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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붉은 바위·신비한 지형이 빚은 절경, 불의 계곡

라스베이거스에서 북쪽으로 1시간 운전 거리인 불의 계곡은 그 이름에서 정열적인 색채를 예감할 수 있다.   불의 계곡은 기원전 300년 전부터 아나사지 푸에블로 등 미국 원주민들의 정착지였으며, 지금도 공원 곳곳에 남아 있는 그림 문자들을 통해 그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메마른 기후답게 공원 내에 나무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사막성 식물들이 많이 자란다.   수많은 동물이 살고 있는데, 각종 파충류와 토끼, 스컹크, 여우, 코요테, 큰뿔산양 등이 있다. 특히 산양들의 개체 수가 많아 아침나절에 메스퀴트콩을 뜯어 먹는 산양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메마르고 척박한 듯하지만, 붉은 바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불의 계곡은 각종 볼거리로 가득 차 있다.   이틀 이상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면 좋지만, 시간적 제한으로 몇 군데만 선택해야 한다면 다음 장소들을 들러보면 좋다.   먼저 15번 프리웨이에서 서쪽 입구로 들어서서 파이어 케이브를 둘러보자. 불타는 듯한 붉은 바위들 속에 구멍이 숭숭 나 있고, 크고 작은 아치들이 보인다. 악마의 놀이터처럼 기이한 모습의 붉은 바위들이 늘어서 있어 둘러보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리고 이웃하는 아치 바위(Arch Rock)와 미국 원주민들의 상형문자가 있는 아틀라틀 바위(Atlatl Rock)를 만나게 된다. 아치 록은 큰 바위 위에 제법 큰 아치가 만들어져 있어 사진 촬영하기에 좋다. 그리고 이웃하는 아틀라틀 바위는 원주민들의 암각화를 보존해 놓았다.   좀 더 들어가 방문자 센터를 둘러보자. 공원의 지형 형성 과정과 서식하는 동식물에 대해 배울 수 있고, 공원 지도도 얻을 수 있다.   공원 뒤편으로 공원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화이트 돔스 로드(White Domes Road)를 따라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붉은색과 회색 바위무더기 사이로 어우러져 뻗어 있는 도로는 미서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화이트 돔스 로드에는 여러 개의 짧은 트레일과 뷰포인트들이 있다. 먼저 마우스 탱크 트레일을 둘러보자. 서부 시대에 마우스란 별명을 가진 원주민이 백인을 살해한 후 이곳에 숨어 지내면서 바위에 갇힌 물로 연명했다는 곳이다.   왕복 0.75마일로 약 30분 정도에 다녀올 수 있는데, 가는 길목에 바위에 약 4000년 전부터 그려진 수많은 상형문자를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만나는 파이어 웨이브가 아주 멋지다. 주차장에서 왕복 1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공원 안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이어서 꼭 둘러보길 권한다.   처음에는 커다란 바위산을 바라보며 걷다가, 회색 바위에 붉은색으로 회오리치는 문양이 둘린 바위를 만난다.   그 모양새가 신비롭고 고상하여 커다란 도자기를 보는 듯하다. 파이어 웨이브를 지나 우측으로 계속 걸으면서 세븐 원더스라는 특이한 지형들을 거쳐 원을 그리며 주차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다음으로 화이트 돔 로드를 끝까지 들어가면 거대한 회색 바위가 좌우로 도열한 인상적인 화이트 돔에 도착한다.   바위 돔 아래편으로 또 다른 바위산들이 펼쳐지는데, 모랫길을 내려가면 조그마한 분지를 만난다.   여기서 작은 구조물과 안내문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버트 랭커스터, 리 마빈, 로버트 테일러 주연의 1966년작 더 프로페셔널이 촬영되었는데, 세트장의 일부가 남아 있어 방문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영화 촬영 장소를 지나면 폭이 좁은 슬롯 캐니언을 통과한 후 원을 그리며 주차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외에도 공원 동쪽으로 가면서 7자매 바위라는 좋은 쉼터가 있다. 사람을 닮은 거대한 바위들 사이로 화장실과 피크닉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어 점심을 먹거나 쉬어 가기에 아주 좋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쪽 입구에서 코끼리 바위를 만날 수 있다. 아치형의 바위인데, 몸집이 크고 코가 길게 뻗은 코끼리를 완전히 빼닮았다.   공원에는 아늑하고도 깨끗한 3곳의 캠핑장이 있다. 그 가운데 아틀라틀 캠핑장은 수세식 화장실에 샤워 시설도 갖춰져 있어 아주 편하게 지낼 수 있다.   사막 기후인 만큼 여름철에는 120도를 웃돌다가 겨울밤에는 영하로 떨어진다. 공원을 방문하는 시기는 봄, 가을, 겨울이 좋다.   공원을 둘러본 후 동쪽 입구로 나와 167번 국도를 따라 레이크 미드, 후버 댐을 돌아보는 여정도 함께하면 좋은 여행이 된다. 김인호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있다.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바위 valley 아치 바위 불의 계곡 공원 지도

