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평화' '낭만' '사랑'.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과하지 않을 것 같은 남태평양에는 피지(Fiji)와 뉴질랜드(New Zealand), 그리고 호주(Australia)가 이웃해 있다. 지구 남반구에 위치해 계절이 우리와 정반대인 이 지역은 북반구의 봄에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이미 가을의 시간으로 접어든다. 그 계절의 이동만으로도 여행의 결이 달라진다. 빠르게 소화하는 일정이 아니라 천천히 머물며 몸과 마음, 그리고 삶의 리듬까지 쉬어가는 여정이다. 여정의 첫 문은 피지에서 열린다. 남태평양 한가운데 흩어진 3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이 나라는 쉼이라는 단어를 가장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곳이다. 국제공항이 있는 난디에 도착하면 리조트보다 먼저 시장과 마을, 사람들의 생활이 눈에 들어온다. "불라(Bula)"라는 인사는 관광객을 향한 의례가 아니라, 이웃에게 건네는 일상의 언어다. 피지에서 여행자는 손님이기보다 잠시 머무는 사람에 가깝다. 피지의 여행은 언제나 바다에서 시작되고 바다로 돌아온다. 비세이세이 마을과 잠자는 거인의 정원을 지나며 이 땅의 기원을 먼저 만난 뒤, 여정은 자연스럽게 바다로 향한다. 범선을 타고 티부아 아일랜드로 나아가는 동안 수면은 끊임없이 표정을 바꾼다. 코발트에서 에메랄드로, 다시 투명한 청록으로 옮겨가는 바다의 색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하나의 경험이 된다. 글라스보텀 보트 아래로는 산호와 열대어가 스쳐 지나가고, 섬에 닿아 바비큐 점심을 마주하는 순간부터는 더 이상 일정이 중요하지 않다. 스노클링과 수영, 반잠수함 체험 사이로 흘러가는 시간은 고요하고 느긋하기만 하다. 피지에서의 휴식은 무엇을 더 보게 하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확신을 준다. 그래서 이곳은 도착해야 할 낙원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잠시 머무는 천국에 가깝다. 피지의 온기가 몸에 남아 있을 즈음, 여정은 뉴질랜드로 이어진다. 바다의 따뜻함을 지나오면 이곳에서는 계절의 결이 먼저 느껴진다. 남반구의 가을은 숲과 호수, 산의 표정을 차분하게 바꾸고 있다. 그 변화가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곳이 로토루아다. 이곳에서는 땅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기척이 들린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지열 지대답게 수증기를 내뿜는 간헐천과 끓어오르는 진흙탕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마오리 전통 마을에서 만나는 삶의 방식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상대로 바라보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지열로 조리한 전통 음식 '항이(Hangi)'와 공동체의 리듬이 담긴 공연은 관광을 넘어, 이 땅의 질서를 이해하는 경험에 가깝다. 뉴질랜드 북섬에서 놓칠 수 없는 장면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와이토모 반딧불 동굴이다. 19세기 말에야 세상에 알려진 이 석회암 동굴에서는 어둠 속에 몸을 맡긴 채 배를 탄다. 이내 머리 위로 수천 개의 작은 불빛들이 떠오른다. 가을밤의 별하늘이 동굴 속으로 내려온 듯한 장면은 고요한 감탄을 이끌어낸다. 여행이 주는 감동이란 때로 이렇게 조용한 순간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와이토모는 말없이 증명한다. 남섬에 이르면 풍경은 한층 더 장엄해진다. 밀포드 사운드는 빙하가 수만 년에 걸쳐 깎아낸 피오르 지형으로, 자연이 만들어낼 수 있는 스케일의 깊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맑은 날에는 호수처럼 잔잔한 수면이 주변 풍경을 그대로 비추고, 비가 내리면 협곡 곳곳에서 폭포가 쏟아진다. 