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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밀주의 왕' 위스키 성공 비결

조지 레무스는 1876년 독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약국에서 일하며 성장한 그는 약대를 졸업해 약사로 일을 했다. 이어 법대를 졸업해 형사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던 그의 인생을 극적으로 바꾼 것은 1920년 금주법 시행이었다.   금주법에 따라서 모든 술은 판매할 수 없게 됐지만 의학용 알코올은 예외였다. 레무스는 약사와 변호사로서의 지식을 결합해 이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보건용 위스키' 판매 면허를 확보한 뒤 합법적으로 대량 구매한 주류를 빼돌려 암시장에서 팔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증류소와 유통망을 직접 장악해 생산부터 판매까지 통제했다. 그 결과 그는 3년간 4000만 달러에 이르는 돈을 벌었다. 현대 가치로 환산하면 수억 달러에 달하는 돈이다. 그에게는 밀주의 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렇게 하루 아침에 부호가 된 그는 전설적인 파티로도 이름을 알렸다. 한 신년 파티에서는 여성 손님 모두에게 새 자동차를, 남성 손님에겐 금시계를 선물했다. 그의 파티에 초대받는 것만으로 사회적 지위를 과시할 수 있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캐릭터 개츠비가 조지 레무스를 모델로 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을 정도다.   물론 그의 이런 향락과 사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금주법 위반 수사가 시작되면서 연방 법무부는 비밀요원 프랭클린 도지를 투입했다. 도지는 탈세 혐의로 레무스가 수감돼 있는 감옥에 잠입해 그의 신뢰를 얻었으며 이를 통해서 그가 은닉한 자금이 어디 있는지 알아냈다. 심지어 도지는 수사 과정에서 레무스의 아내 이모진과 깊은 관계가 됐다. 둘은 레무스가 수감 중인 사이 그의 재산을 처분했다. 이렇게 '뒤통수를 맞고' 나서 레무스가 손에 쥔 것은 고작 100달러였다.   1927년 10월, 출소한 레무스는 부인이 제기한 이혼소송 재판때문에 신시내티 에덴파크의 법정으로 향했다. 그는 가는 길에 부인이 탄 차를 발견했다. 부인의 차량에 따라붙었고 부인을 강제로 차에서 내리게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부인을 총격 살해했다. 의붓딸도 이를 목격한 불행한 사건이었다. 재판에서 그는 부인의 배신, 재산 강탈, 암살 기도 등을 주장하며 '일시적 광기'를 내세웠다. 너무 심한 정신적 충격에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배심원단은 무죄 평결을 내렸다. 이후 그는 가족과 재산을 모두 잃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누군가 소설로 쓴다면 '너무 극적이다'라고 말할 만한 그의 인생은 버번 위스키 브랜드로 오늘 날 다시 살아났다. 한 증류소가 그의 이름을 사용한 버번을 내놓으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금주법 시대의 전설적인 부호이자 범법자, 배신과 살인의 이야기까지 담긴 이 이름은 그 자체로 강력한 마케팅 자산이다. 심지어 금주법이 해제된 날을 기념해서 매년 새로운 버전의 위스키를 내놓고 있으며 최근에는 '개츠비'라는 이름을 단 위스키도 발매하면서 위스키 매니아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브랜딩의 핵심은 스토리텔링이다. 강렬한 이야기는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소비자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이야기를 기억한 소비자가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실 때, 그들은 개츠비의 파티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위스키를 먹는 것과 같은 느낌을 무의식 중에 받게 된다. 고객들을 매혹할 이야기라면 100년 전의 범법자도 기꺼이 이름을 빌려와야 하는 이유다. 이렇게라도 브랜딩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지금의 냉혹한 비즈니스 환경이기 때문이다.  조원희 /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밀주의 위스키 버번 위스키 보건용 위스키 금주법 위반

2025.08.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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