2025.02.20.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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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스필드 5.2 지진...5번 프리웨이에 바위 떨어져 통행 차단

6일 밤 컨 카운티 인근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직후 거대한 바위가 5번 프리웨이 한복판에 떨어져 여러 차선의 운행이 몇 시간 동안 중단됐다.   그레이프바인 로드 남쪽 프리웨이에서 발생한 이날 사고는 베이커스필드 인근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한 지 2분 뒤인 오후 9시 11분에 보고됐다.   KTLA 방송 등에 따르면 큰 바위가 두 개의 차선을 막아 긴 정체가 발생했다.   현장에 출동한 캘리포니아 교통국 측은 자정쯤 바위를 제거했고 모든 차선이 다시 개통됐다. 이 사고로 인한 피해는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 관계자는 7일 오전 출근길에도 지진 여파로 인한 나뭇가지, 바위 등이 도로에서 발견될 수 있으니 주의를 당부했다.   베이커스필드는 LA에서 북서쪽으로 110마일 떨어진 지역이다. 이날 지진에 따른 흔들림은 LA를 비롯해 오렌지 카운티, 폰타나, 샌디에이고까지 남가주 전역에서 감지됐다.     온라인 뉴스팀캘리포니아 베이커스필드 지진 바위 낙석 정체

2024.08.0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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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배낭과 바위