같은 장소가 전혀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는 사실, 그것이 밀포드 사운드의 힘이다. '남반구의 알프스'라 불리는 마운트 쿡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만년설이 녹아 흘러든 데카포 호수와 푸카키 호수의 물빛은 빙하가 남긴 시간의 흔적이다. 호숫가에 자리한 착한 양치기의 교회 창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장면이 된다. 여정의 마지막은 호주 시드니가 장식한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가 어우러진 항만 풍경은 도시와 자연이 균형을 이루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도심을 벗어나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으로 향하면, 협곡과 숲이 이어지는 길 위에서 가을은 한 해를 정리하듯 차분하다. 야생동물 보호구역인 훼더데일 야생동물원에서 만나는 코알라와 캥거루는, 이 여정이 결국 자연으로 돌아오는 여행이었음을 조용히 확인시켜 준다. 남태평양 여행이 끝난 뒤 남는 것은 사진 몇 장이 아니라, 몸과 마음에 천천히 채워진 여유다. 바쁘게 소진되던 일상의 리듬은 한 박자 늦춰지고, 다시 걸어갈 힘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봄을 지나 가을에 닿는 남태평양의 시간. 이 여행의 힐링은 쉼에서 멈추지 않고, 돌아온 뒤의 삶을 단단히 받쳐주는 에너지로 이어진다. ▶여행팁 높은 고객 만족도로 검증된 'US아주투어'의 남태평양(피지·호주·뉴질랜드) 여행은 완성도의 차이를 보여준다. 피지에서는 힐튼을 비롯한 초특급 리조트에서 휴식의 밀도를 높이고, 뉴질랜드에서는 와이토모 반딧불 동굴과 밀포드 사운드 등 대자연의 정수를 차분히 따라간다. 전 일정에 전문 가이드가 동행해 이동의 피로를 덜었으며, 귀국 시 한국 경유 옵션도 가능해 여정의 마무리까지 여유롭다. 남태평양의 계절과 리듬을 온전히 담아낸 13일 일정으로, 여행 경비는 3799달러(항공료 별도). 출발은 3월 9일과 4월 6일이다. ▶문의: (213)388-4000 ━ 박평식 대표 'US아주투어' 박평식 대표는 40여 년간 현장과 인문학 강의를 잇는 명품 관광 전문가로, 전 세계에서 고객에게 풍성한 여행 경험을 선사한다.남태평양 가을 남태평양 한가운데 뉴질랜드 북섬 밀포드 사운드
2026.02.05. 20:51
빙하와 화산이 빚어낸 나라, 뉴질랜드. 삼각뿔 모양 화산에 칼데라가 많은 북섬과 달리, 남섬은 눈 덮인 남알프스 산맥(Southern Alps)의 뾰족한 봉우리 무리와 피오르 지형, 그리고 캔터베리 평원이 주를 이룬다. 남섬 끝자락에는 마오리 원주민들이 ‘비취 호수’라 부르는 와카티푸 호수와 산맥에 둘러싸인 퀸스타운(Queenstown)이 위치한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관광 도시로 이름부터가 빅토리아 여왕이 살아도 될 만큼 아름답고 품위 있는 도시란 뜻이다. 과거에는 금을 찾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지금은 완전무결한 자연을 즐기기 위한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광활한 산과 호수를 배경으로, 호숫가에 잘 정돈된 주택들과 골프장이 그림같이 어우러져 있어 지구 방방곡곡을 다닌 필자조차 가장 편안하고 아름답다고 느낀 곳이다. 이곳에서의 유유자적한 노후를 꿈꾸었을 정도로 청량하면서도 수려한 풍광을 품고 있다. 퀸스타운의 반전 매력은 광활한 대자연만큼이나 극강의 스케일을 자랑하는 ‘액티비티 1번지’라는 데 있다. 세계 최초의 번지 점프장인 카와라우 다리에서의 번지 점프를 시작으로, 스카이다이빙, 패러글라이딩, 카이트서핑, 래프팅, 스키와 스노보드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원 없이 즐길 수 있다. 또한 퀸스타운에서 와카티푸 호수를 끼고 호머 터널을 지나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로 들어가는 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다. 물개 사냥꾼인 존 그로노가 발견해 세상에 알려진 밀포드 사운드는 빙하에 의해 형성된 극적인 피오르 지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유리알처럼 맑고 영롱한 호수, 웅장한 산봉우리, 각종 고산식물과 이끼류가 빽빽한 원시림, 깎아지른 화강암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 역시 보는 이로 하여금 넋을 잃게 한다. 