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화가 김수철, 화가 박신양
한국의 가수 김수철과 배우 박신양의 미술작품 개인전 기사를 읽고, 많은 생각이 든다. 우선은 예술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자유로움이 기존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과 긍정적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실제 작품과 전시회를 보지 못하고, 영상이나 기사 이미지만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두 사람의 작품세계나 미술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가 만만치 않다. 그저 ‘아트테이너’라고 넘기기엔 여러모로 살펴볼 점이 많다. ‘아트테이너’란 아티스트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로, 그림 그리는 연예인을 말한다. 조영남, 하정우, 솔비, 최백호, 임하룡… 밥 딜란, 폴 매카트니, 앤소니 홉킨스… 같은 이들이 대표적인 예다. 김수철과 박신양은 기존의 아트테이너들에 비해 신선하고 파격적이다. 음악 천재로 알려진 가수 겸 작곡가 김수철의 첫 개인전 ‘소리그림’은 소리를 붓 터치와 색채로 시각화한 대작 및 소품 100여 점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넓은 전시실에 펼쳐 놓았는데, 그 자유분방하고 힘찬 표현이 상당한 수준이다. 30년 넘게 남들 모르게 작업해 온 1000점 이상의 그림 중 엄선한 작품들이라고 한다. 30년, 1000점 이상의 작품! 미술가들에게 한 방 먹이는 것 같다.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얼마 전에는 국악기와 서양악기 합동 100인조 오케스트라를 조직해 스스로 지휘하며 노래도 부르는 파격적 음악회를 열어 화제를 모으더니, 이번엔 그림이다. 그러니까, 서양음악과 우리 음악을 하나로 아우르는 작업의 연장 선상에서 그림과도 하나로 융합하는 노력인 셈이다. 그동안 그가 발표했던 많은 음악 작업의 바탕에 그림이 깔렸었던 것이다. 그는 말한다. “음악과 그림, 시는 본디 하나다.” 한편, 박신양의 개인전 ‘제4의 벽’은 한층 대담하고 실험적인 도전이다. ‘전시쑈’ ‘한국 최초 연극적 전시’라는 설명으로 알 수 있듯, 오랜 세월 배우로서 축적해온 ‘표현’의 경험을 회화로 확장하고, 전시와 연극의 경계를 지혜롭게 허무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된다. 박신양은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1, 2 전관 전시장을 화가의 가상 작업실로 구성하고, 작업실의 사물들이 ‘정령’이 되어 살아 움직인다는 설정 아래, 15명의 배우가 등장해 회화와 연극이 교차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관람객은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라, 이야기 속에 초대된 존재로 전시를 경험하게 된다. “대형 작품 200점 규모의 대형 전시, 배우들의 연기와 퍼포먼스, 화가 자신이 무대감독, 미술감독, 연출자가 되어, 박신양 작가만의 정서와 방식으로 풀어낸 특별한 공간에서 작가와 관람객들의 예술적 소통이 펼쳐진다!”는 설명만으로도 기대가 커진다. 멋있다. 배우 박신양이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촬영 중 허리를 여러 차례 다쳐 수술을 받았고, 이후 갑상선 이상까지 겹치면서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스스로 몸을 가누기 어려운 시간이 10년 넘게 이어졌다고 한다. 긴 투병생활 중 ‘그리움’이 그의 삶의 방향을 바꿔주었다. 러시아 유학 시절 함께 공부했던 친구가 몹시 그리웠고, 그 감정을 붙잡기 위해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붓을 잡아본 적은 없었다”고 한다. 첫 그림을 완성한 뒤 그림 작업은 곧 삶의 중심이 됐다. 결국, 박신양은 그림을 통해 구원을 얻은 것이다. 그림은 그리움이다. 박신양은 얘기를 찾고 싶고, 찾은 얘기를 조금이라도 하고 싶어서, 그림을 팔지 않는다는 원칙도 고수하고 있다. 음악인 김수철, 연기자 박신양 같은 ‘아트테이너’ 작가들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모든 예술은 장르의 장벽을 넘어 하나로 통할 수 있다는 것, 기존의 틀에 갇혀 안주하지 말고 계속 도전해야 한다는 것….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김수철 박신양 배우 박신양 박신양 작가 가수 김수철
2026.03.12. 20:22