바운더리(Boundaries), 예스와 노를 제대로 하는 건강한 바운더리에 대해 쓰고 있다. 금요 독서 모임에서 읽고 있는 Henry Cloud/John Townsend 박사님의 ‘Boundaries’의 부제는 ‘When to Say Yes, How to Say No, to Take Control of Your Life’이다. 이 책은 바운더리에 대한 원칙을 보여주기 위해 성경의 갈라디아서 6장을 인용한다.       먼저 6장 2절에서는 “Carry each other’s burdens”라고 되어 있고, 5절에 가면 “each one should carry their own load”라고 되어 있다. 이거 서로의 짐을 함께 지라는 건지, 각자 지라는 건지, 좀 헷갈린다. 하지만 여기 나오는 ‘burden’과 ‘load’의 그리스어 원어를 살펴보면 바운더리에 대한 중요한 원칙이 보인다.     원어에서 함께 지라는 ‘burden’은 ‘excess burden’ 즉 너무 무거워서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boulder(바위)’를 의미하는 반면, 5절에서 각자 지라는 ‘load’의 원어는 ‘cargo’ 혹은 ‘the burden of daily toil’을 의미한다고 되어있다. 즉 누구나 매일 감당해야 할 자기의 짐(backpack)을 의미한다.     이 책을 읽으며 크리스천 멤버들은 아주 혼란스러워했다. 앗, 우리 오른뺨을 때리면 왼뺨도 돌려대고, 속옷을 빼앗으려는 사람에게 겉옷까지 주고, 억지로 오 리를 가자면 십 리를 가주어야 한다고 배웠는데요! 이 때문에 사실 크리스천들이 더 건강한 바운더리를 못 가지고 살다가 정신적으로 관계적으로 힘들어지기가 아주 쉽다.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우리는 모두 서로의 짐을 함께 져주고, 또 내 짐은 내가 져야 할 두 가지 책임이 동시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나의 시간과 에너지와 감정을 필요로 할 때 먼저 해야 할 것은, 그것이 그가 매일 스스로 메고 걸어야 할 배낭인지, 아니면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그래서 함께 지고 가주어야 할 바위인지를 살피는 것이다.     어느 정도 크면 스스로 메어야 할 자녀의 배낭을 기어코 자신이 메어주는 부모는, 자녀를 위해서라도 No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강한 바운더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녀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바위같이 무거운 마음의 짐을, 성장 과정의 짐을, 혼자 지라고 몰아치는 부모는 더 문제다. 이때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No가 아니라, Yes, 그래, 너 힘들지, 내가 어떻게 도와줄까 하는 것이다.     이 배낭과 바위의 원칙은 부부에게도, 형제간에도, 친구나 직장 동료 같은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된다. 내가 받는 부탁이 그 사람의 배낭인지 바위인지를 먼저 생각해보자. 내가 하는 부탁도 내 배낭을 메어달라는 것인지, 무거운 바위를 도와달라는 것인지 생각하고 부탁하자.     살다 보면감당하지 못할바위 같은 짐을 만날 때가 얼마나 많은지. 혼자 지고 끙끙대다 허리가 나가기 전에, 우울증에 걸리기 전에, 자존심을 내려놓고 도움을 청하자. 반대로, 내 배낭도 잘 못 메면서, 노를 못해 남의 배낭까지 짊어지다 보면 반드시 번아웃에 빠진다. 예상 못 한 분노가 생긴다.     바운더리 없이 예스만 하는 것이, 날 싫어하고 관계가 깨질까 봐 두려워서인가? 아무리 예스만 해줘도 이용할 사람은 이용만, 노를 해도 사랑할 사람은 사랑만 한다! 건강한 바운더리가 나를 지킨다! ([email protected])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배낭과 바위 배낭과 바위 excess burden 그리스어 원어