특히 이 지역에는 약 1만 2000년 전 거대한 빙하가 바다로 흘러가면서 조각한 피오르가 명물이다. 노르웨이의 V자 빙하와는 달리, U자 협곡이 장엄하다. 길고 구불구불한 14개의 해안 협곡 가운데 밀포드 사운드가 가장 장쾌하다. 어쩐지 익숙한 풍경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이곳이 영화 ‘반지의 제왕’, ‘호빗’의 주 촬영지였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는 밀포드 사운드를 ‘신의 조각품’이라 부른다. 유람선에 몸을 실으면 수십 개 폭포와 안개 자욱한 협곡을 더욱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들쭉날쭉한 협곡 곳곳에서 폭포들이 쏟아지는데, 그중 높이가 나이아가라의 3배나 되는 스털링 폭포가 명물이다. 또한 이곳을 본거지로 삼고 살아가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돌고래인 헥터 돌고래 떼와 바다표범, 가마우지 등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밀포드 사운드가 선사하는 특별한 선물이다. 뉴질랜드 남섬은 무엇을 상상하든 우리에게 그 이상을 보여준다. 살아생전 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청량한 대자연의 너른 품에 안겨보고 싶다면 뉴질랜드 남섬의 문을 두드려보시길.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보석 여왕 밀포드 사운드 관광 도시 빅토리아 여왕
2025.01.09. 19:19
흔히 뉴질랜드에는 세 가지 키위(Kiwi)가 있다고들 한다. 우선 새콤달콤한 과일 키위이고, 두 번째는 날개가 퇴화한 대신 다리가 발달한 국조(國鳥)인 키위 새, 마지막은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뉴질랜더를 키위라 부른다. 키위의 나라 뉴질랜드는 북섬과 남섬으로 나뉘어 각각 독특한 여행 경험을 제공한다. 북섬은 도시의 활기와 지열 활동, 풍부한 마오리 문화로 유명하다. 반면 남섬은 신비로운 피요르드와 숲, 산악 지형이 매력 포인트다. 북섬을 대표하는 로토루아 지역은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자리한다.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지열 지대로 세계 10대 온천인 폴리네시안 온천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수 천년에 걸쳐 형성된 오묘한 빛깔의 온천들부터 하늘로 솟는 간헐천, 온천샘, 진흙이 끓어오르는 머드풀, 거대한 분화구 등 진귀한 광경을 마주하며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온천을 즐길 수 있다. 그 외 뉴질랜드의 전통적인 농장을 재현해 소젖 짜기부터 먹이 주기, 양쇼, 양털 깎기 시범, 목양견들의 양몰이 쇼도 즐길 수 있는 350에이커 규모의 아그로돔, 영화 ‘쥬라기 공원’의 촬영지로 알려진 레드우드 수목원 등에서도 뉴질랜드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남섬에서는 와카티푸 호수를 끼고 호머 터널을 지나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로 들어가는 길 자체가 환상적이다. 감동은 밀포드 사운드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한다. 진귀한 보석처럼 맑고 영롱한 호수, 웅장한 산봉우리, 각종 고산식물과 이끼류가 빽빽한 원시림, 깎아지른 화강암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와 함께 거대한 빙하가 바다로 흘러가 조각한 피요르드다. 어쩐지 익숙한 풍경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이곳이 영화 ‘반지의 제왕’ ‘호빗’의 주 촬영지였기 때문이다. 밀포드 사운드에서는 크루즈에 올라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미끄러지듯 항해할 수도 있다. 협곡 곳곳에서 폭포들이 쏟아지는데 그중 높이가 나이아가라의 3배나 되는 스털링 폭포 물을 맞으면 10년 젊어진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또 바위에 올라앉아 햇볕을 쬐는 바다표범, 무리 지어 유영하는 헥타 돌고래 가족, 여행자들을 반기기라도 하는 듯 수면 가까이 낮게 나는 가마우지 등을 보는 것도 밀포드 사운드의 또 다른 재미다. 