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회춘의 비결은 숨쉬기부터
진료를 하다 보면 많은 분들께서 “어떻게 하면 젊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주십니다. 동양의학과 현대의학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듯 보이지만, ‘회춘’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서는 흥미롭게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호흡입니다. 동의보감 내경편에는 ‘呼吸調則鵝毛不動 可保無病長年’, 즉 “호흡을 고르게 조절해 기러기 깃털이 움직이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느리게 숨을 쉬면, 병이 줄고 오래 살 수 있다”는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호흡이 장수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이유입니다. 한편 현대의학은 미토콘드리아에서 회춘의 단서를 찾고 있습니다. 영국 뉴캐슬 대학을 포함한 국제 연구팀은 늙은 세포에 남아 있는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했더니, 해당 세포가 다시 젊은 세포와 유사한 모습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미토파지(mitophagy)’라는 이 과정은, 미토콘드리아를 표적으로 하는 노화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미토콘드리아를 늘리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한방의 양생법과 현대 연구가 만나는 지점들을 정리해 드립니다. 첫 번째,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입니다. 근육을 꾸준히 사용하면 좋은 미토콘드리아가 증가합니다. 특히 강약을 섞어 하는 운동 방식이 도움이 되며, 공복 상태에서의 가벼운 운동은 에너지 효율을 높여 미토콘드리아 활성에 유리합니다. 두 번째, 온·냉 자극 요법인데 차가운 물로 5~10분 정도 샤워하거나, 따뜻한 물과 교대로 사용하는 방법은 체내가 열 생산을 위해 미토콘드리아 활동을 높이게 합니다. 다만 노약자분들은 충분히 몸을 데운 뒤 마지막에 찬물로 마무리하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세 번째, 공복 시간 확보로 식사와 식사 사이에 적절한 공복감을 유지하면 몸은 에너지 생산을 위해 좋은 미토콘트리아를 더 많이 활성화합니다. 음식을 너무 빠르게 드시는 습관은 인슐린 부담을 키우기 때문에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섭취하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단전호흡 즉 복식호흡은 복부를 자극해 세로토닌 분비를 도우며, 오장육부 전체에 부드러운 마사지 효과가 있습니다. 호흡의 리듬이 안정되면 혈액 순환이 활발해지고 전신의 기혈 흐름이 자연스럽게 풀리면서 미토콘드리아 활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동의보감에서 강조한 호흡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한의학적으로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를 명문화(火)의 기능 저하와 비슷한 개념으로 해석합니다. 쉽게 피로해지고, 회복 속도가 더뎌지며, 손발이 차거나 머리가 무겁고 체중이 잘 찌는 느낌 등의 증상이 이에 속합니다. 침·뜸 치료로는 BL23 신수, GV4 명문, CV6 기해, ST36 족삼리, GV12 신주 같은 5대 혈자리를 자주 활용합니다. 그런데 중완(中脘)혈에 뜸을 뜨면서 기해(氣海)혈에 조금 긴 침으로 관원혈(關元穴) 밑 치골(恥骨) 쪽으로 찌릿하게 사용해 변화를 느끼게 하는 치료법을 임상에서 자주 응용합니다. 이제 곧 2025년을 마무리하고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띠 해를 맞이하게 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욕치기질(欲治其疾) 선치기심(先治其心) 필정기심(必正其心) 내자어도(乃資於道)’가 건강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는 ‘병을 고치고자 하면, 마음을 먼저 다스려야 하며, 반드시 마음을 바르게 해야, 도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헛된 생각이나 불평불만, 비교하는 마음은 건강에 가장 안 좋은 요인인 것 같습니다. 동의보감에 나타나는 양생법의 최고는 마음을 비우고 편안해지는 것, 바로 이것입니다. 한 해를 떠나보내는 시점에 혹시 놓치고 지나간 자신의 ‘미토콘드리아 건강’을 돌아보시고, 새해에는 더욱 활기 있고 젊은 기운이 넘치는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건강한 회춘(回春)의 길, 우리 몸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강병선 / 한의학 박사·강병선 침뜸병원 원장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회춘 비결 미토콘드리아 건강 미토콘드리아 기능 미토콘드리아 활성
2025.12.11.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