2024.07.03. 22:43

[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하루 64명만 볼 수 있는 바위의 물결

사람들은 더 웨이브를 마술과 같은 곳이며 영혼이 살아 숨 쉬는 곳이라고도 한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하는 목록에 단골로 등장하는 웨이브는 애리조나와 유타주 경계에 위치한 나바호 샌드스톤 지형이다.   미국 정부에서는 부서지기 쉬운 이곳을 보호하기 위해 방문자 숫자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애리조나의 소도시 페이지와 유타주의 캐납에서 약 45마일 운전거리이며 지도상에는 버밀리온 클립스 내셔널 모뉴먼트(Vermillion Cliffs Nationsal Mounument)에 속한 북쪽 코요테 뷰츠(North Cotote Butts)라고 표기되어있다.   이곳은 1995년 독일의 다큐멘터리 필름에 소개된 후 일약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소가 되었는데 쉽게 허가를 받을 수 없는 희소가치가 접목되어 사진작가와 하이커들의 로망이 된지 오래다.   출발점에서 이정표가 거의 없는 3마일의 모래와 바위길을 찾아 들어가는 길은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웨이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황홀한 대자연의 신비를 경험하게 한다.   웨이브 지역은 1억 년 전부터 물이 모래를 덮으면서 지층이 형성되었고 풍화작용으로 겉 표면이 빗장모양으로 물결치는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다.   들어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뷰츠라는 큰사이즈의 바위들 또한 비슷한 빗장무늬를 간직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경이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붉으면서도 황금빛을 띤 커다란 도자기를 뒤집어 놓은 듯한 순백색의 사암도 있다. 그리고 벌집같이 구멍이 난 바위들과 삼라만상의 형상을 뽐내는 바위들도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웨이브에 대한 많은 소개가 되면서 현란한 색채를 띠는 계곡 사진들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전문적인 카메라와 포토샵 기술로 찍은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과는 그 색감이나 조명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막상 웨이브에 도착한 순간 사진에서 보던 색감과 달라 실망감에 빠질 수 도 있다.또한 넓은 지형이 아닌 한 지점일 뿐인 웨이브는 그 규모에서 기대감에 못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을 다녀온 후 찍은 사진을 통해서 웨이브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눈으로 보았던 희미한 모습은 사진 속에서 강렬한 색채와 이미지로 재탄생한다.   일반인의 카메라를 통해서도 다시 살아 꿈틀대는 자연의 걸작품이 아닐 수 없다.   웨이브에서는 창조주와의 만남을 느낄 수 있다. 붓끝으로 빗은 듯한 물결치는 빗장무늬는 우리에게 평온함과 생동감을 동시에 선물한다.   출발점인 와이어 패스(Wire Pass)주차장에서 웨이브까지는 초반부에 이정표가 몇 개 설치되어있으나 나머지는 나눠주는 인쇄물에 나온 지형을 보고 찾아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요즘은 GPS로 표시되는 Alltrails와 같은 앱을 사용하면 등산로와 자신의 위치가 선명하게 표시되므로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웨이브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휴식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총 6시간 정도 소요된다.   웨이브는 하루 64명으로 출입제한이 되어있다. 48명은 온라인으로 4개월 전에 추첨하며 나머지 16명은 하루 전 캐납에 있는 캐납 센터에서 추첨한다.   웨이브 퍼밋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달 꾸준히 온라인 recreation.gov를 통해서 퍼밋을 신청해 보는 것이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웨이브 주변의 멋진 곳을 둘러보면서 당일 추첨을 해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성수기인 4월에서 11월까지는 하루에 100명 이상이 몰리기도 한다.   더 웨이브 지역은 여름에는 무척 덥고 겨울에는 춥다. 일기에 따라 물과 스낵, 햇볕차단복등 산행준비를 잘해야 한다.   ▶온라인 추첨(Online Lottery): Recreation.gov Coyote Buttes North(The Wave)   ▶당일 현장 추첨(Walk-in Lottery): The Kanb center Gymnasium at 180 E. 100 North Kanab, Utah     김인호씨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있다.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물결 바위 웨이브 지역 웨이브 주변 온라인 추첨

2023.10.2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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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거대한 바위가 집 뚫고 일가족 덮쳐..다행히 위기 모면

 영상 일가족 바위 위기 모면

2023.01.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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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큰 바위 얼굴의 어머니