여행길은 ‘남반구의 알프스’라 불리는 ‘마운틴 쿡(Cook Mt.)으로 이어진다. 해발 1만2000피트의 마운틴 쿡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남섬을 가로지르는 서던 알프스산맥의 높은 산들 중 단연 돋보인다. 터키석 빛깔의 테카포 호숫가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인 착한 양치기의 교회가 자리해 더욱 로맨틱하다. 이처럼 길고 흰 구름의 땅, 뉴질랜드는 더할 나위 없이 신비로우면서도 평화로운 여행을 선물해 준다. 입국 시 농수산물 검열이 까다로운 만큼 무공해 청정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도 전 세계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뉴질랜드 호기심 나라 뉴질랜드 과일 키위 밀포드 사운드
2024.08.22. 22:12
누구에게나 천국같은 순간을 선사하는 곳이 있다. 남태평양은 지구상에서 가장 천국 같은 순간을 선사하는 여행지다. 크고 작은 섬들이 수없이 흩어져 있는데 이웃한 피지와 호주, 그리고 뉴질랜드를 한 번에 돌아보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가장 유리하다. 제일 먼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통하는 행복의 섬, 피지로 향한다. 피지의 원주민들은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잠깐 스칠 때도 다정스레 "불라(안녕)"라고 속삭인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인사말이다. 총 333개의 부속 섬이 푸른 바다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피지는 큰 섬을 제외하고는 섬 하나에 하나의 리조트만 조성되어 있다. 적도에 가까워 프라이빗한 바다에서 연중 수영, 범선 크루즈, 스노클링, 씨 카약 등이 가능하다. 또한 날짜 변경선이 지나는 곳이기에 제일 먼저 뜨는 해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고 열대과일의 당도도 단연 최고! 피지에서 먹었던 파인애플과 파파야의 달콤한 맛은 비교 불가한 천상의 맛이다. 다음 목적지는 SF 영화급 절경을 품은 뉴질랜드! 북섬의 대표 명소는 와이토모 반딧불 동굴, 전 세계 10대 온천으로 통하는 폴리네시안 온천, 뉴질랜드 전통 양농장인 아그로돔, 마오리족 민속쇼,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알려진 레드우드 수목원 등이다. 눈 깜짝할 새 양 한 마리의 털을 깎는 양털 깎기 쇼도 재미있고 귀한 마누카 꿀을 맛보는 것도 뉴질랜드가 선사하는 즐거움이다. 그러나 뉴질랜드 여행에서는 세계 8번째 불가사의로 유명한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에 이르러 감탄하는 이가 더 많다. 카메라에 담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밀포드 사운드를 여행하는 최고의 방법은 크루즈!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미끄러지듯 항해하며 웅장한 산과 기암절벽, 또 빙하 녹은 물이 흘러 만들어지는 크고 작은 폭포들을 보여준다. 돌고래 가족, 물범, 가마우지 등도 등장하며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눈앞에서 펼쳐진다. 그 외 이 나라 최고봉인 마운틴쿡, 신비로운 밀키 블루 빛 데카포 호수와 호숫가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 번지점프가 시작된 고장으로 유명한 퀸스타운 등도 결코 빼놓을 수없다. 마지막으로 찾을 곳은 호주의 시드니다. '리틀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는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조가비 모양의 하얀 지붕이 푸른 바다와 한 몸을 이루는 오페라하우스, 싱글 아치다리 중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하버 브리지, 시드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본다이 비치 등 천국의 아름다운 색채들로 여정을 채색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올가을 지구 남반구에 위치해 계절이 우리와 정반대인 남태평양으로 떠난다면 봄으로의 시간 여행마저 가능하다. 천국과도 같은 곳에서 힐링과 필링을 경험하고 싶다면 남태평양이 정답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남태평양 천국 뉴질랜드 여행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밀포드 사운드
