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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괜찮아

4년 전, TV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암 투병 중인 가수 ‘나잇버드(Nightbirde)’가 출연해 자작곡 “It‘s OK”를 불렀다. “괜찮아, 괜찮아. 길을 잃었다 해도, 우리 모두 조금은 길을 잃었고, 그건 괜찮아.” 가슴을 울리는 가사를 반복했던 그녀는 골든 버저를 받고 라이브 쇼에 설 기회가 왔지만, 끝내 무대에 다시 오르지 못한 채 8개월 뒤 세상을 떠났다. 본명이 제인 마르체프스키(Jane Marczewski)인 그녀를 기리며, 나잇버드뮤직은 “예수님 안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소망의 유산을 남겼다.”라고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다.   얼마 전, 하우스 오브 홉 고아원에 있는 카치아나(Katiana)에게서 짧은 사과의 메시지가 왔다. “미안해요.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처음 말한 대로 못 했네요.”   카치아나는 유튜브에서 배웠다며 또렷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 우리를 놀라게 했던 아이다.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카치아나는 세 살 터울의 여동생과 함께 여덟 살에 고아원에 들어와 13년째 살고 있다. 회계 공부를 해서 취직하고, 나중에는 고아원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꿈을 간직한 아이인데 지난여름에야 폐결핵으로 2년을 쉬었던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우리는 아이의 꿈대로 대학에 진학하면 꼭 돕겠다고 약속했었다. 아이는 당시 아이티의 명문으로 알려진 키스퀘야 대학에 진학해 회계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카치아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칼로레아 시험을 간신히 통과했다. 합격률이 40%도 안 되는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지만, 아이가 기대했던 성적은 아니었다. 결국, 원하던 학교에는 진학하지 못하고, 대신 포토프린스에서 비즈니스 스쿨로 잘 알려진 다른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는 자신이 공부를 더 잘하지 못해 원하던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며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나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 “It’s OK.”   괜찮다고, 정말 잘했다고,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부모가 있고 안정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도 통과가 어려운 시험이었다.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는 나라에서, 갱단의 공포 속에서, 고아로 살아가며 대학에 합격한 것은 성적의 높고 낮음을 떠나 그 자체로 이미 칭찬받을 일이다. 실수도 아니고, 실패도 아니다. 아이 앞에는 아직 길게 길게 펼쳐진 미래가 있다고, 그 길 위에서 하나님이 또 새로운 문을 열어주실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가 살면서 때로 실패한 듯 보이고, 때로 길을 잃은 듯하고, 혹 실수한 것이라도,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문제 삼지 않으신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은 세상이 말하는 성공이 아니다. 우리의 엄청난 성취를 원하시는 것도 아니다. 혹 실족하여 믿음을 잃고 방황한다 해도, 혹 하나님을 떠나 멀리 갔더라도 우리가 돌이켜 하나님께로 방향을 바꾸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이룬 것의 크기로 우리를 평가하지 않으신다. 우리가 계획했던 것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도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문제 삼지 않으신다.   아직 아이티의 수도 포토프린스에는 비행기가 다니지 않는다. 또 먼 길을 돌아가야 하겠지만, 내년 초에 우리는 아이티에 다시 들어가려고 한다. 가서 카치아나를 만나면 꼭 안아주고 싶다. 하나님께서 실패와 실수 가운데 길을 잃어 허덕이던 우리를 안아주신 것처럼 그렇게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다시 또 이야기해 주려고 한다.   “잘했어. 괜찮아.”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바칼로레아 시험 고아원 아이들 회계 공부

2025.11.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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