우리 애들은 자수성가(?)했다. 영어보다 한국어가 능숙한 어머니 탓에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선 때문이다. 유치원 다닐 때는 떡국 모양으로 종이 오려 알파벳 적어 놓고 한석봉 어머니 흉내를 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간당간당 그런대로 숙제를 도와줬는데 그다음부터는 감당이 안 됐다. 애들은 눈치가 백단이다. 외국인(?) 엄마의 영어와 수학 실력을 재빠르게 눈치채고 더는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반면에 미술 숙제는 신나게 함께 해치웠다.     화랑을 열고부터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주중에는 사업에 몰두해 내 도움을 아예 포기하고 아이들은 각자도생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어미 된 양심에 주말에는 미술관 박물관 관람, 전시회와 뮤지컬 공연을 함께 다녔다. 지식은 나이 들어도 깨우칠 수 있지만 인성교육은 여린 싹부터 물 주고 잘 가꾸어야 올곧게 자란다.     어머니는 청춘에 홀로 되셨다. 아버지가 남긴 토지를 지키기 위해 머슴이나 일꾼보다 몇배나 더 열심히 밭고랑을 매시던 어머니. 오랜 농사일로 어머니 오른손은 휘어졌다. 땅은 자식의 앞날을 지켜줄 담보라서 목숨 걸고 지켜야 했다. ‘우리 희야 대학 갈 때는 땅콩밭 팔아 등록금 대야지’ 하시며 혼자 미소 짓던 어머니! 땅은 어머니의 희망이고 나는 어머니의 꿈이었다.     설날이 오면 삼만이 아재가 방앗간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가래를 뽑아 지게에 지고 왔다. 뽀얀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가래떡 냄새를 맡으면 하얀 날개 달린 백설공주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른다.   소복 입은 어머니는 샛별이 잠을 깨고 먼동이 틀 때까지 곧은 자세로 앉아 동글납작하게 떡을 써신다. 삐딱하게 몇 줄 썰다가 스르르 잠이 들면 찔레꽃 만발한 꽃길 거니는 꿈을 꾼다. 날이 밝으면 아재 손 잡고 하얀 찔레꽃잎처럼 가냘프게 썬 가래떡을 집집마다 돌린다. 형편이 안돼 설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하지 못하는 이웃은 “두 봉지 드려라”고 말씀하신다. 한치도 어긋남 없이 가지런히 썬 떡을 보며 동네 아낙들은 “한석봉 엄마가 따로 없네”라고 칭찬했다.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안쓰러워 도우려고 하면 “공부해라. 그래야 큰 사람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너새니얼 호손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 어니스트는 어머니로부터 바위 언덕에 새겨진 얼굴을 닮은 아이가 자라 훌륭한 인물이 될거라는 전설을 듣는다. 세월이 흘러 부자와 장군, 정치인과 시인들을 만났지만 그들은 큰 바위 얼굴에 새겨진 사람들이 아니였다. 어느날 어니스트의 설교를 듣던 시인이 이 사람이 바로 ‘큰 바위 얼굴’이라고 외친다. 진실하고 겸손하게 살아온 사람의 발자취는 큰바위 얼굴에 새겨진 형상을 닮는다.     돌은 시간의 역사를 기록한다. 한 인간의 삶을 세월 속에 담아낸다. 모진 풍파와 시련을 견딘 흔적을 새긴다. 인고의 날들을 이겨낸 어머니의 삶은 그리움의 언덕 너머 큰 바위 얼굴로 굳건히 서서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가지런히 가래떡 썰던, 손가락마저 휘어진 손으로 어머니는 큰 바위에 글을 새긴다.     사는 것이 힘들어도 흔들리지 말고, 가지런히 두손 모으고 차근차근 살라고, 비바람 몰아치는 날에는 큰 바위 얼굴에 주름진 모습이 둥근 달로 떠오른다.   이기희 / Q7 Editions 대표·작가이 아침에 어머니 바위 큰바위 얼굴 한석봉 어머니 어머니 오른손

2023.01.29. 15:30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큰 바위 얼굴의 어머니