2023.07.27. 20:29
지구 남반구, 남태평양 한가운데 떠있는 섬나라 뉴질랜드는 신비할 정도로 수려한 경관을 품고 있다. 삼각뿔 모양 화산에 칼데라가 많은 북섬과 달리 남섬은 눈 덮인 서던 알프스산맥의 뾰족한 봉우리 무리와 피요르 지형, 그리고 캔터베리 평원이 주를 이룬다. 남섬에서는 일단 퀸스타운에서 와카티푸 호수를 끼고 호머 터널을 지나 밀포드 사운드로 들어가는 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 일행이 이 길을 지났겠구나 싶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탄성은 뉴질랜드 남섬의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에 이르러 더욱 커진다. 유리알처럼 맑고 영롱한 호수, 웅장한 산봉우리, 각종 고산식물과 이끼류가 빽빽한 원시림, 깎아지른 화강암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들이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특히 이 지역에는 약 1만 2000년 전 거대한 빙하가 바다로 흘러가면서 조각한 피요르가 명물이다. 노르웨이의 V자 빙하와는 달리 U자 협곡이 장엄하다. 길고 구불구불한 14개의 해안 협곡 가운데 밀포드 사운드가 가장 장쾌하다. 어쩐지 익숙한 풍경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이곳이 영화 ‘반지의 제왕’ ‘호빗’의 주 촬영지였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는 밀포드 사운드를 ‘신의 조각품’이라 부른다. 밀포드 사운드에서는 크루즈에 올라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미끄러지듯 항해할 수도 있다. 협곡 곳곳에서 폭포들이 쏟아지는데 그중 높이가 나이아가라의 3배나 되는 스털링 폭포가 명물이다. 신부의 면사포처럼 물길을 드리우는 스털링 폭포 물을 맞으면 10년 젊어진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또한 항해 중에는 바위에 올라앉아 햇볕을 쬐는 바다표범, 무리 지어 유영하는 헥타 돌고래 가족, 여행자들을 반기기라도 하는 듯 수면 가까이 낮게 나는 가마우지 등을 보는 것도 밀포드 사운드의 또 다른 재미다. 여행길은 ‘남반구의 알프스’라 불리는 ‘마운틴 쿡(Cook Mt.)’으로 이어진다. 해발 1만 2000피트의 마운틴 쿡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남섬을 가로지르는 서던 알프스산맥의 높은 산들 중 단연 돋보인다. 이곳 원주민들은 마운틴 쿡을 ‘아오랑기(구름을 꿰뚫는 산)’라고 부른다. 정상에 쌓인 웅장한 만년설은 데카포 호수까지 녹아 흘러든다. 터키석 빛깔의 테카포 호숫가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인 착한 양치기의 교회가 자리해 더욱 로맨틱하다. 또한 데카포 호수에서 조금만 달리면 푸카키 호수다. 푸카키 호수는 물 색깔이 참 곱다. 현지인들이 ‘밀키 블루’라 칭하는 이 호수 뒤로 눈 덮인 마운틴 쿡이 병풍처럼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밀포드 사운드를 ‘세계 8번째 불가사의’라고 극찬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러디야드 키플링(1865∼1936)의 말처럼 뉴질랜드 남섬은 무엇을 상상하든 우리에게 그 이상을 보여준다. 살아생전 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천국에 머무는 듯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해 보고 싶다면 뉴질랜드의 문을 두드려보길 권한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영화급 압도 영화급 절경 밀포드 사운드 섬나라 뉴질랜드
2022.10.20.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