뜻을 실은 중의법이기도 하다.   춘절(봄철)과 연적(戀敵) 춘설의 이름을 초장과 종장에 배치한 것도 재미있다. 이 시조는 또한 옛날에 피었던 가지에 다시 꽃이 피듯이 한동안 안 오던 정든 이들이 올 듯도 하지만, 때아닌 봄눈이 어지럽게 흩날리듯 세상이 어지러우니 못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정치적인 뜻으로도 풀이된다.   조선의 기생들은 신분 규제에서 벗어나 시인을 비롯해 뛰어난 예인이 많았다. 명기의 자존심 또한 높았다. 송이(松伊)라는 기생이 역시 자신의 이름에 빗대 쓴 시조 한 수를 읽는다. 나는 깎아지른 절벽의 낙락장송이니 나무꾼의 낫 같은 것으로는 걸어볼 생각도 말라는 기개가 고고하기만 하다.   솔이 솔이라 하여     무슨 솔만 여기는다   천심(千尋) 절벽에     낙락장송 내 긔로다   길 아래 초동의 접낫이야     걸어볼 줄 있으랴 유자효 / 시인매화 미상 조선 기생들 자기 이름 신분 규제

2022.02.1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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