우리 애들은 자수성가(?)했다. 영어보다 한국어가 능숙한 어머니 탓에 스스로 살길을 찿아나선 때문이다. 유치원 다닐 때는 떡국 모양으로 종이 오려 알파벳 적어 놓고 한석봉 어머니 흉내를 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간당간당 그런대로 숙제를 도와줬는데 그 다음부터는 감당이 안됐다.   애들은 눈치가 백단이다. 외국인(?) 엄마 영어와 수학 실력을 재빠르게 눈치채고 더 이상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반면에 미술 숙제는 신나게 함께 해치웠다. 화랑을 열고부터는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주중에는 사업에 몰두해 내 도움을 아예 포기하고 아이들은 각자도생 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어미 된 양심에 주말에는 미술관 박물관 관람, 전시회와 뮤지컬 공연을 함께 다녔다. 지식은 나이 들어도 깨우칠 수 있지만 인성교육은 여린 싹부터 물 주고 잘 가꾸어야 올곧게 자란다.   어머니는 청춘에 홀로 되셨다. 아버지가 남긴 토지를 지키기 위해 머슴이나 일꾼보다 몇배나 더 열심히 밭고랑을 매시던 어머니. 오랜 농삿일로 어머니 오른손은 휘어졌다. 땅은 자식의 앞날을 지켜줄 담보라서 목숨 걸고 지켜야 했다.   ‘우리 희야 대학갈 때는 짐실 땅콩밭 팔아 등록금 대야지’ 하시며 혼자 미소 짓던 어머니! 땅은 어머니의 희망이고 나는 어머니의 꿈이였다. 설날이 오면 삼만이 아재가 방앗간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가래를 뽑아 지게에 지고 왔다. 뽀얀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가래떡 냄새를 맡으면 하얀 날개 달린 백설공주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른다.   소복 입은 어머니는 새벽별이 잠을 깨고 먼동이 틀 때까지 곧은 자세로 앉아 동글납작하게 떡을 써신다. 삐딱하게 몇 줄 썰다가 스르르 잠이 들면 찔레꽃 만발한 꽃길 거니는 꿈을 꾼다.   날이 밝으면 아재 손 잡고 하얀 찔레꽃잎처럼 가냘프게 썬 가래떡을 집집마다 돌린다. 형편이 안돼 설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하지 못하는 이웃은 “두 봉지 드려라”고 말씀하신다. 한치도 어긋남 없이 가지런히 썬 떡을 보며 동네 아낙들은 “한석봉 엄마가 따로 없네”라고 칭찬했다.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안쓰러워 도우려고 하면 “공부해라. 그래야 큰 사람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너새니얼 호손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 어니스트는 어머니로부터 바위 언덕에 새겨진 얼굴을 닮은 아이가 자라 훌륭한 인물이 될 거라는 전설을 듣는다. 세월이 흘러 부자와 장군, 정치인과 시인들을 만났지만 그들은 큰 바위 얼굴에 새겨진 사람들이 아니였다. 어느 날 어니스트의 설교를 듣던 시인이 이 사람이 바로 ‘큰 바위 얼굴’이라고 외친다. 진실하고 겸손하게 살아온 사람의 발자취는 큰바위 얼굴에 새겨진 형상을 닮는다.   돌은 시간의 역사를 기록한다. 한 인간의 삶을 세월 속에 담아낸다. 모진 풍파와 시련을 견딘 흔적을 새긴다. 인고의 날들을 이겨낸 어머니의 삶은 그리움의 언덕 너머 큰 바위 얼굴로 굳건히 서서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가지런히 가래떡 썰던, 손가락마저 휘어진 손으로 어머니는 큰 바위에 글을 새긴다.   사는 것이 힘들어도 흔들리지 말고, 가지런히 두 손 모으고 차근차근 살라고, 비바람 몰아치는 날에는 큰 바위 얼굴에 주름진 모습이 둥근 달로 떠오른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어머니 바위 큰바위 얼굴 한석봉 어머니 어머니 오른손

2023.01.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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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바위 섬

썰물이 쓸려나간 바위 섬   밀물같이밀려오는   쓸쓸함 그리고 외로움       내 친구 어디 두고   나 혼자 바다만 바라보나       친구야 내 사랑아   목청 터지게 부르고 싶은데   기운이 없다       첫사랑은 아픔 남기고   떠나갔다   왜 못 잡았을까       잡을 수 없었나   떠나지 말라고   말 한마디 못 했나       속으로 흐느끼며 버텨온 세월   끝없는 아쉬움으로   가슴에 뜨는 별 애써 지우며         이제 바위 섬에 집을 지으리라   인형의 집을 지으리라       그동안 쌓아 놓은 수많은 인형   해 맑게 웃는         모두를 위한 슬픈 모습의 인형       모두를 위한   아름다운 집을 짓고   그리고는 떠나리라       안녕히 잘들 ←있으라고   손 흔들며 알로 하오에   노래 부르며       꿈꾸는 바다로   떠나리라 이강민 / 시인·뉴저지글마당 바위 친구 어디

2022.06.10. 17:25

노숙자 못 오게…바위 26개 논란

LA한인타운 노숙자 밀집 지역에 누군가가 노숙자의 접근을 막기 위해 바위 여러 개를 갔다놔 찬반이 갈리고 있다.   CBSLA에 따르면 최근 4가와 웨스트모어랜드 애비뉴 샤토공원 입구 공터에 바위 26개가 놓였다.  혼자 옮기기 힘든 바위는 공원 입구 공터 곳곳에 자리했다. 이웃 주민들은 하룻밤 사이 누군가 바위를 갖다 놨다고 전했다.     원래 바위가 있던 자리는 노숙자 텐트촌이 있었다고 한다. LA 위생국에서 노숙자 텐트촌을 청소한 뒤 곧바로 바위 26개가 놓였다. LA시 정부나 10지구 시의원실에서도  바위가 놓인 사실 자체를 몰랐다.     주민들 반응은 갈렸다. 인근 주민들은 바위가 놓이고 노숙자 텐트촌이 사라졌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이들은 CBS 인터뷰에서 “그곳은 항상 더럽고 (노숙자끼리) 싸우고 불도 났다”며 “지금은 훨씬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그동안 시 측에 노숙자 문제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 참다못한 누군가 사비를 들여 바위를 갖다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 주민은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는지 모르겠다. 이곳에서 머물던 노숙자들은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노숙자 배척 행위를 경계했다.   LA시 측은 최근 주민들이 인도나 공터에 대형화분이나 바위를 놓는 경우가 늘었다며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형재 기자노숙자 바위 노숙자 텐트촌 la한인타운 노숙자 노숙자 배척

2022.02.01. 19:28

[이 아침에] ‘큰 바위 얼굴’의 정기

 초등학교 시절, ‘큰 바위 얼굴’이라는 글을 교과서에서 읽었다. 반세기 전쯤의 일이다.   어느 골짜기에 성자의 모습을 닮은 큰 바위가 있었다. 소년 어니스트는 어머니로부터 이 지방에 큰 바위 얼굴을 닮은 훌륭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설을 듣는다. 소년은 커서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은 기대를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큰 바위 얼굴처럼 될까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지방 출신 돈 많은 부자, 싸움 잘하는 장군, 말 잘하는 정치인, 글 잘 쓰는 작가를 만났으나 큰 바위 얼굴처럼 훌륭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니스트의 설교를 듣던 시인이 ‘저 사람이 바로 큰 바위 얼굴’이라고 소리친다. 어린 나는 이 야기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다.   미국에 건너와 살게 되었다. 어릴 적 읽었던 글이 생각날 때마다 뉴햄프셔주 화이트마운틴에 있다는 큰 바위 얼굴을 가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큰 바위가 폭풍으로 인해 무너져버렸다는 뉴스를 보았다. 2003년 5월이었다. 안타까웠다.   몇 년이 지난 2009년 1월, 큰 바위 얼굴이 한국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전남 영암 월출산에서 발견됐다는 기사였다. 사진작가 박철이 발견했단다.   그 해, 도보 국토종단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박철 작가를 만났다. 큰 바위 얼굴을 발견하던 날의 얘기를 들었다. 산에 홀린 사람처럼 30년 넘게 월출산 사진을 찍어오던 어느 날 정오 무렵, 천황봉에 올라 건너편 구정봉을 바라보는데 그 큰 바위가 홀연히 사람 얼굴 형상으로 눈앞에 나타나더란다. 놀라움과 감동이 그대로 전해왔다. 누만 년 동안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그 시간 그에게 드러내 보인 것이다.   국토종단 중 아내와 함께 월출산 천황봉에 올랐다. 맞은편 구정봉을 바라보았다. 큰 바위 얼굴이다. 머리, 이마, 눈, 코, 입이 또렷하다. 턱에서 정수리까지 길이가 101m. 세계 최대 크기다.   미국에 있던 바위가 사라진 후, 그보다 일곱 배가 넘은 큰 바위 얼굴이 대한민국에서 새롭게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다. 큰 바위 얼굴은 하늘이 열린 날, 태양이 불러낸다. 하늘의 기운을 받아 세상을 이끌어갈 큰 사람의 등장을 예고하는 징후로 보인다. BTS를 비롯 한국문화가 세계를 리드하는 현상이 그 증거가 아닐까.   월출산은 남한의 금강산이라 부른다. 기암괴석으로 덮인 아름다운 산이다. 박철 사진작가는 백번도 넘게 그 산을 오르내리며 사진을 찍어온 사람이다. 평생 큰 바위 얼굴을 흠모하여 살아온 어니스트 소년이 결국 큰 바위 얼굴이 되었듯이, 월출산 큰 바위 얼굴이 그에게 모습을 보여준 것은 한 사진작가의 정성에 대한 보답이 아니었을까.   새해가 시작되었다. 한 가지 일에 오래 정성을 쏟으면 하늘이 감동한다. 올해는 우리 땅 큰 바위의 기운을 받아 모두가 큰바위 얼굴이 되면 좋겠다. 큰 바위 얼굴 닮은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닌가. 월출산 큰 바위 얼굴이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일깨워주고 있다. 정찬열 / 시인이 아침에 바위 얼굴 큰바위 얼굴 사람 얼굴 월출산 천황봉

2022.01.12. 20:10

[이 아침에] ‘큰 바위 얼굴’의 정기

초등학교 시절, ‘큰 바위 얼굴’이라는 글을 교과서에서 읽었다. 반세기 전쯤의 일이다.     어느 골짜기에 성자의 모습을 닮은 큰 바위가 있었다. 소년 어니스트는 어머니로부터 이 지방에 큰 바위 얼굴을 닮은 훌륭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설을 듣는다. 소년은 커서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은 기대를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큰 바위 얼굴처럼 될까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지방 출신 돈 많은 부자, 싸움 잘하는 장군, 말 잘하는 정치인, 글 잘 쓰는 작가를 만났으나 큰 바위 얼굴처럼 훌륭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니스트의 설교를 듣던 시인이 ‘저 사람이 바로 큰 바위 얼굴’이라고 소리친다. 어린 나는 이 야기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다.     미국에 건너와 살게 되었다. 어릴 적 읽었던 글이 생각날 때마다 뉴햄프셔주 화이트마운틴에 있다는 큰 바위 얼굴을 가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큰 바위가 폭풍으로 인해 무너져버렸다는 뉴스를 보았다. 2003년 5월이었다. 안타까웠다.     몇 년이 지난 2009년 1월, 큰 바위 얼굴이 한국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전남 영암 월출산에서 발견됐다는 기사였다. 사진작가 박철이 발견했단다.      그 해, 도보 국토종단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박철 작가를 만났다. 큰 바위 얼굴을 발견하던 날의 얘기를 들었다. 산에 홀린 사람처럼 30년 넘게 월출산 사진을 찍어오던 어느 날 정오 무렵, 천황봉에 올라 건너편 구정봉을 바라보는데 그 큰 바위가 홀연히 사람 얼굴 형상으로 눈앞에 나타나더란다. 놀라움과 감동이 그대로 전해왔다. 누만 년 동안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그 시간 그에게 드러내 보인 것이다.   국토종단 중 아내와 함께 월출산 천황봉에 올랐다. 맞은편 구정봉을 바라보았다. 큰 바위 얼굴이다. 머리, 이마, 눈, 코, 입이 또렷하다. 턱에서 정수리까지 길이가 101m. 세계 최대 크기다.   미국에 있던 바위가 사라진 후, 그보다 일곱 배가 넘은 큰 바위 얼굴이 대한민국에서 새롭게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다. 큰 바위 얼굴은 하늘이 열린 날, 태양이 불러낸다. 하늘의 기운을 받아 세상을 이끌어갈 큰 사람의 등장을 예고하는 징후로 보인다. BTS를 비롯 한국문화가 세계를 리드하는 현상이 그 증거가 아닐까.     월출산은 남한의 금강산이라 부른다. 기암괴석으로 덮인 아름다운 산이다. 박철 사진작가는 백번도 넘게 그 산을 오르내리며 사진을 찍어온 사람이다. 평생 큰 바위 얼굴을 흠모하여 살아온 어니스트 소년이 결국 큰 바위 얼굴이 되었듯이, 월출산 큰 바위 얼굴이 그에게 모습을 보여준 것은 한 사진작가의 정성에 대한 보답이 아니었을까.     새해가 시작되었다. 한 가지 일에 오래 정성을 쏟으면 하늘이 감동한다. 올해는 우리 땅 큰 바위의 기운을 받아 모두가 큰바위 얼굴이 되면 좋겠다. 큰 바위 얼굴 닮은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닌가. 월출산 큰 바위 얼굴이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일깨워주고 있다.   정찬열 / 시인이 아침에 바위 얼굴 큰바위 얼굴 사람 얼굴 월출산 천황봉

2022.01.0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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